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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 론
최근 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성장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평가 혁신을 위한 실천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과정중심평가’, ‘성장중심평가’ 등의 개념은 이제 추상적인 담론을 넘어 교사 대부분이 동의하는 상식이 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 성과물도 적잖이 축적되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평가 혁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중학교에서도 여전히 학생들을 서열화하려는 문화가 존재한다든가, 과정중심평가가 강조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교수학습의 과정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실상 결과물만을 대상으로 성적을 부여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담론이나 법적 지침을 넘어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론이 필요하다. 활동이론에 의하면, 인간이 어떤 대상을 향해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수행하여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매개(도구)의 역할이 중요하다(Engeström, 2001). 새로운 도구는 새로운 실천을 유도하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매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로서 평가 루브릭의 기능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수행평가에서 흔히 사용되는 평가 루브릭은 학교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채점 기준표’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평가 루브릭은 단순한 채점 기준으로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평가의 목표와 방향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수행 안내’이자 교사가 학생들의 수행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평가 루브릭의 개념과 기능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립한다면, 이는 평가 혁신을 촉진하는 매개적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좋은 평가 루브릭은 좋은 평가를 유도하고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 루브릭에 대한 연구와 실천은 매우 미흡한 편이다. 대부분의 평가 관련 개론서에서는 평가 루브릭의 개념을 ‘채점 기준’ 정도로 한정하고, 평가 루브릭의 유형을 분석적 루브릭과 총체적 루브릭 정도로 구분하여 언급하는 수준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의 제기의 여지를 주지 않는 엄격한 채점’을 통해 평가 결과에 대한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용도로 루브릭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은 평가 루브릭에 대해 ‘엄격한 채점 기준’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A중학교의 실천 사례로부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모범적인 혁신학교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A중학교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을 위해 공동체적으로 노력해 왔다. A중학교는 특히 공동체적 평가 철학 공유, 선다형 문항 폐지, 피드백과 재도전이 있는 수행평가 실시 등 평가 혁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연구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A중학교 교사들이 이러한 평가 혁신의 흐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의 평가 루브릭을 개발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평가의 철학과 방법론을 공유하며 공동체적으로 평가를 혁신해 왔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는 A중학교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실천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평가 루브릭의 중요성을 새롭게 환기하고, 평가 루브릭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성장중심평가’ 등 최근 평가 혁신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대안적 평가 루브릭 예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1. 평가 혁신의 흐름과 성장중심평가
그 동안 평가 혁신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선도했던 개념은 ‘과정중심평가’라 할 수 있다.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서 이와 유사한 개념이 등장한 것은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한다.”고 명시한 7차 교육과정부터라 볼 수 있고, 현행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도 “학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여 모든 학생이 교육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정중심평가는 엄밀한 교육학적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학에서는 평가의 유형을 일반적으로 평가의 시기와 기능에 따라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로 구분하고 있고, 과정중심평가는 이 중 형성평가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이 용어는 ‘결과중심평가’에 대한 반대 개념(anti-thesis)으로서,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소중하다.”는 소박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평가는 대체로 ‘교수학습과 분리된 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해진 진도를 나간 후 학생들의 지식 습득 여부를 주로 오지선다형 문항으로 확인하는 일제식 지필평가가 결과중심평가의 전형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과정중심평가를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수행평가’와 동일시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는 과정중심평가와 형성평가, 수행평가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
더욱이 학교 현장에서는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오해와 왜곡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왜곡 현상은 중고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사실상 결과중심평가를 수업 시간에 여러 번 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한 학기에 수행평가를 50% 반영하는 경우, 5가지 수행평가 과제를 각각 10%씩 반영하여 총 5회 실시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형식적인 채점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결과중심평가를 여러 번 시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교육부의 장학자료에서는 과정중심평가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라고 규정하고 있으며(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7), 과정중심평가와 관련된 여러 연구물도 대체로 이 개념 규정을 따르고 있다(김정민, 2018; 박정, 2018; 신혜진 외, 2017; 전경희, 2016; 반재천 외, 2018). 하지만 이 개념 규정에도 여전히 ‘교수학습 과정(평가의 시기)’, ‘피드백의 제공(교수적 기능)’, ‘학생의 변화와 성장(평가의 목적)’ 등 여러 요소가 혼재되어 있으며, 형성평가나 수행평가 등 유사 개념과의 관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박지현 외(2020)는 과정중심평가를 형성평가나 수행평가와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학생평가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으로 보아야 하며, 이는 ‘학습 과정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여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과정중심평가’의 개념상의 혼란과 실천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중심평가’라는 개념이 더욱 적절할 수 있다. 이는 ‘성장’이라는 평가 혁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여 모든 학생이 교육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나, ‘과정중심평가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라는 교육부의 개념 정의, 박지현 외(2020)의 개념 정의 등은 모두 과정중심평가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학생의 성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성장중심평가’를 공식적인 정책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2018년부터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성장중심평가’라는 용어를 공식화한 경기도교육청은, ‘성장중심평가’의 개념을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여 참된 학력과 핵심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평가’로 규정하였다(경기도교육청, 2018). 이 개념은 ‘학생의 성장’이라는 평가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된 이형빈 외(2022)의 연구는 성장중심평가의 개념과 방법론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듀이(Dewey)와 비고츠키(Vygotsky)의 이론을 토대로 성장중심평가를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회와 도움을 제공하여 모든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평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 논문은 ‘성장중심평가’라는 개념을 이러한 개념 규정에 기반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성장중심평가’는 기존의 평가 패러다임인 ‘학습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에 대한 대안으로서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를 강조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McMillan, 2014). 전통적인 결과중심평가가 ‘학습에 대한 평가’라면, 학습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중심평가는 ‘학습으로서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성장중심평가는 ‘학생들의 배움을 촉진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목적의식적으로 돕는 평가’라는 점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성장중심평가의 개념이 더욱 풍부하게 정립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실천적 사례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실천을 확대하기 위해 평가 루브릭의 매개적 기능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성장중심평가의 취지에 따라 평가 루브릭을 개발한 사례와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중점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2. 평가 루브릭에 대한 재인식
‘루브릭(Rubric)’이란 라틴어의 ‘ruber(붉은)’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법원이나 종교 기관의 문서의 결정문을 붉은색으로 쓴 것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공정하게 판단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교육학에서는 이 용어를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준거에 따라 목록화하고 등급을 결정하여 점수화하기 위한 도구’, ‘학생들의 수행 과정 또는 수행 결과물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 준거와 수행 수준을 기술한 평가 척도’라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김선 외, 2017; 최경애, 2019). 평가 루브릭은 평가의 목적, 방법, 개발 절차에 따라 총체적 루브릭과 분석적 루브릭, 일반적 루브릭과 특정 과제 루브릭, 교사중심 루브릭과 학습자중심 루브릭 등으로 구분된다(한국교육과정학회, 2017).
이러한 평가 루브릭이 주목받게 된 것은 수행평가 등 대안적 평가 방식이 모색된 것과 관련된다. 1990년대 이후 기존의 획일적, 정량적 지필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수행평가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이 부각되면서 평가 루브릭 역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단편적 지식 습득 정도를 측정하는 전통적인 지필평가에서는 ‘정해진 정답’이 존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루브릭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이와 반면에,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력이나 창의력 등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행평가에서는 ‘정해진 정답’이 존재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수행 과정 및 결과의 수준과 질을 판가름하는 준거로서 루브릭이 필요하다. 이 때 사용되는 루브릭은 마땅히 수행평가 등 대안적 평가의 취지에 어울리는 도구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루브릭은 단순한 수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사용되는 체크리스트나 정량적 평정척도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Brookhart(2013)는 루브릭을 체크리스트나 평정척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루브릭의 본래적 의미와 목적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체크리스트나 평정척도와 달리 루브릭은 ‘학생의 수행 수준에 대한 질적 기술’이 있어야 하며, ‘학생이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웠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루브릭은 ‘숫자로만 이루어진 평가 결과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루브릭은 단순히 수행평가 결과에 대해 점수를 산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사가 학생의 수행 과정 및 결과에 대해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학생과 의사소통하도록 하며, 학생이 자신의 학습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성찰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Earl(2013) 역시 좋은 루브릭이란 ‘교사와 학생이 앞으로 어떻게,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비추어, 학생의 작업을 분석하도록 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특히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과 ‘전문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아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향후 평가 루브릭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평가 루브릭을 단순히 ‘채점 기준표’가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수행 안내도’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루브릭을 ‘채점 기준표’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채점 기준표를 활용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수행 과정과 결과를 진단하여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명확한 기준에 따른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평가 결과에 대한 민원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명확한 기준’만을 강조하는 채점 기준표는 오히려 수행평가의 개방성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 된다. 그 동안 과정중심평가, 성장중심평가 등 평가 혁신과 관련된 담론과 실천이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 사용되는 평가 루브릭은 평가 혁신에 역행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평가 루브릭과 관련된 학교 현장의 실천이 미흡하다 보니,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 역시 미흡한 편이다. 루브릭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다른 분야의 연구에 비해 양적으로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연구의 범위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는 학습자중심 루브릭이 학습 과정 및 결과에 미치는 효과성 연구들이다(김정덕, 2009; 남승권, 최완식, 2005; 노양재, 2006; 조희성, 이춘식, 2011; 한지영, 이용환, 2004). 이 연구들은 Ainsworth와 Christinson(1998)이 제안한 학습자중심 루브릭(수행평가 실시 전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협상을 통해 개발한 루브릭)이 학습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유사한 결론을 여러 실험 상황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루브릭이 교수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모두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이루어진 인위적인 상황 속에서 진행된 실험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적 변화를 포착하거나 선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임영태(2020)의 연구는 최근 평가 혁신의 흐름 속에서 부각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의 흐름을 평가 루브릭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 실천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에 이 연구는 학교현장에서 진행된 구체적인 사례연구를 통해, 대안적 루브릭 개발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III. 연구 절차
1. 연구대상 학교의 특징
이 연구에서는 성장중심평가의 취지에 따른 대안적 루브릭 개발의 방향을 탐구하기 위해 A중학교의 사례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A중학교는 2009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모범적인 혁신학교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학교이다. A중학교는 특히 학교혁신의 본령이라 볼 수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총체적인 변화를 위해 전 교직원이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다. A중학교의 성과는 특히 평가 혁신의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A중학교에서는 선다형 문항을 아예 폐지하고 서·논술형 문항으로만 정기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A중학교의 평가는 정기고사(지필평가)의 비중보다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다. 교과의 특성에 따라 아예 수행평가로만 평가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A중학교에서도 평가를 혁신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했다. 무엇보다도 평가와 관련된 교사들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평가와 관련된 교사들의 철학과 인식을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중학교에서는 평가혁신 TF를 구성하여, A중학교의 평가 혁신 방안에 대한 초안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이를 전체 교직원이 다시 논의를 하면서 A중학교의 평가 원칙과 방법에 대한 큰 그림을 확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A중학교 교사들은 평가 루브릭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평가 루브릭은 단순히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평가의 철학과 방법론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중요한 도구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A중학교의 평가혁신 TF에서는 대안적 평가 루브릭 양식을 개발하고, 전체 교사들의 논의를 통해 공동 루브릭 양식을 확정하게 되었다. 이후 A중학교의 평가 루브릭은 몇 차례에 걸쳐 진화하게 되었다. 결과만 확인하는 루브릭에서 과정도 확인하는 루브릭으로, 그리고 피드백과 재도전의 절차가 명시된 루브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평가 루브릭을 학생들과 사전에 공유하여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에 활용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평가 루브릭 개발 단계에 참여하는 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A중학교는 평가 혁신을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이를 평가 루브릭 개발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어 연구대상 학교로 선정하게 되었다.
2. 연구방법
이 연구에서는 대안적 루브릭 개발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사례연구와 실행연구를 진행하였다. 사례연구는 질적 연구 방법론의 하나로, 경계를 가진 체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기술하는 방법이다. 사례연구는 그 유형에 따라 도구적 단일 사례연구, 집합적 사례연구, 본질적 사례연구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도구적 단일 사례 연구는 하나의 사례가 명확한 경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사례만으로도 이슈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 때 사용된다(Creswell, 2007). 이 연구에서는 A중학교의 사례가 학교 내에서 대안적 루브릭을 개발하는 과정 및 결과를 잘 드러낸다고 보아, 이를 대상으로 도구적 단일 사례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사례연구를 실천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A중학교 교원과 외부 연구자와의 실행연구를 진행했다. 실행연구는 행위 당사자가 연구의 주체가 되어 문제를 탐구하고 개선점을 찾아 나가는 실천적 연구 패러다임이다(이용숙 외, 2005). 실행연구는 실천가(교사)가 직접 연구자가 되어 대상을 이해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나가는 데에 그 의미가 있으며, ‘1차 실행→실행 후 성찰→2차 실행→개선 방안 도출’의 절차를 거친다. 이 연구에서는 A중학교 교사 중 연구자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교사가 대표자가 되어 실행연구를 진행하였다. A중학교에서의 평가 루브릭 개발 과정에 대해 연구자와 협의하며 그 의미를 도출하고, 새롭게 적용해야 할 루브릭을 함께 구안하기도 하였다.
연구자는 A중학교 교육과정 컨설턴트의 자격으로 교원 연수, 수업 코칭, 학교교육과정 평가회 등에 꾸준히 침여하면서 교사들과 일상적인 래포를 형성해 왔다. 또한 연구자는 수업 및 평가 혁신을 위한 실행연구를 먼저 제안하여 교사들의 동의를 얻었고, 교사 대표와 일상적인 협의, 전체 교사들과의 정기적인 교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A중학교 교사들이 평가 혁신을 위해 기울인 노력, 대안적 평가 루브릭을 개발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소통할 수 있었다.
IV. 대안적 평가 루브릭 개발 과정
1. 평가 혁신을 위한 노력
A중학교 교사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우선 기존의 교사 위주의 강의 일변도 수업을 넘어 학생들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배움중심수업을 실천하기 노력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수업에서 모둠별 협력학습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수업에서의 변화는 눈에 두드러지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평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으로부터 비롯해 온 오랜 관행과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중학교에서는 수업 혁신에 이어 평가 혁신에서도 몇 가지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났다. 첫 번째 의미 있는 변화는 지필평가(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정기고사)에서 이루어졌다. A중학교 교사들은 지필평가에서 오지선다형 문항을 아예 폐지하고 서ㆍ논술형 문항으로만 평가를 진행하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모둠별 토론학습 등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를 오지선다형 문항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서ㆍ논술형 평가를 전면 도입함으로써 교사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여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 역시 단편적 지식 암기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평소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등 학습 태도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A중학교 교사들은 지필평가의 변화에 이어 수행평가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우선 수행평가의 비율을 대폭 늘리게 되었다. 적게는 50%, 많게는 100%까지 수행평가를 반영하는 교과가 나오게 되었다. 수행평가의 비율을 늘린 이유는 교수학습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과정중심평가, 교사의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모든 학생의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수행평가의 비율을 늘린다고 하여 곧바로 과정중심평가,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A중학교에서도 수행평가 비율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행평가 비율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수행평가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또한 교과의 특성이나 교사의 교육철학에 따라 수행평가의 방법이 제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평가에 대한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교사 1 : 수행평가에서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막상 피드백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과정중심평가의 철학, 피드백의 절차 등을 반영한 루브릭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TF에서 구체적으로 루브릭 샘플을 만들어 먼저 실험해 보고 수정을 해 본 후에,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논의가 진행되었죠.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중학교 교사들은 평가 혁신 TF를 구성하였다. 평가 혁신 TF에서는 무엇보다도 평가에 대한 철학과 방법론을 교사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평가 루브릭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A중학교가 지향하는 평가 철학과 방법론을 담은 공통 루브릭 양식을 개발하기로 하였다.
2. 기존 평가 루브릭의 한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
A중학교 교사들은 우선 기존 평가 루브릭이 어떤 점에서 한계가 있는지를 먼저 분석해 보았다. 아래에 제시된 루브릭은 교육부나 교육청의 장학자료에 흔히 등장하는 방식의 루브릭이다.
표 1. 장학자료에 흔히 제시되는 루브릭의 예
평가 영역평가 기준상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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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제시된 루브릭은 평가 요소별로 수준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기준을 제시한 분석적 루브릭이자, 특정한 수행과제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특정 과제 루브릭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분석적ㆍ특정 과제 루브릭은 교육학 교재나 교육당국의 장학 자료 등에 가장 흔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 이러한 형태의 루브릭은 여러 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교사 1 : 이 루브릭으로 수행과제를 채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요. ‘구체적이고 적절하게’ 선정한 것과, ‘적절하게’만 선정한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죠?
교사 2 : 이런 루브릭을 실제로 쓰는 교사는 없어요. 서류상으로만 만들어 놓을 뿐이죠.
교사 3 : 이 루브릭은 과정중심평가와 맞지 않아요. 자료 수집이나 조별 토론과 같은 과정에 대한 평가 요소는 아예 없잖아요. 결과중심평가나 마찬가지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루브릭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루브릭’, ‘결과만 평가하는 루브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루브릭 대신에 학교 현장에서 흔히 쓰는 루브릭은 다음과 같은 형태의 루브릭이다.
표 2. 학교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루브릭의 예
<평가요소> ■ 건의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다. ■ 건의하는 내용이 실현 가능성 있다. ■ 근거를 2개 이상 제시하였다. ■ 어법의 오류가 2개 이하이다. ■ 제출기간을 준수하였다. | 평가요소 5개 만족 | 10점 |
평가요소 4개 만족 | 8점 | |
평가요소 3개 만족 | 6점 | |
평가요소 2개 만족 | 4점 | |
평가요소 1개 이하 만족 | 2점 | |
미응시 | 0점 |
이러한 루브릭은 A중학교를 포함하여 상당수의 학교 교사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오고 있는 채점기준표이다. 이러한 루브릭은 채점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여 정답 시비의 소지가 적고, 채점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널리 활용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Brookhart(2013)는 이런 형태의 루브릭을 ‘조건 개수 세기형 루브릭’이라 부르고, 이는 ‘배움 중심’이 아니라 ‘성적 중심’이며, 원하는 성적을 얻기 위해 교사가 제시한 조건을 완수하는 ‘순응적인 학생’을 배출하는 폐단을 낳는다고 보았다. 학생들이 이 루브릭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최고 점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학생들이 이러한 조건 이외에 정작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지 이 루브릭을 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사 1 : 이 루브릭은 참 편해요. 그냥 이대로 점수 매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정말 아이들의 수행 결과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늘 찜찜한 마음이 들어요.
교사 2 : 저는 아이들의 수행 과정을 보고 싶은데, 그리고 아이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보고 싶은데, 이러한 루브릭으로는 그걸 볼 수 없어요.
A중학교 교사들은 이처럼 기존 분석적·특정 과제 루브릭이나 개수 세기형 루브릭이 모두 결과 중심 루브릭이자 학생의 성장 과정을 확인할 수 없는 루브릭이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대안적 루브릭 개발을 시도하였다.
3. 대안적 루브릭 개발 1 – 수행 과정과 결과를 모두 확인하는 루브릭
A중학교 교사들이 갖게 된 첫 번째 문제의식은 기존의 평가 루브릭으로는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 루브릭은 분석적 루브릭이든 총체적 루브릭이든, 일반적 루브릭이든 특정 과제 루브릭이든 사실상 학생들의 수행과제 결과물만을 대상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A중학교 평가 혁신 TF에서는 <표3>과 같은 루브릭 양식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표 3. 대안적 루브릭 양식 1 – 수행 과정과 결과를 모두 확인하는 루브릭
평가 단계 (배점)평가 내용
계획 단계 (3점) | 평가 요소1.2.3. | ||
등급 | 채점기준 | 배점 | |
A | 위 평가 요소 중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한 경우 | 3 | |
B | 위 평가 요소 중 두 가지를 충족한 경우 | 2 | |
C | 위 평가 요소 중 한 가지를 충족한 경우 | 1 | |
수행 단계 (3점) | 평가 요소1.2.3. | ||
등급 | 채점기준 | 배점 | |
A | 위 평가 요소 중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한 경우 | 3 | |
B | 위 평가 요소 중 두 가지를 충족한 경우 | 2 | |
C | 위 평가 요소 중 한 가지를 충족한 경우 | 1 | |
산출물 (14점) | 평가 요소1.2.3.4. | ||
등급 | 채점기준 | 배점 | |
A | 위 평가 요소 중 네 가지 모두를 충족한 경우 | 14 | |
B | 위 평가 요소 중 두 가지를 충족한 경우 | 11 | |
C | 위 평가 요소 중 한 가지를 충족한 경우 | 8 | |
D | 위 평가 요소 중 한 가지를 충족한 경우 | 5 |
대부분의 학교에서 사용되는 루브릭은 수행평가 결과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이 루브릭은 계획 단계, 수행 단계, 산출물 단계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특이한 점은, 기존의 교육학 관련 서적이나 교육당국의 장학자료에서 이런 루브릭이 제시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A중학교 교사들이 현실적 필요에 의해 새로운 방식의 루브릭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교사 3 : 우리가 이런 루브릭을 만들게 된 이유는,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도 봐야 한다’는 철학을 모든 선생님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걸 말로만 강조해서는 소용이 없으니까, 공통 루브릭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겠지요.
A중학교 평가 혁신 TF에서 이 루브릭 양식을 만든 이후, TF 소속 교사들이 먼저 시범적으로 루브릭을 사용해 보았다. 처음에는 계획 단계, 수행 단계, 산출물 단계 모두 비슷한 배점을 부여하였으나, 이후에는 루브릭을 수정하여 계획 단계와 수행 단계에서는 배점을 느슨하게 설정하게 되었다.
교사 1 : 이 루브릭을 사용해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도 발견하게 되었어요. 계획 단계, 수행 단계를 모두 반영하다 보니, 학생 입장에서는 학습하는 내내 늘 평가받는 듯한 부담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획 단계와 수행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만 하면 누구나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이렇게 평가 루브릭은 계획 단계, 수행 단계, 산출물 단계로 구성된 평가 루브릭은 A중학교 교사들이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현실화하는 데에 구체적인 도움이 되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이 루브릭을 통해 각각의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계획 단계나 수행 단계에서는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 2 : 이렇게 계획, 과정, 결과를 모두 보니까 굳이 수행평가를 여러 번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한 번만 하더라도 깊이 있게 다루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피드백을 여러 번 주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계획과 수행 단계까지 세심히 반영하는 수행평가는 기존의 수행평가 방식과는 유의미한 차이를 낳게 되었다. 기존의 수행평가는 ‘사실상 결과 중심 수행평가를 자주 여러 번 시행함으로써, 무의미한 부담만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계획과 수행 단계까지 반영하는 과정중심평가에서는 굳이 수행평가 시행 횟수를 불필요하게 늘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계획 단계, 과정 단계를 세심하게 관찰함으로써 수행평가 횟수를 줄리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낳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중학교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한 번만 하더라도 과정까지 살피며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것이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살리는 데에 새로운 평가 루브릭이 기여한 바이기도 하다.
4. 대안적 루브릭 개발 2 – 재도전의 기회를 보장하는 루브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지필평가이든 수행평가이든 ‘주어진 시간 안에, 단 한 번의 기회를 통해서’ 진행된다. 그러나 A중학교의 수행평가는 이와 달리 ‘교사의 피드백’을 거친 이후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수행평가는 일부 교과에서 먼저 시행된 이후, 다른 교과에도 확대되어 왔다. A중학교 교사들은 피드백과 재도전이 있는 평가를 시행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교사 4 : 저는 체육시간에 수행평가를 할 때, 먼저 이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줘요. 그리고 1차 평가를 한 후에,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부족한 점을 알려주고, 다시 2차 평가를 해요. 그리고 둘 중 더 높은 점수를 최종점수로 줘요. 이렇게 하니 포기하는 학생이 없어졌어요.
교사 2 : 저도 글쓰기 평가를 한 후에 고쳐 써야 할 부분을 다시 알려줘요. 친구들과 서로 피드백을 하고 자기의 글을 다시 보게 해요. 이러면서 제 마음에 변화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줄 세우기 위해 점수를 깎아야 할 부분을 먼저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만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준에 도달했느냐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피드백과 재도전이 있는 평가를 해 본 교사들은 평가의 철학, 목적, 방법론을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다. 기존의 평가는 한 번의 기회만을 부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서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지만, 새로운 평가는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교사가 피드백을 제공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여 모든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곧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A중학교 일부 교사들은 ‘재도전의 기회’를 명시하는 방식의 평가 루브릭을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이 평가 루브릭은 무엇보다도 ‘재도전의 기회’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사들은 이 루브릭을 수행평가가 진행되기 이전에 학생들에게 공지함으로써, 학생들 역시 재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게 된다. 그리고 1차 평가 이후 교사의 도움을 받아 2차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평가 루브릭을 새롭게 개선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이와 함께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5. 대안적 루브릭 개발 3 – 대안적 루브릭의 잠정적 확정
A중학교 교사들은 과정중심평가,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표3>, <표4> 두 가지 유형의 대안적 평가 루브릭을 개발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의 시각에서 이 루브릭의 적절성을 검증해야 할 필요도 제기되었다. 그래서 내부 실행자와 외부 연구자의 협의를 통해 대안적 루브릭을 잠정적으로나마 확정하기로 하였다. 내부 실행자와 외부 연구자의 협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4. 대안적 루브릭 양식 2 – 재도전의 기회를 보장하는 루브릭
평가 과정평가 내용
처음 도전하기 | 평가 요소1.2.3. | ||
등급 | 채점기준 | 배점 | |
A | 위 평가 요소 중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한 경우 | 10 | |
B | 위 평가 요소 중 두 가지를 충족한 경우 | 8 | |
C | 위 평가 요소 중 한 가지를 충족한 경우 | 6 | |
다시 도전하기 (자원자에 해당) | 평가 요소1.2.3. | ||
등급 | 채점기준 | 배점 | |
A | 위 평가 요소 중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한 경우 | 9 | |
B | 위 평가 요소 중 두 가지를 충족한 경우 | 7 | |
C | 위 평가 요소 중 한 가지를 충족한 경우 | 5 |
우선, 새롭게 개발한 루브릭 역시 ‘조건 개수 세기형 루브릭’의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루브릭은 학생들을 주어진 조건에만 집착하게 만들고, 교사 역시 기계적인 방식으로 점수를 부여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새롭게 개발한 루브릭에는 ‘정의적 영역’에 대한 평가가 누락되어 있었다. 인지적 영역 못지않게 정의적 영역 역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평가 결과는 정량화하여 나타내기 보다는 질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처럼 새로운 루브릭에는 정의적 영역(태도 및 가치)에 대한 질적 평가를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개발된 두 유형의 루브릭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 과정중심평가의 요소(계획, 수행, 결과 단계)와 성장중심평가의 요소(피드백과 재도전)을 하나의 루브릭 안에 온전히 담아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의를 바탕으로 외부 연구자와 내부 실행자가 새롭게 개발한 대안적 루브릭은 <표5>와 같다.
표 5. 잠정적으로 확정한 대안적 루브릭
단계평가 기준 (예시)1차 평가피드백2차 평가도달미도달도달미도달
계획 | 주제 선정 | 1점 | 1점 | |||
과정 | 문제 분석 | 1점 | 1점 | |||
자료 수집 | 1점 | 1점 | ||||
대안 도출 | 1점 | 1점 | ||||
산출물 | 내용 | 2점 | 1점 | |||
조직 | 2점 | 1점 | ||||
표현 | 2점 | 1점 | ||||
수행 후 성찰 | 공유 | 교사 평가, 자기 평가, 동료 평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 ||||
실천 | ||||||
성찰 |
이 루브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A중학교 교사들이 개발한 두 유형의 루브릭을 종합하여, ‘계획, 과정, 산출의 단계’, ‘피드백과 재도전의 절차’를 모두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학습의 과정 및 결과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중심평가’의 취지, ‘피드백과 재도전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이 루브릭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둘째, ‘조건 개수 세기형 루브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각의 단계에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요소를 질적으로 기술한 후 이에 대한 ‘도달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루브릭을 구성하였다. 또한 기존의 분석적 루브릭에서 흔히 보이는 ‘상/중/하’, ‘4점/3점/2점/1점’ 방식의 평정 척도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도달/미도달’ 여부만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루브릭을 구성하였다. 학생들의 성적을 지나치게 세분화하는 것은 수행평가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이를 통해 교사의 채점상의 어려움이나 학생의 심적 부담을 덜고 ‘목표 도달 확인’이라는 평가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했다.
셋째, ‘수행 후 성찰’이라는 ‘정의적 영역’ 항목을 새롭게 개발하였다. 수행과제를 최종적으로 산출한 이후 이를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실천하며, 그 결과를 성찰하는 과정이 학생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항목들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였다. 이 영역은 굳이 점수를 산출하는 것이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판단하여, 질적 평가의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교사의 관찰, 동료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으로 연결하도록 하였다.
넷째, 배점 방식 역시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자 하였다. 계획, 과정 단계에서는 1차 평가에서 기준에 도달한 경우와 2차 평가에서 기준에 도달한 경우 모두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였고, 최종 산출물 단계에서는 배점에 차등을 두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계획, 과정 단계에서는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였고, 산출물 단계에서는 최소한의 변별을 확보하였다.
A중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대안적 루브릭을 각 교과의 특성, 학생들의 수준, 교수학습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하기로 하였다. 일부 교사는 이 루브릭을 학생들에게 사전에 제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시 루브릭을 수정하기도 하였다. 또 일부 교사는 이 루브릭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작품에 대해 동료 피드백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들을 바탕으로 향후에 더 개선된 평가 루브릭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V. 시사점 및 향후 과제
이 연구는 대안적 루브릭 개발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A중학교를 대상으로 사례연구 및 실행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 루브릭에 대한 교사의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루브릭’이라는 용어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 루브릭이라는 의미를 ‘채점 결과에 대한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채점 기준표’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중학교 교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볼 때, 기존에 흔히 사용되던 루브릭으로는 이러한 인식을 변화시키기가 어렵다. 교육학 교재나 장학자료에 일반적으로 나오는 분석적 루브릭은 사실상 학생들의 수행평가 결과물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더욱이 학교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조건 개수 세기형 루브릭은 정량적 채점을 위한 체크리스트와 다름없다.
좋은 루브릭은 체크리스트, 평정 척도와는 달리 교수학습의 과정 및 결과를 총체적이면서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평가 루브릭은 ‘점수를 깎는 기준’을 알려주는 역할이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교사가 학생들의 수행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지점, 학생이 자기를 점검하는 지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향후 개발될 평가 루브릭은 교수학습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중심평가의 요소, 피드백과 재도전을 통해 모든 학생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성장중심평가의 요소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 A중학교에서 개발된 평가 루브릭은 이러한 가능성을 상당 부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에는 교사들이 루브릭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대안적 루브릭을 직접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평가 루브릭은 평가 혁신을 촉진하는 훌륭한 매개 도구가 될 수 있다. 활동이론에 의하면 인간이 어떤 대상을 향해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수행하여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매개(도구)의 역할이 중요하다(Egeström, 2001). 예를 들어 인간이 자연을 변형시키는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리적 도구가 있어야 하며, 학생이 세계를 인식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도구(대표적으로 언어)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구안하여 새로운 성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즉 새로운 도구는 새로운 실천을 유도하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A중학교의 사례를 보면 새로운 평가 루브릭이 새로운 실천을 유도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A중학교 교사들은 평가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왔으나, 여전히 수행평가 시행 방식에 있어 과정중심평가와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몇몇 교사들이 새로운 실천을 하고자 하더라도, 평가 방식의 변화는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 루브릭 자체를 새롭게 바꿀 필요가 대두되었다. 예를 들어 평가 루브릭 자체에 학습 과정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나 학생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점 등이 명시되어야 교사도 새로운 방식의 평가를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고, 학생들도 평가의 취지와 방법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게 된다. A중학교 교사들이 처음으로 개발한 평가 루브릭은 ‘계획, 수행, 산출물 단계’를 아우르는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담아냈고, 두 번째로 개발한 평가 루브릭은 ‘재도전의 기회’를 보장하는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담아냈다.
이런 점에서 평가 루브릭은 평가 혁신을 위한 매개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교사들이 평가 혁신의 철학과 실천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를 온전히 담아내는 도구가 필요한데, 평가 루브릭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루브릭이 존재했기 때문에 A중학교의 모든 교사들이 개인의 역량 차이나 교과별 특성을 뛰어넘는 보편적 실천을 할 수 있고, A중학교에 새로 전입을 한 교사들도 새로운 평가 방식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역시 새로운 평가 루브릭을 통해 ‘평가에 있어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 ‘한번 실패해도 교사의 피드백을 받아 재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학습 태도를 지니게 된다.
셋째, 평가 루브릭은 교사들의 공동체적 연구와 실천에 의해 새롭게 진화할 수 있다. 교육학 교재나 장학자료에 등장하는 평가 루브릭은 새로운 평가 혁신의 실천을 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고, 학교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평가 루브릭은 오히려 평가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었다. A중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새로운 평가 루브릭을 개발하였으며, 외부 연구자와의 실행연구를 통해 이를 더욱 진화시켰다. 향후 새로운 평가 혁신의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반영한 또 다른 평가 루브릭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 혁신을 위한 교사들의 공동체적 실천과 집단지성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실천과 집단지성을 촉진하는 데에 필요한 향후 연구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현장에서의 평가 루브릭에 대한 인식과 활용 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앞에서 제시된 선행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평가 루브릭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평가 루브릭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구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그럼에도 A중학교와 같은 학교에서 일부 변화의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여, 교사들이 평가 루브릭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평가 루브릭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평가 루브릭이 ‘채점 기준표’로 활용되고 있을 것이 분명하나, 일부 학교에서는 평가 루브릭을 학생의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평가 루브릭의 진정한 역할이 이처럼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와 관련된 현장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둘째, 평가 루브릭 개발 과정 및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지침이 개발되어 현장에 안내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는 학기마다 평가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속에 평가 루브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작성되는 루브릭은 천편일률적으로 <표1>, <표2>와 같은 형태의 루브릭이어서 새로운 평가혁신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A중학교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육당국에서는 평가 루브릭의 개념에 대해 새롭게 안내하고, 학교마다 교사의 집단적 지성에 의해 루브릭을 새롭게 개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향후에는 이러한 루브릭 개발 사례를 귀납적으로 정리하여, 그 원리와 방법, 절차 등을 교원 연수 등을 통해 안내하고 학교에 보급해야 할 것이다.
셋째, 평가 루브릭 개발 및 활용 과정에서 학생 참여 방안 연구가 필요하다. 일부 선행연구에서 학습자중심 루브릭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졌으나, 이는 인위적인 실험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A중학교의 경우 일부 교사들이 평가 루브릭을 사전에 공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수정하여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으나, 여전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루어진 사례라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최근 들어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 분야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https://www.ejce.org/archive/view_article?doi=10.29221/jce.2023.26.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