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2-4
2 기행紀行 4 립석맥랑立石麥浪 선돌에 보리 물결
만경봉봉함천청萬頃芃芃含淺靑 만경萬頃 넓은 들 수북수북 푸르러서
록파초창운부정綠波初漲雲浮汀 푸른 물결 일어날 제 구름이 물에 떠 있는 듯
망중부진예원야望中不盡翳遠野 눈길 가득 한없이 먼 들을 가렸지만
할후무흔건창명割後無痕乾滄溟 베인 뒤에는 흔적 없는 마른 바다 되리라.
야치장심향수윤野雉藏深香穗潤 들꿩 깊이 숨어 있는 곳 이삭도 윤택하고
추연략거경화령雛燕掠去輕花零 새끼 제비 스쳐가니 가벼운 꽃 떨어진다.
불용고설소우저不用鼓枻遡牛渚 배 지어서 소내[牛渚]로 올라갈 것 없다.
진일일작통신령眞一一勺通神靈 참으로 한 숫갈이면 신령神靈까지도 통하리.
►입석맥랑立石麥浪 선바위[立石] 들판의 보리물결.
입석立石 선돌. 선바위.
조선시대 한도10영漢都十詠의 하나로 입석조어立石釣魚(낚시꾼 형상바위)라 불림.
아기를 점지하는 영험靈驗한 바위여서 부녀자들이 치성致誠을 드렸음.
지금의 서울시 城東區 응봉동鷹峯洞의 작은 매봉 아래에 있었음
너른 들판의 수풀은 옥빛을 듬뿍 머금고
밀물로 푸른 강물이 불어나자 물가에 비치는 구름.
쳐다보는 저 끝없는 들판이 아득하여
보리를 베고 나면 흔적도 사라져 말라버린 바다가 되려니.
들꿩은 깊이 숨어들고 베다 남긴 보리이삭이 반들거리고
새끼 제비가 이삭을 노략질해가자 작은 꽃잎이 떨어지네.
취선醉仙 이백을 만나러 굳이 삿대로 배를 밀어 우저牛渚로 거슬러 오를 필요 없으니
참 마음으로 마시는 한 잔 술이면 산신령과도 통한다네.
►봉봉芃芃 초목이 울창함. ‘무성할 봉芃’ (풀이)무성茂盛하다. (풀이)더북더북하다. 작은 짐승의 모양
►천청淺靑 짙은 옥색玉色 ‘얕을 천, 물 끼얹을 전淺’
►초창初漲 밀물로 강물이 불어남 ‘넘칠 창漲’
►략거掠去 노략질해감
►고설鼓枻 ‘도지개 설, 노 예枻’
배의 상앗대(삿대)를 움직임. 노를 저음. 노로 뱃전을 치며 노래의 박자를 맞춤.
►우저牛渚 양자강揚子江 채석기采石磯의 옛 이름.
“황금 소가 물에서 나왔다”는 傳說이 있음.
술 취한 詩仙 李白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러 采石磯 강물에 뛰어들어 익사溺死했다는 傳說이 있음.
안휘성安徽省 동부 揚子江 우안右岸 南京 남서쪽 50km 지점임.
►진일眞一 진일지기眞一之氣. 진기眞氣·진원眞元
우주를 담고 있는 참된 하나의 영원한 생명. 道家에선 사람 심장心臟 진룡眞龍을 뜻함.
►작勺 구기(자루달린 술 푸는 용기) 잔盞. 피리(악기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