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金根植 김근식에게 답하다
大仰高風久 未遂一識之願 謂外 日前得邂逅之面 且今日得先施之問 奉讀千回煥然 若明珠在掬 湖鄕一面之示初 若夢事熟思得之便 是江湖之魚 相忘也
뛰어난 인품을 우러러본 지가 오래되었는데도, 한 번 뵙고자 했어도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뜻밖에도 일전에 우연히 만나 뵈었고, 또 오늘 보내주신 편지를 받아 천 번을 받들어 읽으니, 의미가 환한 것이 마치 밝은 구슬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호숫가를 비추어 처음으로 보인 듯, 마치 꿈속의 일을 오래도록 생각하여 문득 얻은 듯하니, 이는 바로 강의 물고기가 세상을 잊고 평화로이 사는 듯합니다.
※謂外: 意外와 같은 말. 邂逅相逢: 누구와 우연히 만남. 先施之問: 상대방이 보낸 편지를 높여서 지칭한 말. 煥然: 찬란하다. 掬움킬 국. 湖鄕: 호남지방을 뜻함. 여기서는 호숫가 마을
※一識之願: 識荊之願과 유사한 말로, 서로 인사를 나누어 面識을 갖고 싶은 바람이란 뜻으로, 아직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상대에 대한 敬辭이다. 당나라 때 李白이 荊州刺史 韓朝宗에게 주는 편지인 〈與韓荊州書〉에서 “생전에 만호후에 봉해질 필요 없고, 오직 한 번 한형주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다.(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라고 하였다.
※先施는 상대방이 보내준 편지를 높여 부르는 말로 유사어로는 下示, 下書, 敎下, 諭示, 戒意, 示事, 辱敎, 寵諭, 瑤函, 華翰, 雲箋, 惠函, 手墨, 手滋, 來函, 寄示가 있다.
※荘子 大宗師에서 魚相忘乎江湖 人相忘乎道術(물고기는 강호에서 서로를 잊고, 사람은 도에서 서로를 잊는다. 물의 존재를 잊고 태평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大道를 아는 사람은 작은 仁義를 잊고 유유히 사는 일을 비유한다.)
謹審服軆美愼行緬襄 增感勞毁之餘安得 不爾幸愼之久 而旋臻勿藥 遠外溯祝者耳
喪中에 힘든 몸으로 살피며 移葬(이장)을 하셨다니, 勞苦로 인해 그 몸이 많이 상하셨을 거라 여기니 더욱 감동됩니다. 그러나 바로 완쾌되셨다니 멀리서나마 祝賀를 드립니다. <번역을 달리함>
※服體: 서간문에서, 평교 사이에 服喪 중에 있는 사람의 안부를 말할 때 쓰는 말. 服況. 美愼: 남이 앓는 病을 높여 이르는 말. 緬襄: 移葬(遷墓)을 뜻함. 緬가는 실 면, 멀다, 아득하다, 생각하다. 襄도울 양, (높은 곳에)오르다, 옮기다. 旋돌 선, 꾸불꾸불하다, 屈曲을 이루다, 멋대로, 내키는 대로, 漸次(차례를 따라 조금씩). 臻이를 진. 溯거슬러 올라갈 소. 旋臻勿藥: 병환이 완쾌되었다는 뜻임.
應秀素拙 無狀杜伏 一隅好作人下于今幾十年所守常 自謀不及奚 暇而推助人哉
저는 평소 拙劣(졸렬)하여 아무런 功績(공적)도 없이 杜門不出(두문불출)하다, 우연히 좋은 作家를 만나서는 지금까지 거의 십 년을 늘 그런대로 보내다 스스로 꾀하질 못하였는데, 틈나면 다른 이를 도울까 합니다.
※無狀: 아무렇게나 함부로 굴어 버릇이 없음. 아무런 形象(形像)이 없음. 功績이나 착한 行實이 없음. 杜伏: 杜門不出하고 밖에 나가질 않음.
其終始董飾云云 果非賢者之望於此鄙 爲賢者恐傷藻鑑也 一枉之敎 實所喜聞 安敢猥望也 餘倩草 不盡謝儀
그 처음과 끝을 감추고 꾸미며 이르길, 이런 세속에서 과연 賢者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賢者가 되려는 자가 사람을 잘 알아보는 識見에 損傷(손상)이 갈까 염려가 됩니다. 한 번 왕림하여 지도해 주신다면 실로 기쁘게 듣겠습니다만, 어찌 감히 猥濫(외람)되이 바라겠습니까? 다른 사람에게 대신 쓰게 하느라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마칩니다.
※終始: 마지막과 처음. 董감독할 동, 董督하다(감시하며 독촉하고 격려하다), 깊이 간직하다, 堅固하다, 묻다, 감추다, 움직이다. 云云: 글이나 말을 引用 또는 省略할 때에 이러이러함의 뜻으로 하는 말. 藻鑑: 사람은 고를 때에 겉만 보고도, 그 됨됨이나 人品을 잘 알아보는 識見. 藻마름 조, 무늬, 꾸밈, 깔개(方席), 바닷말. 猥함부로 외. 猥濫: 하는 짓이 分數에 넘침. 濫넘칠 람. 倩草: 남에게 자기 대신 글을 쓰게 함. 倩예쁠 천, 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