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전통 빵
제 10 장
색다른 데이트
집에서 혼자 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이 지겹고 심심한 날이었다.
2 구짜리 핫플레이트로 만든 간단한 식사로는 영혼의 허기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수제 페이스트리 , 아니 어떤 페이스트리라도 좋으니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는 예전에 산책을 하다 , 마을 변두리 바닷가에 있는 더 유니콘이라는 식당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 그 곳을 잘 기억해뒀었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나는 딱 한 벌씩만 가져왔던 유일한 치마와 블라우스를 서랍장에서 꺼내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 놓았다.
그리고 색다른 저녁 외출을 상상하며 뜨거운 물로 호화로운 목욕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욕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 뒤 ,
욕조 안에 살고 있는 거미를 조심스럽게 다른 곳으로 옮겼다.
" 가만히 있어 . "
내가 명령을 내리자 , 거미가 즉시 순응했다.
거미는 고양이와 비슷하다.
사람 곁에서 함께 살지만 , 결코 자신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크고 오래된 수도꼭지가 시끄럽게 삐걱거리더니 , 욕실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뜨거운 김으로 가득 찼다.
나는 목욕 비누가 없어서 흐르는 물에 샴푸를 풀어 거품을 냈다.
그리고 차갑고 습한 공기를 피해 재빨리 옷을 벗고 , 거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 정말 좋다. ! "
나는 탄성을 내뱉으며 몸을 물 속으로 낮게 뉘였다.
그렇게 눈을 감고 , 행복한 순간을 음미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올려 놓은 옷 위로 레프리콘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수건으로 가슴을 가렸다.
" 나에게는 일말의 사생활도 없는 건가요 ? "
나는 그를 쏘아 보며 , 물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 내 애인이나 아내인 척하고 , 데이트 하러 나갑시다. "
그가 말했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하기 위해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로 꼬았다.
그의 발이 바닥에 닿았더라면 , 조금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 데이트요 ? " 내가 되물었다.
" 나는 혼자서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어요.
오로지 나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으로 말이에요.
나와 당신이 아니고요. "
타니스는 레프리콘의 데이트 신청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한 인간적 의례 중 하나를 경험하겠다는데 , 거부하는 거요 ? "
" 그게 무슨 말이죠 ? "
나는 그가 말을 다 끝내기 전에 끼어들어 물었다.
" 데이트 말이오. 당연한 것 아니오 ? "
그는 불쾌해 하며 말했다.
나는 가슴팍에 수건을 움켜쥔 채로 손을 뻗어 뜨거운 물을 더 틀었다.
그리고 욕조에 기대어 몸을 뒤로 젖힌 뒤 ,
눈을 감고 고민을 해보았다.
' 그는 내가 세상을 달리 보도록 나를 돕고 있고 ,
훌륭한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어 ......
하지만 , 그는 정말로 우리가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 '
나를 향해 짖궂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에 눈이 번쩍 뜨였다.
"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면 어떻겠소 ? "
그는 쾌활한 태도로 제안했다.
그는 내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며 , 다시 학자 같은 자세를 취하고는 나에게 질문했다.
" 목욕은 어떻소 ? "
" 당신도 옷을 벗고 여기로 들어오지 그래요 ? "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 짐작컨데 , 내 자리는 수도꾝지가 있는 욕조 끝 부분인 것 같군. "
그는 못마땅한 듯 눈을 아래로 내리 깔면서 말했다.
" 당연하죠.
편안한 욕조 자리는 언제나 숙녀들을 위한 것이랍니다. " 내가 말했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욕조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는 물 속에 몸을 담그고 , 거품 위로 머리만 내 보이고 있었다.
그가 앉은 쪽의 수도꼭지는 어느새 없어져 , 매끈한 욕조 면만 남아 있었다.
그러면서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 불필요한 고통을 겪을 필요는 없지 않소 ?
나의 세계에서는 수도꼭지가 있는 쪽에 기대어 누울 필요가 전혀 없다오. "
(레프리콘이 수도꼭지를 순간적으로 없애고 다른 곳으로 순간 이동 시킨 것 같습니다. ㅎ)
그의 말처럼 , 사라졌던 수도꼭지가 욕조 측면에 나타났다.
정확히 우리 사이의 중간 지점이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차가운 물을 틀었다.
" 인간은 이렇게 뜨거운 목욕물을 좋아하오 ? "
그는 붉어진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 내 생각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
내가 대답했다.
" 하지만 그런 걸 조사해본 적은 없어요.
그냥 경험상 그런 것 같아요. "
그때 그의 머리 위로 공책이 나타났다.
그는 손에 펜을 들고 , 내가 말한 것을 받아적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몸을 이완했다.
그런데 그 순간 , 쭉 뻗은 내 몸이 그의 몸에 닿았다.
나는 부끄러워하며 다리를 끌어 당겼고 , 눈을 떴다.
" 무슨 문제가 있소 ? "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잖아요.
우리 둘 다 욕조 안에 벌거벗고 있고 , 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편하다고요. "
내가 대답했다.
" 다음 일은 이미 일어났소. "
그가 물 속으로 팔을 미끄러뜨리며 말했다.
" 물은 우리의 진동을 공기보다 더 잘 전달하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접촉하고 있는 것이며 , 우리의 본질도 섞이고 있소.
내가 물에 뛰어든 순간 , 일은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다오. "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아 , 수건을 끌어당기면서 소리쳐 말했다.
" 그래도 괜찮은지 나에게 미리 물어봤어야죠 ! "
" 아니 , 당신이 나를 초대했잖소. "
그는 오해받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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