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부터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MWC 2016’까지 가장 큰 관심을 모은 IT 기술은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관련 기술이었습니다.
CES 2016에서 차량 관련 기술과 함께 VR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면, MWC 2016에서는 VR이 최고의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는데요.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이 오히려 부주제를 맡을 정도로 VR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가 차세대 플랫폼은 VR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할 정도라고 하니, VR에 대한 업계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겠죠.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실제가 아닌 가상의 환경, 즉 만들어진 환경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또 만질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분리해서 얘기하곤 했지만, 지금은 모두 가상현실이라는 카테고리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주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가상현실을 만들고 체험할 수 있게 했지만, 최근에는 실사를 이용해서 실제로 그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MWC 2016에서 선보인 다양한 VR 콘텐츠들을 보면 그래픽 대신 실사를 활용하여 현실감과 현장감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LG나 삼성의 경우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SKT는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구경하는 콘텐츠를, 고프로(GoPro)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건물 옥상을 달리는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VR 콘텐츠들이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와 같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되었습니다.
VR을 즐길 수 있는 단말기의 성격도 많이 달라졌는데요. 예전에는 주로 PC나 콘솔 게임기에 VR 단말기를 연결해서 가상현실을 즐겼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VR 단말기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언제 어디서든지 VR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에 나온 VR 단말기들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삼성과 오큘러스의 합작품인 기어VR이나 구글의 카드보드와 같은 기기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VR 콘텐츠를 재생해서 즐기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LG G5의 주변기기로 나온 LG 360 VR의 경우는 별도의 VR 스크린이 있지만, 콘텐츠 자체는 G5에서 가져오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이제는 스마트폰이 VR의 기본 단말기가 되고 있으며, 그만큼 VR의 휴대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VR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튜브에서는 360도 영상 콘텐츠를 지원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역시 360도 영상 콘텐츠를 차세대 킬러 콘텐츠로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VR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한데요. 그 중에서도 VR의 도입이 가장 기대가 되는 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VR이 가장 먼저 도입되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역시 교육 분야일 것입니다. 과학, 역사 등 다양한 과목의 교육 현장에서 VR은 최고의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체의 구조에 대해 공부할 때 인체 내부의 장기들을 그림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혈관을 타고 직접 인체를 탐험하면서 볼 수 있다면 인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직접 체험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VR을 통해 운전을 배운다면 운전이 미숙한 상태에서 도로에 나가 사고를 일으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처럼 VR은 교육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이나 도입 가능성이 매우 큰 기술입니다.
게임 분야는 이미 VR이 활발하게 상용화되어 있는 분야입니다. VR 콘텐츠 중 상당수가 게임이며, 사용자가 콘텐츠 내의 주인공이 되어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의 특성상 VR과 가장 잘 맞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게임 분야의 VR은 지금보다 더욱 현실과 동일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현재는 시각과 청각만으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후각과 촉각은 물론 몸 전체가 느끼는 이동성까지 모든 감각의 컨트롤이 가능한 게임이 등장할 것입니다. 오감을 통해 가상현실을 체험함으로써 게임 속으로의 완벽한 몰입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VR에 원격조종기술이 더해지면 그 활용성은 더욱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최근 로봇 수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만약 몸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정밀한 수술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로봇을 체내에 주입하여 로봇이 전송하는 시각 정보로 구성된 가상현실 속에서 원격조종으로 수술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고층 빌딩의 청소나 해저 탐사 등 위험한 활동에도 이러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VR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지금보다 쉬워지고 접근성이 좋아져야 할 것입니다. 많은 콘텐츠가 확보되어야 사용자들이 유입이 증가하고, VR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VR 기기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장착해 그 화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크고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LG전자에서 선보인 LG 360 VR의 경우에는 별도의 스크린이 탑재되어있기 때문에 가볍고 멋진 디자인이 가능했는데요. 이처럼 미래에 등장할 VR 기기들은 디자인과 무게 등을 고려하여 사용성 측면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3D TV 시장의 몰락을 언급하며 VR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사용성이 좋은 VR 기기들과 양질의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한다면, 향후 VR은 차세대 플랫폼으로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 ㅣ 이학준 (http://poem23.com/ 필명: ‘학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