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게와 갈대”

[두문불출]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게와 갈대”

게 두 마리가 갈대 이삭 하나를 놓고 각축(角逐)을 벌이고 있다.
게와 갈대는 흔히 함께 그려지는 짝인데 갈대는 한자로 로(蘆)라 하며 
게가 갈대를 물어 전하면 전로(傳蘆) 혹은 전려(傳?)라 한다.

전로와 전려는 음(音)은 달라도 중국 음으론 같은 “루“인데 
”전려(傳?)“는 예전 과거시험을 볼 때 합격자를 궁궐의 전시에서 황제께서 
납시어 장원(壯元)으로 급제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呼稱)이다.  

게는 한자로 해(蟹)인데 예전에는 각 지역의 향시(鄕試)에서 합격한 사람만 
중앙으로 올라가 전시(殿試)에 응시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발해(發解)다.

해(解)와 해(蟹)는 음이 같아 발해에 뽑힌 사람(게)이 다시 전시해서 전려(갈대). 
즉. 급제(及第)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해용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 =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

횡행개사(橫行介士)는 게의 별명인데 게는 말 그대로 옆으로 횡행한다는 
말이고 개사(介士)는 강개(慷慨)한 선비란 뜻이다.
즉 집게까지 든 갑옷 입은 무사가 제멋대로 거리낌 없이 횡행사해(橫行四海)하며 
천하를 마음껏 주름잡으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화제(畵題)의 의미는 임금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바른말을 하라는 뜻일 것이다.

모든 동물은 살 속에 뼈가 있는데 반대로 게는 뼈 속에 살이 있다. 

게는 걸핏하면 구멍 속으로 숨어 버리는 겁쟁이로 알지만 
그러나 바다 용왕 앞에서도 삐딱하게 옆으로 걷는 강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갈대 이삭을 문 게로 과거 급제를 축원(祝願)하면서
소과 대과에 연달아 합격하라고 두 마리를 굳이 그려 넣어 암시를 했다. 

마지막으로 장원급제한 후에 천하를 주름잡는 큰 인물이 되어 임금 앞에서도 
직언(直言)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라는 주문(注文)까지 담았다.

게의 두 가지 상징을 절묘(絶妙)하게 겹쳐 놓은 뜻 깊은 그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