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주말이다.
5월에 가기로 한 울릉도 세일링 준비도 할겸, 연습도 할겸 수산항 요트장으로 이동한다.
수산항에 도착해보니 육상에 계류하고 있던 레이싱정들이 바다에 내려져 있다.
이제 본격적인 요팅의 계절이 오는 것이다.
CLJAY호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엔진의 시동을 건다.
충분한 예열 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요트 이곳 저곳을 확인한다.
저번주에 제이가 요트 선미에서 통발을 내려두고 갔었다.
올려보니 바다게가 한마리 들어와 있다.
꺼내 주려고 하니 집게발로 그물을 잡고 버틴다.
가가스로 꺼내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주었다.



가져온 짐들도 정리하고,
제이가 계류줄을 풀고, 바다로 나간다.
목적지는 속초앞바다에 있는 조도를 돌고 오는 것으로 정하였다.
수산항을 빠져나와 항로를 동쪽으로 잡고 나아간다.
양양군 수산리 앞바다에는 정치망들이 많아 정치망을 사이에 두고 빠져 나갔다.
약 2마일 이상을 빠져나온 후 정치망들이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변침하여 항로를 북쪽으로 잡았다.
세일을 펼치기에는 바람이 약하다.
바람은 약한 남풍이 불고 있어 기주로 진행을 하였다.
바다상황은 큰 너울과 바람에 의한 잔 파도들이 0.5m미만으로 치고 있다.
속초를 향해서 30분 정도 기주를 하다가 바람이 조금 강해지는 것을 느껴 세일을 펼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제이에게 물어보니 조금 더 진행해 보자고 한다.
물치항 정도를 지나가는 지점에서 갑자기 바람이 거세어 진다.
갑자기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고 바람의 강도가 어마어마 해졌다.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파도는 갑자기 1.5m이상으로 쳐오며 요트의 좌현을 때린다.
측풍을 받은 요트는 우현으로 눞는다. (약 30도 정도 힐링되었다)
세일을 펼치치도 않았는데 이 정도로 요트가 힐링되기는 처음이다.
좌측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요트의 좌현을 때리고 칵핏으로 쏫아져 들어온다.
나와 제이는 파도에 흠뻑 젓고 말았다.
귀전을 때리는 바람소리가 윙윙거린다.
약 5분 정도 속초를 향해 항해를 계속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회항하기로 결정 하였다.
요트를 우현으로 꺽어 항로를 다시 남으로 변침하였다.
이제는 우현에서 바람과 파도가 밀려온다.
매섭게 때리는 바람과 파도는 그칠줄을 모른다.
역시 바다는 알수가 없는 곳이다.
우리는 그간 수산항에 도착한 이후에는 육지에서 1마일 이내의 범위에서 주로 세일링을 하였다.
오늘은 조금 먼바다에서 세일링을 해보기로 하고 3마일 정도를 빠져 나왔는데,
원래 먼바다는 이런걸까?
아니면 돌발적인 기상 상황인가 알수가 없다.
요트는 파도에 올라타고 아래로 떨어질때 요트헐(요트의 바닥)이 수면에 부딪치며 텅텅거리는 소리를 낸다.
울릉도에 가려고 한 마음에 살며시 두려움이 몰려온다.
요트는 다행이 수산항 앞 4마일 지점으로 돌아왔다.
바람도 조금 약해졌고, 파도도 1m내외로 조금 잔잔해졌다.
항구로 이대로 돌아 가기는 서운한 감이 든다.
제이에게 요트 세일을 펼치고 항해연습을 하자고 제안했다.
제이도 울릉도항해 연습도 해야 한다고 하며 흔쾌히 동의한다.
주위에 정치망이나 다른 그물들이 없는 해역에서 연습을 하기에 안심도 되었다.
바람을 정면으로 받을수 있도록 선수를 조정하고, 오토파일럿을 작동시켜 항로를 고정 한후
제이와 협심하여 짚세일을 펼쳤다.
짚세일을 좌현으로 펼치고 엔진을 최소 출력으로 조정하고 짚세일이 바람을 받도록 조정한다.
오랜만에 해보는 세일링이라서 자꾸 바람을 제대로 타지 못한다.
짚세일을 다 펼치니 세일 조종이 여의치 않다.
제이에게 휠(요트의 방향을 조정하는 손잡이-자동차의 핸들)를 넘기고 짚세일 을 감아들이는데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분다.
순간 바람을 받은 짚세일이 활짝 펴지며 요트가 힐링한다
요트가 좌현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다.
요트 좌현 라이프라인 바로 아래까지 바다물이 닿도록 요트가 좌현으로 기운 것이다.
선실에서는 와장창 물건들이 쏫아지는 소리가 난다.
제이가 선수를 풍상(바람이 부는방향)으로 변침하고 나서야 요트는 안정된 자세를 취한다.
그사이 짚세일이 펄럭거리고 나는 짚세일을 감아들인다.
짚세일을 30% 감아 들이고 나서 세일을 다시 시작하였다.
CLJAY호는 바람을 잘 받을 경우 6.3노트까지 속도가 났다.
짚세일만 펼쳤어도 나는 속도이다.
통상 3~4노트 정도는 무난하게 나온다.
30분 정도 이리저리 바람에 따라서 돌아다녔다.
동영상을 찍었으나 영상에는 현장의 느낌이 담아지지 않는다.
이제 바다에 나온지도 2시간 정도 되어간다.
제이가 멀미가 오려고 한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침로를 정서로 변침한다.
육지가 가까워질수록 파도는 조금씩 낮아진다.
그래도 파도는 1M를 넘나든다.
수산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계류를 했다.
눈을 만지니 눈이 따깝다. 바닷물을 뒤집어 쓴 이유 때문이다.
시간은 어느덧 3시가 다 되었다.
선실에서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한다.
이제 다시 요트 수리다.
오늘은 컴파스(나침반)안에 내장되어 있는 램프를 달아야 한다.
컴파스등이 내장되어 있어야 하는데 전주인이 없애 버렸다.
컴파스등이 없으니 야간 항해시 무척 불편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울등도 항해는 야간항해가 필수 이기에 미리 정비를 해야 한다.
딱 맞는 부품이 없어 자동차용 램프를 여러개 사다가 얼추 맞추어 보고 가공해서 장착을 해야 한다.
준비한 램프중 하나가 그나마 사용할수 있을 정도이다.
등을 장착하고 전원을 연결 하였는데도 램프가 들어오지를 않는다.
엔진룸에서 콕핏으로 올라오는 전선들을 다 점검해보았으나 콤파스에 연결되는 전선이 없다.
전 선주가 전선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다시 전선을 깔아야 하는 상황이다.
콤파스를 분해하고 거치대를 탈착하려는데 도무지 거치대가 탈착이 안된다.
거치대가 분해 되어야 전선을 새로 가설 하는데 거치대가 분해가 안 되니 난감해진다.
고민 끝에 콤파스 거치대에 구멍을 내고 전선을 연결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선실 컨트롤 박스에서부터 새로 라인을 만들어 콕핏까지 끌고 오는 일이다.
선실로 내려와 컨트롤 판넬을 다시 분해 하였다.
그리고 일일이 단자를 점검하여 나아간다.
전선들을 점검하던중 엔진룸 천장 구석에 돌돌 말려서 고정해놓은 라인을 발견 하였다.
테스터로 찍어보니 죽은 라인이다.
시작점을 찾으면 그 라인을 이용할수 있을 것 같다.
컨트롤 박스 뒤의 라인을 모두 점검한 끝에 라인을 찾아 컴파스 등 스위치에 연결 하였다.
이제는 이 라인을 콕핏까지 올려야 한다.
엔진룸 천장에 칵핏으로 연결되는 가는 파이프가 있어 여기를 통해서 위로 밀어 올리고, 휠을 공정하고 있는 기둥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하여 전선을 빼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이럴때 만능 공구로 변신하는 철사옷걸이가 있다.
배안을 뒤져 철사 옷걸리를 찾은 후 긴 철사로 만들었다.
가는 파이프를 통해서 철사를 넣어 휠고정 파이프를 지나 박으로 나가는 구멍을 찾아 보았으나 안 된다.
지켜보던 제이가 자기가 해보겠다고 한다.
제이가 철사를 밀어 올리고 나는 밖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서 보니 철사가 보인다.
어렵게 끈을 이용해서 철사를 끄집어 내었다.
무슨 일이든 제이가 도와주면 잘 처리된다.
역세 제이는 나의 수호천사다.
콤파스 등을 연결하고 전원을 넣으니 잘 들어 온다.
다음으로 일본에서 장착 되어서 온 TV와 카오디오를 철거 하였다.
TV는 위성 TV인데 요금을 안내서 나오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해서 일단 철거 하였다.
그리고 선미 침대 아래에 있는 전선들을 정리하고,
요즘 잘 충전이 안되는 쏠라판넬 라인을 점검 하였다.
쏠라판넬에서 내려온 전선이 일본에서 장착 되어온 안정기를 거치고 이것이 충전기에 연결되는 구조인데, 어디의 문제인지 잘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쏠라판넬에서 나온 전선을 바로 충전기에 연결하니 잘 작동이 된다.
충전기를 통해서 나온 선을 인버터용 밧데리에 연결 해두었다.
인버터용 밧데리는 바다 항해시 교류로 사용되는 장비에 전원을 공급해주는 용도이다.
이제 마무리를 하려는데 조금전에 작업을 해둔 선미 선실의 DC용 라인에 전원이 안들어 온다.
차트테이블의 DC전원도 안들어 온다.
혹시 작업중에 합선이 되어서 그런줄 알고 모든 퓨즈를 다 점검해 보았는대 모두 정상이다.
선내의 DC전원 라인은 매우 중요한 전원이다.
다시 컨트롤 판넬을 다 일일이 점검 해봐야 한다.
제이가 갑자기 DC램프가 불이 켜졌다고 한다.
정말이다, 다행이다. 다시 컨트롤 판넬을 장착하려고 하니 다시 램프가 꺼진다.
어느곳에서 접촉이 불량한가보다.
일일이 찾아야 한다.
찾아보니 판넬에서 스위치에서 퓨즈로 나가는 곳에서 납땜이 떨어져 있다.
예전에도 수리한 흔적이 있는 곳이다.


요트에 가져다둔 전기인두를 찾아서 납땜을 하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요트 내부를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오후 8시가 넘어버렸다.
나오다 보니 디스커버리호 선장이 와 있다.
신원장은 오늘 요트에서 잠을 자고 일요일 세일링을 할 거라고 한다.
우리는 안부만 전하고 다음주에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수산항을 빠져 나왔다.
속초시내로 나와서 저녁을 먹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서울로 출발 했다.
집에 도착하니 몸이 천근 만근이다.
다행이
오늘 세일링(범주)도 했고,
요트 수리도 만족한다.
앞으로도 할 일은 태산처럼 많건만, 그래도 즐겁다.
요트타고 울릉도 갈 생각,
요트 수리 하느라 돈내고 고된 노동하고, 아까운 시간 죽일 생각으로 잠에 빠져든다.
첫댓글 이렇게 파도가 심한 날도 항해를 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저 같았으면 아마 배멀미로 한달은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
온갖 수리도 다 할 수 있어야 이런 요트를 보유할 수 있나 봅니다. 애 쓰셨습니다~~
수리 할것이 한거번에 일목요연하게 하는 거면 전문가에게 맞기겠는데요,
하다보면 하나씩 문제가 발생을 하고, 그것 하나때문에 사람을 부르기도 애매하니 공부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항해중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열심이 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