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주 북소리(파주 페어 북앤컬처)
2024년 파주 북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파주 페어 – 북앤컬처>라는 이름으로 9월 6일(금)부터 9월 8일(일)까지 개최되었다. 파주 북소리는 2000대 초반 ‘파주출판도시’가 조성된 이후 ‘책’이라는 오래된 문화적 원천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책의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행사의 초점을 전적으로 책에 집중하여 책의 전시 및 판매, 책에 대한 소개와 강연을 거리와 입주사 곳곳에서 실행하였다. 행사가 있는 시기에는 책들을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가방에는 한가득 책들이 쌓여있었다. 평소에 읽고 싶은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판사마다 발행한 책들에 대한 강연을 통해 책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을 맘껏 제공해주었다. 그런 까닭에 북소리 기간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문화적 활력으로 가득찼었다. 나 또한 이때 구입한 많은 책들이 현재 책장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행사의 규모는 완전하게 변모하였다. 우선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축제에는 더 이상 책이 판매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10% 할인이 되고 그밖에 부가물도 주어지는 상황에서, 축제 현장에서의 판매 또한 10%이상의 할인은 불가능하였고 사람들은 책을 살 매력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 후 행사 규모는 점차 축소되었고 거리에서 책을 전시하는 일도 중단되었다. 다만 ‘지혜의 숲’(출판도시 정보관)을 중심으로 강연이나 물품 판매와 같은 행사가 진행되었을 뿐이다. ‘북소리’ 축제였지만 책이 사라진 것이다.
책의 위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거기에 더해 ‘도서정가제’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주었지만, 전체적인 책 판매 및 독서열풍에는 분명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소리’ 축제의 쇠퇴는 그러한 독서문화의 쇠락을 보여주는 명백한 징후였다. 출판도시 입주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위기를 느꼈다. ‘출판도시’를 사람들이 찾는 문화적 명소로 만들려는 욕망은 점차 위험에 빠진 것이다. 이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제 ‘책’을 넘어서 문화적 협업을 통해 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몇 차례 파주출판도시를 살리기 위한 심포지움이 열렸고 내부적으로 변화를 위한 방법이 모색되었다. 그 결과 2024 북소리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2024년 북소리의 주제는 ‘BOOK ALIVE'이다. ’책의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그 방법으로 채택된 것이 책과 문화의 협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행사 운영이었다. 책판매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축제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번 행사에 연극과 음악극 그리고 프린지 공연, 낭독공연이 다양하게 배치된 이유이다. 책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기 보다는 ’책‘과 관련된 문화적 행사를 통해 책의 부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거리에 책방부스가 다시 열렸고 공연과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공연의 내용도 대중적인 요소를 부가했고 유명인사들을 각종 행사에 포진시켰다. 오랜만에 ’책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치열한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9월 7일(토) 행사장에 가보니 조금 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9월이 시작되었음에도 여전히 폭염이 진행 중인 것도 행사에는 분명 어려움을 추가할 것 같다. 가을철 행사는 거리를 걸으면서 날씨의 청량감과 다양한 감각적 즐거움을 얻게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30도가 넘는 기온은 사람들의 이동을 정지시킬 수밖에 없다. 조금 빠르게 잡은 행사기간도 어쩌면 행사의 악재로 작용할 듯 싶었다. 연극 공연 예매표는 모두 판매된 것으로 보아 제법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당히 큰 규모로 이루어진 준비에 예년과 같은 수준의 사람들만 찾는다면 분명 아쉬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기대해본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전히 ‘북소리’의 핵심이 드러나지 않는다. 책의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육지책을 선택한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책은 중심에 없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책방 부스에 참여한 출판사들도 신생 출판사나 독립출판사들이 대부분이었고, 기존 출판사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오랫동안 북소리를 이끌었던 ‘한길사’의 참여도 없었다. ‘책’ 축제는 책 자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러한 관심을 책에 대한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책들이 판매되지 않는 ‘북소리’는 엄청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연극 공연이 이루어지고, 책과 관련된 낭독이나 그림, 음악공연이 곁들여진다해도 ‘책’ 자체에 대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과 책을 읽게 하는 욕망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책 축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어떤 행사든 그 행사의 본질은 행사의 주체에 대한 관심과 구매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2024년 북소리 축제 프로그램을 보면, 행사 기획자들의 고민이 읽혀진다. 그럼에도 책방부스들이 다시 거리에 나온 것은 반가웠다. 최소한 책이 잠시 동안이라도 거리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추진된 행사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얼만큼 잡을 수 있는가가 이 행사의 성공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책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대, ‘BOOK ALIVE'을 외치는 출판도시의 실험과 도전이 조금은 결실을 얻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문화적 행사가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을 기대하면서, ’책‘을 읽고 구매하는 관심을 지속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첫댓글 - 책의 위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책을 읽게 하는 욕망을 부여하지 못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