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성지순례 후기
필리핀 관광청과 필리핀 항공 후원으로 진행하는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관련 인사 초청 행사, 답사 팀 구성과 운영을 의뢰받아 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냈으나 나름, 기쁨의 순례길 이었다.
필리핀 성지 순례의 중요 포인트는 말할 나위 없이 롤롬보이 성 김대건 성지이다.
1836년 12월3일 서울을 떠난 지 6개월여 만에 마카오에 당도한 김대건 일행은 긴장이 채 풀리기도 전에 마카오를 떠나야만 했다. 포르투갈 식민정치에 불만을 품은 청국 인들이 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행히 란은 그해 겨울이 진압돼 다음해 마카오로 귀환하게 됐으나 11월 26~27일 밤사이에 김대건 일행의 맏형이던 최방제가 열병으로 죽고 말았다.
동기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채 아물기 전인 다음해 1839년 마카오 민중이 재 봉기하자 다시 마닐라로 피난길에 올랐다.마닐라로 피난 온 김대건 일행은 다행히 성 도미니꼬 수도회 원장 초청으로 마닐라 인근의 롤롬보이(Lolomboy)에 있는 성 도미니꼬 수도원 별장(농장)에서 11월 마카오로 귀환할 때까지 약 6개월간 피난살이를 했다.
이곳 사적지에는 김대건과 최양업의 피난생활을 회상시키는 「망향의 망고나무」가 있다. 망향의 망고나무는 이곳에 피난 와 있던 김대건이 그해 여름 아버지 김제준으로 부터 뜻하지 않은 편지를 받아 보게 돼 고향을 그리는 김대건의 마음을 생각 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으로 가는 동지사 일행 속에 숨어들었던 한 신자가 북경까지 그 편지를 갖고 와 뭍으로 바다로 해서 몇 만 리를 지나 보낸 지 4년 만에 김대건의 손에 닿은 부친의 편지였다.김대건과 최양업은 이 편지에 뜨거운 눈물을 적시며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 읽고 또 읽고 한 자도 빠짐없이 외울 정도로 거듭 거듭 읽었다.그러나 김대건이 편지를 받고 감격해 할 무렵 조선에선 기해박해가 터져 그의 아버지 김제준과 최양업의 부친 최경환은 옥고를 치르고 9월 장엄히 순교했다. 김대건이 받은 부친의 편지는 이역만리 떨어진 아들에게 희망과 위안, 기쁨을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이곳에는 성인께서 순교를 하신 시점부터 밤이면 목이 없는 사람이 나타나, 동네 사람들이 혼비백산 하여 도망쳤고, 개들까지도 자지러지도록 짖어댔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후일, 동네 사람들은 성인께서 한국에서 목이 잘려 순교하셨다는 소리를 듣고, 성인의 영혼이 나타나시는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다음 순례 지는 마닐라 대성당이다.
마닐라 성당은 필리핀 대교구로써 1581년에 세워진 돔 모양의 지붕으로 내부는 웅대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조각으로 이루어 져있고 "로마의 광장"이란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마닐라의 중심 인트라무로스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풍스러운 외관에서 알 수 있듯, 필리핀 부유층들의 고급 결혼식 장소로 유명 하며, 1571년 처음 지어진 후 1574년 중국 침략,1583년 화재와 수차례 지진과 2차 대전 당시 피해 등으로 소실과 보수 끝에 1958년 재건된 현재의 모습이다.
불과 5~6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과 박물관이 있다.
1571년에 세워져 내부는 바로크식 인테리어로 지어졌으며 옛 도미니코 수도원에 붙어 있고, 필리핀 가톨릭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스페인 풍으로 설계한 최초의 유럽식 석조건물이다.
스페인 시대의 성당으로 '기적의 교회'라고 불린다.
1587년에 착공하여 1607년에 완성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이곳만은 남아있었다.
성당 내부에는 19세기 두 명의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천정과 벽의 정밀한 벽화, 17세기에 수사들에 의해서 조각된 성가대석, 바로크식 설교단, 18세기에 제작된 오르간과 19세기 프랑스산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등이 있다.
성당 안쪽 마당에는 1973년에 세워진 '성 아우구스티노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과거 성당을 장식했던 그림(성화), 성가대석, 전례 복 등 성당과 관련된 17~18세기의 다양하고 진귀한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
성당 옆에 있는 옛 도미니코수도원은 우리의 김대건 성인이 마카오에서 처음오실 때 몇 일간 머무셨던 곳 이기도하다.
다음 순례 지는 이번 답사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달락 지방의 모나스테리오
(Monasterio) 수도원이다.
수도회 정식 명칭은 “십자가 현양 그리스도의 종” 수도회다.
이 곳은 필리핀 국가 지정, 생태 보존지역, 44헥타르의 넓은 땅에 세워진 로컬 수도회로 2005년 설립을 추진하여 2007년에 완공되었으며,
이수도원의 특징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당시 진품 십자가 조각(성목)이 은으로 된 함에 담겨 제대 밑에 모셔져 있다.
‘성 헬레나가 예수님의 십자가 발굴을 위해 예루살렘의 골고 타 언덕 을 파고 들어가 세 개(좌 도. 우 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발견하였으나 어느 것이 예수님이 못 박히셨던 십자가 인지 알 수가 없어, 병으로 죽어가는 여인에게 모든 십자가를 만지라고 했고, 그 여인이 만지고 병이 낫게 된 십자가를 예수님 십자가로 선언 하였다 한다.
그 십자가는 작은 조각으로 갈라질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친구하여 크기가 작아졌으며, 그 중 일부가 이수도원 성전 재대 아래에 모셔 저 있다.
모셔 오게 된 경위는 유럽 지역에는 많이 있으나 필리핀에 는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알치 콜텔스 신부가 2005년 교황청 성물 담당 부서에 청원하여 2007년에 결실을 보아, 독일에서 모셔오게 되었다한다.
또한 매년 2회 함을 열어 현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성목을 모셔온 1월의 셋째 주 토요일과, 공동체(수도회) 설립일인 9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방문하는 모든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루 종일 함이 열린다 한다.
성목의 크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십자가 나무와는 크기가 다르다 한다. 보관함의 크기로 미루어 짐작은 가나 정확한 규격을 묻는 신자들에게 담당 수사님이 성물은 성물로만 여기고 그 안에 담겨진 의미를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대신 하신다.
수도회 입구 오른쪽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예수님상이 마을을 향해 우뚝 서 있는데 세계에서 두 번째 크기라고 자랑한다.
해발 300미터의 산 정상에 위치해 있어 주변 경관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 할 수 있다.
열심히 순례 길을 돌고나니, 하루는 힐링 시간도 주님께서 허락 하셨다.
마닐라 북쪽 푸닝에 있는 노천 온천에서 하루를 보냈다.
빼어난 주변 경치와 여러 개의 노천 온천탕이 조성되어 있고, 온천 물 폭포 마사지 코스와 온천모래로 찜질과 얼굴 진흙 마사지 코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온천지역까지 지프니를 타고 비포장 덜컹대는 산길을 오르는 체험 또한 이채로웠다.
천장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 정리 편집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다녀 온지 벌써 1주일이 다 되어 간다. 이제야 마음을 가다듬어 생각 해 보니, 두 달 여 준비 기간 끝에, 내포 성지 전담 신부님, 순교 복자 회 수녀님, 교회사 부소장 신부님과 위원, 성지순례 단장 및 순례 안내 봉사자 등 하나같이 내노라 하시는 분들 25명이 무사히 다녀오게 된 것이 우리들의 힘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살피심, 그리고 그곳에 계신 김대건, 최양업 사제의 전구가 있으셨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님께 찬미와, 성모님과 성 김대건 사제와 가경자 최양업 사제에게 공경과 함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과 복자, 순교자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