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섬 하나 그리며
박윤근
우리 어매 산매자 꽃 붉은 아기집에 나를 두었을 적 초승 빛 더듬어 오던 약지 끝으로 흰 섬 하나 떠오르며 나를 낳았다는 오늘 건들바람도 조용한 하늘 아래서 꿈을 꾼다 무등한 어깨 감아 입은 탄탄한 산맥 틈으로 일어선 물줄기 시내를 지나 강줄기로 모이더니 이내 소나무에 얽힌 근한 힘들이 가는 모래에 아랫도리 밀며 무수기사랑 만나려는 뜻도 보고 펄펄한 수초 그늘 그늘에 쌓인 어둠들이 모여 섬 보러 가자 섬 보러 가자 잎잎에 노래하며 한가로운 산 빛 제치고 진득한 햇빛 낱낱도 만나더라 그랬지 그 어디 소금 티끌 어느 여울 여울에 뿌릴 수 없는 사랑이 흐르더라 섬 보러 가자 섬 보러 가자 뻐꾸기 울음도 디뎌 마신 은빛 숫 고기도 잎잎에 눈 비비며 즐거워하는 이 산 천년 꿈결이 궂은 손때 달아오른 돌비늘에 비친 山, 쓰라린 기억 밑으로 손을 넣었을 때 별 하나 이녁의 구들에 넉넉히 빛나는데
삼삼한 것은 언뜻 막 잠 끝에 보였던 강의 긴 등으로 묻힌 여러 섬 가운데 인비늘처럼 빛나는 흰 섬 하나가 설깬 내 눈썹 위로 아득하더라
박윤근 | 2015년 『문예바다』로 등단. 시집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