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 7일 육군본부 인사국에 군승과(軍僧科)가 설치됨으로써 한국군에 군종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군종 사제의 신분은 초기에는 무보수 촉탁(囑託) 신분이었고, 1952년 9월부터는 유급(有給) 문관이 되었으며, 1954년부터는 현역 군인 신분이 되어 장교 계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1958년에 ‘한국 천주교 군종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창설되었고, 1959년에는 ‘군목사업주일’이 제정되었으며, 1963년에는 사제단이 정식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에서 인준되었습니다.
1968년부터는 군인주일을 10월 첫째 주일로 지내게 되었고, 1969년 9월부터 사제단은 일반 교구처럼 ‘총대리’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1986년부터는 군종 사제가 아닌 민간인 사제가 총대리에 임명됨으로써 군 사목 효율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1987년 주교회의에서는 새로 공포된 ‘군 사목에 관한 헌장’에 근거하여 ‘군종교구 정관’을 마련하여 교황청에 올리게 되었고,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이를 인준하시어 사제단을 교회법적으로 교구와 유사한 체제의 ‘한국 천주교 군종교구’로 설정하시고 군종교구장 주교님을 임명하셨습니다. 정관에 의하면, 군종교구의 주교좌 성당은 서울에 두고, 모든 현역 군인들과 군무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관할 신자로 하며, 군종교구장 주교님은 일반 교구의 교구장 주교님들과 교회법적으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습니다.
올해(2023년)부터는 매년 10월 둘째 주일을 군인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를 가야 하는 우리 나라 현실 속에서 군 복음화는 매우 중요한 청년사목의 장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하여 군종교구와 군 사목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10여년 전인 2012년 20-24세 청년 영세자는 모든 교구를 통틀어서 3만 여명이었는데, 그 중 군종교구에서 세례를 받은 이들은 무려 2만 7천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를 크게 받은 2022년 군종교구에서의 세례자 수는 17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지난 해 봄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군종교구는 이처럼 크게 타격을 받은 군에서의 청년 사목과 선교 활동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군종신부님들을 비롯한 군종교구에 속하신 분들의 치열한 노력만으로는 군 복음화의 과제를 결코 성취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바로 우리 교우들의 아들, 딸이고 손자, 손녀입니다. 이들이 건강하게 군 복무를 하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든 신앙인들의 관심과 격려,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오늘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군 사목에 더 깊은 관심과 영적, 물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