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사 27〔其二十七〕
왕위를 이은 우거 참으로 교만하였으니 右渠嗣位意眞驕
한나라 도망자 유인하고 조회도 안 했네 誘漢亡人又不朝
진국의 조공 막고 사신까지 죽였으니 況遮辰貢戕皇使
눈앞에 닥칠 화를 헤아리지 못하였던가 禍在眼前尙未料
한 무제(漢武帝) 때 위만(衛滿)의 손자 우거(右渠)는 한(漢)나라의 도망자들을 유인하여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함을 믿고 한나라에 조회가지도 않았다. 또 진국(辰國)의 조공 길마저도 가로막고 못 가게 하였다. 한 무제가 섭하(涉何)를 보내 꾸짖고 알아듣게 이야기하였으나 우거는 끝내 조서를 받들려 하지 않고 섭하를 습격하여 죽이고 말았다.
.[주1] 진국(辰國) : 안사고(顔師古)는 진한(辰韓)으로 보았으나 《한국지명연혁고》에서는 이를 틀린 것으로 보고 조선과 함께 남북을 분할하여 건국한 나라라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진(辰)이 뒤에 마한(馬韓)이 되고 마한이 나뉘어 삼한(三韓)이 되었다. 《사기》에는 ‘진번 주변의 여러 소국〔眞番旁衆國〕’으로, 《한서》에는 ‘진번과 진국〔真番辰國〕’으로 되어 있다. ‘진번(眞番)’은 압록강 유역에 있었던 한나라의 사군(四郡) 가운데 하나이다. 《前漢書 卷95 朝鮮傳》 《韓國地名沿革考 辰國》 《史記 卷115 朝鮮列傳》[주-D002] 한 무제가 …… 말았다 : 섭하(涉何)는 한 무제의 사신으로 원봉(元封) 2년(기원전 109)에 위만조선에 왔다가 조선의 왕인 우거의 거부로 사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귀국하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국경에 이르자 자신을 전송하러 온 장(長)이라는 이름의 조선의 비왕(裨王)을 마부를 시켜 살해한 뒤 곧바로 패수(浿水)를 건너 귀국하고 말았다. 그리고 조선의 장군을 한 명 죽였다고 거짓으로 보고하자 한 무제는 사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섭하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를 요동 동부도위(遼東東部都尉)에 임명하였다. 이에 조선에서는 원한을 품고 요동에 군대를 보내 섭하를 습격하여 죽였다. 《史記 卷115 朝鮮列傳》
출전 : 한국 고전번역원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이상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