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현수 (주)SYC 대표
좋은 건축은 좋은 자재에서 시작된다
최고급 건축 시공자에서 자재업계 CEO로
“좋은 건축은 좋은 자재를 선정해 바르게 사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30여년간 쌍용건설에 몸 담으며 국내외 대표적 랜드마크 건축물 시공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던 이현수 (주)SYC 대표의 소신이다. 이런 소신은 이 대표가 수십년간 익숙했던 건설산업을 떠나 건설자재 기업의 CEO로 과감히 자리를 옮긴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건설현장에서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재를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연재 대신에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고귀한 목숨이 화재 등으로 희생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건설인으로서 사명감과 역할이 절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소신 아래 여러 건설자재 중에서도 특히 내화 성능이 뛰어난 ALC(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ㆍ경량기포 콘크리트)에 관심을 갖게 됐고 깊이 파고들수록 탁월한 내화성과 우수한 친환경성, 단열성, 시공성, 경제성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에 더해 (주)SYC(쌍용ALC)와 쌍용건설 간의 깊은 인연도 이직 결심에 한몫 했다.
ALC에 대해 먼저 소개해 달라.
ALC는 규석, 시멘트, 생석회, 알루미늄 분말을 주원료로 하여 고온, 고압의 증기로 양생한 기포콘크리트를 의미한다. 국제적 학술용어로는 AAC(Autoclaved Aerated Concrete)다. ALC는 1889년 독일에서 연구, 개발됐고 상품화는 1929년 스웨덴의 YTONG사가 생산,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한랭한 기후 조건의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우수한 단열 성능과 시공상 기후 제약 요소가 적은 건축자재의 필요성에 부합해 개발, 사용되다가 건축 현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전후 복구 사업을 위해 1945년 독일의 조셉 헤벨(Josep Hebel)이 Hebel사를 설립한 이후부터라고 보면 된다.
그 후 주변의 유럽국가로 보급됐으며, 친환경 건축자재로 인정받아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시멘트 생산업체인 쌍용양회(주)는 지난 1992년 세계 최대의 ALC 생산업체인 독일의 Hebel사와 기술 제휴하여 쌍용ALC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ALC 생산기술은 물론 국내 건축물 적용기술 보급, 표준설계 개발, 구조설계기준 제정 등 국내에 ALC 적용 기반을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 지난 2001년부터 (주)SYC가 쌍용양회로부터 ALC사업부문을 포괄적으로 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ALC는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되나.
ALC 제품은 크게 ALC BLOCK, ALC PANEL 제품으로 구분된다. ALC BLOCK은 내·외부 모든 벽체용(내력, 비내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벽체별 요구 성능에 따라 제품 두께를 달리하여 적용하고 있다. 주로 주거 시설인 공동주택(APT), 오피스텔, 호텔, 단독주택부터 지식산업센터, 병원, 대형 마트, 공장, 상가 등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건축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ALC PANEL은 패널재로서 ALC BLOCK으로 시공이 어려운 장SPAN용으로 주로 내화 성능이 요구되는 발전소, 물류센터, 대형 마트, 공장에 사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ALC BLOCK처럼 모든 건축물 내·외부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ALC 제품도 위기를 겪었다고 들었다.
1990년대 초반 주택 200만가구 건설 등으로 건설시장이 활황기였을 때 해외에서 호평받던 ALC제품을 쌍용ALC뿐 아니라 다수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국내 시장에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ALC시장이 화려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신제품에 대해 보수적인 건설업계 전반의 분위기 탓에 초기 현장 적용이 어려웠고 자재의 특성에 맞는 시공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초기 작업자들의 불량시공 문제도 잇따랐다. 이런 불량시공의 원인이 시공상 문제가 아니라 자재의 단점으로 인식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20여년간 강도가 약하다는 인식은 고강도 ALC로, 습기에 의해 곰팡이가 발생한다는 문제는 발수ALC 개발, 시공기술 및 도구 발달, 숙련공 숫자 확보 등에 힘입어 시공 품질이 향상되면서 극복했다.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았고 현재는 공동주택,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공장), 오피스텔, 호텔 등 내부 칸막이 벽체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ALC가 각광받는 이유는.
경제성장 덕분에 국민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환경 건축자재를 갈망하면서 ALC제품이 가진 친환경성, 단열성, 내화성 등의 주요 성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실제 ALC주택 거주자들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원주택을 계획하는 건축주들의 선택지에 ALC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LH공사, SH공사를 시작으로 공기업들도 장수명 공동주택(APT) 개발을 위해 다양한 평면에 더해 향후 리모델링 등을 고려, 기존의 벽식 구조를 탈피한 라멘 구조 및 무량판 구조로 설계하여 실내 벽체를 비내력 경량벽체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힘입어 향후 경량벽체 시장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경량벽체 자재 중에서도 성능과 경제성을 갖춘 ALC 적용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그동안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병원 등 각종 프로젝트에 ALC를 사용하던 건설업체들도 공동주택 내부 벽체에 기존 습식 시멘트벽돌 대신 ALC 적용이 예상돼 ALC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주)SYC의 현재 입지와 계획은.
올해는 (주)SYC에 ‘제2 창업의 해’가 될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유럽에서 최첨단 Super Smooth ALC Cutting Machine을 도입해 신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표면이 더 매끄럽고 더 정밀한 규격으로 생산돼 시공성이 향상됐다. 기존 모르타르 사용의 습식 공법과 더불어 ALC 제품규격이 정밀해짐에 따라 유럽의 건식 조적용 접착제도 수입, 적용함으로써 건식 공법으로도 시공이 가능한 기반까지 갖췄다. 습식 공법의 취약점이었던 동절기 시공까지 가능하게 됨으로써 연중 어느 때나 시공이 가능해졌다. ALC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에는 2013년 이후 지속해 온 생산설비 증설로 대응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 각국의 주거문화는 다르지만 친환경성, 내화성, 단열성 등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보편화된 건축자재로 사랑받는 ALC를 국내 건설시장에 알리는 데 더욱 힘쓸 것이다. 좋은 건축자재는 제대로 된 시공 방법에 의해 평가받기 마련이다. (주)SYC의 축척된 기술력에 더해 30여년간 건설현장에서 겪은 풍부한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ALC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법 개발을 추진하겠다. 건설사가 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적용할 공법은 물론 D.I.Y를 통해 건축주가 직접 ALC 집짓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공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축물의 ALC 시공법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공법 개발이 완료되면 ALC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쇼핑몰을 개설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현수 대표는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ROTC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치고 쌍용건설(주)에 입사해 30여년간 국내 현장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등의 해외 현장에서 호텔, 병원 등 고급 건축물을 시공해 온 현장맨이다. 특히 그가 임원 시절에 참여했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은 21세기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축물로 평가되면서 현재 싱가포르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