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방문하는 학교들이 점점 충북 전역으로 넓혀지고 있어요.
어린이들이 버스를 타고 긴 시간을 이동하긴 힘들기 때문에 괴산 이외 지역에서 책방을 찾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했었는데요. 책방을 다녀가신 선생님들의 추천과 입소문 때문인지 조금씩 범위가 넓어지고 있네요.
이동시간이 40-50분 정도(한 시간 이내) 걸리는 음성, 진천, 증평, 충주, 청주 등은 그래도 심정적으로 우리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처음으로 조치원에 있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찾아주었네요.
아마도 조치원에서는 1시간 10-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명동초등학교 6학년 27명이 왔어요.
6학년 정도 되면 청소년이기 때문에 생각도, 행동도 제법 의젓합니다.
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기한 그림책을 보여줄 때 한 권 한 권 읽어주기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줘서 재미났어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면서 질문과 대답도 나눠가며 제법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가는 즐거움도 있었네요.
두 개 조로 나뉘어 한 팀이 바깥에서 "내 인생의 책꽂이"를 만드는 목공체험을 할 동안, 다른 한 팀은 책방에서 내가 사고 싶은 책을 골랐습니다.
학교에서 단체 방문해서 책을 구매할 때는 몇 가지 조심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일단, 책방에는 판매용 만화책은 몇 권 없어요. 그래픽노블은 많이 있지만 일반 만화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런 만화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꼭 봐주면 좋겠다 라는 만화 몇 권 정도만 판매용으로 갖춰놓고 있어요. 그럼에도 만화책을 골라 갔을 경우 부모님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이 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부모님들이 함께 오셨을 때는 제가 설명해드릴 수도 있고, 도서관이나 동아리같은 곳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해서 오는 경우도 부담감이 좀 덜한데요. 아무래도 학교는 부모님들의 사소한 민원에도 신경이 쓰이는 곳이니, 그런 학교와 선생님들의 입장을 배려해서 괜히 제가 먼저 검열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골라가게 하자....만화를 끊을 수는 없으니 좋은 만화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질 높은 작품을 자꾸 경험하게 해서 독서의 질을 높이자...그림책은 유아들만 보는 책이 아니니 청소년이 그림책을 골라도 가져갈 수 있게 하자....이게 기본적인 책방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단체로 오게 되면 이런 제 나름의 소신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주저하게 되지요.
"만화책보다는 동화를 고르는 게 어떻겠니"
"그림책은 학교 도서실에서 보고 오늘은 네가 오래 두고 읽을 수 있는 이런 책 어떠니"
.........
혹시라도, 학교에서 책방나들이를 갔는데 고작 거기서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골라왔단 말이냐...라고 화를 내는 부모님들이 계실까봐서요. 제가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당당하게 설명해드릴 수 있는데 괜히 우리 책방을 선택하신 선생님이나 학교가 혹여라도 곤란해질까봐 조금 눈치를 보게 되는 거죠. 안타깝지만 조금 그렇습니다...ㅠㅠ....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 다른 책을 추천하다 해당 어린이의 뜻이 바뀌지 않으면 그냥 책을 내줍니다. 기쁘고 설렌 마음으로 책방 나들이를 왔다가 맘에 들지도 않는 책을 선생님 권유로 억지로 갖고 가면 그 책을 읽고 싶겠나요, 좋았던 책방에 대한 기억마저 흐려질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건 숲속작은책방이 바라는 바도 아니고요.
제 손으로 직접 힘차게 드릴을 뚫고 못을 박아넣어 멋진 책꽂이를 만든 친구들...고민하며 고른 책 한 권씩 꽂아서 즐거운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첫댓글 이 쪽은 21일~~~ㅋ
그러게요. 음성교육청에서 부모랑 아이랑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견학 짜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