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점심을 같이 먹는 지인이 "속이 부대낄 때 찾는 곳"이라면서 부곡동의 다슬기전문점 '장안고디탕'으로 이끌었다. 밥상은 집밥처럼 정갈하고, 다슬기 국물이 시원하다는 게 추천 이유다.
식당은 가족끼리 운영하는 작은 가게다. 들어섰더니 남편 남필우(68) 씨가 손님을 맞고, 주방에서 부인 성난순(59) 씨가 분주히 손을 놀려 상을 차리고 있다.
먼저 '고디'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다슬기는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로 불린다. 경상도에서는 고디로 불리는데, 아마도 '궁둥이'가 '궁디'가 된 것처럼 '고둥'을 '고디'로 불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럴싸하다. "그래도 부산사람들도 낯설어하세요. 지나가다 가게 문을 빼곡 열고서는 '고디가 대체 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다슬기를 부르는 이름이 각양각색이듯 지역마다 요리법에 차이가 있다. '장안고디탕'은 각 지역의 다슬기국을 다 차려낸다. 경상도에서 가장 즐기는 맑은탕은 '고디진국'으로 씌어 있다. 다슬기 속살에서 우러난 익숙한 푸른색 국물이다. 보통 부산사람들은 여기에 매운 고추로 넣어 만든 다진 양념(속칭 다대기)을 풀면 칼칼해지는 맛에서 시원함을 느낀다.
이 밖에 충청도식 '올갱이국'은 얼큰하게 끓인 것이고, 들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고디탕'도 메뉴판에 올라 있다. 채소류를 넣고 냄비에 끓이는 고디전골도 별미일 듯싶다.
그런데 지역별로 끓이는 방법이 다른 건 알겠는데, 이걸 '국'과 '탕'으로 구별해 놓으니 헛갈린다. "손님들이 걸쭉하게 만든 걸 탕으로 여기고 맑은 것은 국으로 받아들입니다." 사전적으로는 '국'의 높임말이 '탕'(湯)이어서 동일한 국물음식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식탁에서 쓰임새가 달라지고 있다.
고디진국과 올갱이국에 고디회무침 작은 것을 함께 주문했다. 국물은 다슬기를 잘못 끓이면 나오는 특유의 씁쓰레함을 잘 잡아내서 훌훌 들이켜기 쉽다. 듣던 대로 반찬도 정갈하다. "시장에서 사다 쓰는 것 없이 반찬을 직접 만드는데, 매일 종류를 바꿔서 차려 낸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다슬기를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다슬기는 기름지지 않고 편안해서 좋다. 특히 집밥처럼 먹을 수 있을 때가 가장 좋다. 이런 장점을 잘 살려서일 텐데 인근의 구청과 경찰서 직원들 중에 단골이 많단다.
※부산 금정구 부곡3동 24의 1. 금정보건소 도로 건너편. 고디진국·(들깨)고디탕·고디된장·충청도식 올갱이국 각 6천 원, 고디파전 1만 2천 원, 고디회무침·고디전골 각 소 2만 원·대 3만 원. 051-513-0108. 오전 9시∼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