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옥>
*간보기
평택에서는 물론 경기도 인근에서 파주옥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에게는 식당의 유명도가 아니라 그날 내가 먹는 음식 맛이 관심의 대상이다. 오늘도 진한 곰탕 국물과 제맛 나는 김치는 손님을 충분히 매료시킨다. 이름값을 하는 식당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파주옥
전화 : 031)665-2446
주소 : 평택시 평택동 46-13
주요음식 : 곰탕, 우족탕, 꼬리곰탕
2. 맛본음식 : 곰탕(9,000원)
맛본 날 : 2019.10.4.저녁
음식값 : 곰탕 9,000원, 꼬리곰탕 15,000원, 우족탕 15,000원, 우족안주 40,000원 등
3. 맛보기
주요리가 나오지 않아도 반찬 나오는 품새를 보면 음식 전체맛을 어지간히 짐작할 수 있다. 깍두기와 겉절이 김치의 품새에서 확연히 프로의 솜씨, 오래된 묵은 맛이 보인다.
곰탕은 파총과 국수 한움큼이 따로 나와 탕에 풀고 소금간을 해서 먹는다. 김치에 이어 곰탕이 뽀얀 국물을 앞세우고 나왔을 때, 저러게 국물을 우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료가 필요할까. 설마 저 국물이 진짜랴, 하지만 이렇게 이름 높은 집이 설마 진짜 아닌 국물을 낼까, 순간에 많은 경우의 수를 헤아려야 할 만큼 국물은 투명도 낮은 순백색이었다.
한 술을 뜨고 나니, 아, 여기서 진짜를 맛보는구나, 감탄이 나오면서 안심이 되었다. 이런 집에서 헐하게 음식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진국이 아니라면 분노나 실망을 넘어 명성에 대한 염려가 먼저 되었을 거 같았다. 국물 한 숟갈이 안도의 한숨을 불러 오자, 천천히 한 뚝배기를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가 서서히 밀려왔다.
겉절이는 진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양념에 버무려진, 약간 숨이 덜 죽은 배추가 좋다. 속이 차서 가을 배추맛을 잔뜩 품은 배춧잎이 양념옷을 속까지 젹셔 입었다.
깍두기는 넙적하고 커다랗게 썰어낸 무우조각에 맛이 고루 배여 있으면서 사각거린다. 곰탕과 어울리는 딱 고만큼만 익었다. 시지 않으면서도 사근거린다. 40년 전통이라더니 과연 전문가의 솜씨다.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깍두기 무가 아닌 국물에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탕 속의 고기는 양념장과 함께 하면 맛이 더 산다. 양념장은 약간 달근한 맛이 느껴지면서 부담이 없다.
식당 안팎으로 온갖 홍보 관련 훈장이 잔뜩 붙어 있다. 명실공히 평택의 얼굴 맛집이다.
#평택맛집 #파주옥 #평택파주옥 #파주옥곰탕 #평택역맛집
*먹은 후
위치도 역을 건너면 코앞이다. 주차는 좀 불편하지만 또 대중교통으로는 찾기 그만이다. 민자역사로 한껏 위용을 자랑하는 평택역, 그래서 뭔가 부족하다면 파주옥이 채워줄 것이다.
역앞 국밥집, 영낙없는 주막형 식당이다. 오르내리는 선비들이 과객질이 어려우면 찾던 주막, 장을 찾아 이리저리 이동하는 장돌뱅이가 찾던 주막, 현대판 주막이다. 주막의 주요 음식은 국밥, 이런 곰탕은 아니었어도 진한 탕국물에 김치의 상차림은 기본이 같다.
국밥집이 성행하는 곳은 주막이나 시장통, 전국의 콩나물국밥을 제패한 현대옥은 전주 전통의 재래시장 남부시장 한 가운데 있다. 문경새재를 꼴딱 넘으면 펜션겸 식당 샛고랑이 있다. 숙소를 겸한 전형적인 주막형 식당이다.
주막의 현재형으로 기업적인 형태는 고속도로 휴게소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휴게소 문화는 우리 주막의 오랜 전통을 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휴게소는 휴식의 기능은 충분히 충족되나 먹는 기능을 충족시키기에는 음식의 수준이 많이 부족하다. 휴게소는 휴식만, 이런 식당은 음식만 해서, 현대판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파주옥은 분업이 아니라 통합인 것이 주목된다. 주막의 옛기능을 이으면서 맛이 있는 맛집이어서 이동하는 사람이 들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막형과 관계없이 지역마다 대표적인 국밥집이 있다. 대구의 국일따로국밥, 서울의 이문설농탕, 전주 현대옥, 삼백집 등등은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면서 전체적으로 한식의 역량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이런 지역 음식이 살아나야 한식의 보급이 탄력을 받는다. 파주옥은 주막형이면서 대표 국밥집이어서 여러가지 기능을 다 갖추고 있다.
유럽에서는 한식은 귀한 음식이다. 핀란드에서는 한식 찾기가 힘들다. 중식은 물론이고 일식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근원적으로 지역음식의 역량이 한식의 역량을 키워 해외진출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한식 세계화의 앞줄에 설만한 집이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