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네르 케밥 식당>
유럽 여행을 오래 하면서 이렇게 줄서는 집은 처음 보았다. 프랑스는 예약제라 줄이 없다. 동네 식당도 보통 한 테이블에 한 끼 두 팀을 받지 않으니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한 시간도 더 줄을 섰다. 나중에는 궁금해서도 줄을 지켰다. 얼마나 맛있으면 유럽 그것도 음식 맛없다는 오스트리아에서 이럴까.
1. 식당대강
상호 : 되네르 케밥 식당(FERHAT DÖNER)
주소 : Favoritenstraße 94, 1100 Wien, 오스트리아
전화 : +43 699 11425842
주요음식 : 케밥
2. 먹은날 : 2022.8.15.저녁
먹은 음식 : 되네르 샌드위치 180g 8.1유로
3. 맛보기
비엔나 최고의 케밥집으로 소문난 집이다. 긴 줄에 끌리 듯 들어가 함께 줄을 섰는데, 매장 안쪽으로도 또 길게 꼬아진 줄이 더 있을 줄은 몰랐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서 이제 됐구나, 했는데 거기서 또 한 15분쯤 있었던 거 같다. 이 더위에 히잡 쓰고 일하는 여자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 더위가 가시지는 않았다. 더위가 가신 건 매장 안 긴 줄에 늘어선 사람들에게 제공된 한 잔의 주스였다.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과 감사를 표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오래 줄 선 스트레스가 순간 가셨다. 더위도 함께 가시는 것 같았다. 나름 체계적으로 일하는 그들의 분주한 몸놀림과 줄어들지 않는 긴 줄, 사가지고 나왔을 때는 더 길어진 줄이 이들을 영업의 번성을 축복해야 하는 건지, 더위에 힘겹게 일하는 것을 안쓰러워해야 해야 할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내 앞에 선 두 사람의 남자는 비인 근교에서 왔단다. 비인 사는 친구가 이 집에 꼭 가보라고 해서 왔단다. 나는 이들에게 그럼 제일 맛있는 슈니첼 집은 어디냐고 물었다. 그런 집은 잘 모르겠단다. 사실 자기는 비인 사람이 아니어서 비인 식당은 잘 모른단다. 오스트리아 음식 맛집은 모르면서 케밥집은 기어이 찾아와 오랜 시간 줄서는 오스트리아 젊은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제 이들도 맛집 탐험을 시작한 것을 축하해야 하는 것일까. 헝가리 음식을 넘어 케밥에까지 밀리는 오스트리아 음식 현주소를 탄식해야 하는 걸까.
분명한 것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저녁은 맛있는 음식으로 때울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슈니첼, 맛있는 집을 찾아도 별 볼일 없는 오스트리아에서 이처럼 인기 있는 음식을 만나게 되었다는 문화적 충격은 또한 덤으로 주어진 여행의 별미가 될 것이다.
하염없이 줄을 서 있는 케밥식당 앞의 박스도 사실 케밥집이다. 일김도네르. 그 집은 한산하다. 자리 잘못 잡은 거지, 이런 맛집 앞에 같은 음식 체인점이라니.
식당 안에도 또 줄이다.
식당 안에는 먹을 만한 자리가 없고, 거리에 이처럼 근사한 자리가 있다.
케밥 안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와 관련 음식들
식당 안쪽에서 본 줄
되네르샌드위치. 바게트 빵 안에 들어 있는 속. 샌드위치 빵이 바게트다.
되네르 뒤림. 포장은 이처럼 밀전병에 싸지 않고 따로 준다. 집에 와서 싸 먹어야 한다.
역시 케밥은 되네르 의 각종 부위의 고기를 익혀 섞는 것과 다양한 채소, 그리고 이것들을 배합해주는 소스의 힘이다. 고기 부위가 다양하다는 것은 막강한 장점이다. 이 집은 요쿠르트 맛이 나는 소스가 별미다.
그렇다고 이처럼 줄을 서야 될 만큼 어마어마한 맛을 가진 것도 아니다. 평범한 맛이다. 케밥은 사실상 맛의 편차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김밥이 어지간한 재료면 섞여서 맛을 상승시켜 주듯이 재료의 배합이 맛의 상승 비결이 아닌가 한다. 고기까지 부위가 섞이니 다양한 맛의 하모니를 극대화하는 셈이다.
이 집은 맛도 좋지만 케밥문화적 현상의 원단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는 집인 거 같다.
음식을 사가지고 나오니 들어갈 때보다 더 긴 줄이 서 있다. 줄이 줄을 부르는 거 같다.
4. 먹은 후 : 오스트리아 외국음식과 케밥의 위상
줄이 줄을 부르고, 드디어 이곳도 맛집 문화권에 들어가는가보다. 오스트리아는 음식이 별 맛이 없다는 특색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슈니첼이어도 돈가스보다 못한 거 같다. 애당초 돈가스보다 맛없는 조리방식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그리한 거 같다. 그런데 웬 슈니첼집은 그렇게 많은지.
헝가리 굴라쉬집에 가보면 조금 낫다. 이태리 음식점에 가면 먹을 만하다. 케밥집은 이태리 흔적이 별로 없다. 오스트리아의 강점이다. 음식이 별볼일 없어서 일찌감치 맛있는 음식에 고개를 숙이고 불러들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각 나라 음식을 흔하게 먹어볼 수 있다. 덕분에 여행자가 음식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 많이 줄어든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것이 오스트리아 생존방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에 케밥집이 많다는 것, 이 케밥집이 알려지게 되는 데도 독일인들이 크게 한 몫 한 거 같다. 독일에서 케밥에 익숙해진 독일인들이 더 맛있는 케밥에 눈이 뜨인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오스트리아나 독일이나 음식은 오십보 백보라는 것, 케밥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음식 눈을 뜨이게 하는데 크게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 음식의 수도라는 리옹에 가도 중심가가 케케집 투성이다. 완전 중심가의 한 블럭 안에는 케밥집이 4집이 넘게 있었다. 마르세이유는 이미 케밥에 점령당해 있었다. 세계 3대 스프라는 브이야베스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케밥은 하늘의 별만큼 널려 있었다.
케밥이 샌드위치에 비해 어떤 강점을 더 많이 갖는지에 관해서는 한번 쓴 적이 있다. 여기서는 케밥의 우위가 보편적인 상황이 여기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언젠가 우리 김밥하고의 비교를 한번 해봐야 할 거 같다. 아직 우리에게 케밥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은 일단 거리의 문제와 수호병정 김밥이 있기 때문이 아닌지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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