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전에 (갑진년 기일에)
비로사 동당
진허돈여
노란 꽃이 땅에 깔리니
밤에 핀 진귀한 꽃 하늘을 떠받치고
밝은 해 맑은 하늘에 떠 있으니
세상천지가 밝디 밝구나
용은 날아올라 비를 내리쏟고
이슬 맺히고 서리 내리나니
만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一句를 말해 보게나
분양선사가 상당하여 읊은 시를
현대에 맞게 번역하여 보았습니다.
한스님이 이 말을 듣고서 묻기를 “용은 날아올라 비를 내리쏟고
이슬 맺히고 서리 내리니 만물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라는 뜻이 무엇입니까?
스님이 답하시길 “안개 휘덮은 송죽은 찬 빛 머금고
구름 흩어지는 산봉우리엔 해가 밝구나” 하셨습니다.
저도 뒤에 시를 한 수 지을 것입니다만
나 혼자 하는 말은 의심많은 사람들이 신비하게 여기질 않으니
먼저 조사의 시를 인용하여 보았습니다.
옛사람의 뜻과 나의 뜻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옛말에 칡덩굴이 소나무를 의지하면
하늘 높이 오를 수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것도 따라 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 지지요
수행도 선행도 어렵지만 조금씩 하면 할만하지요.
추이불급이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쫓은즉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하기 싫어하며 억지로 할 때를 지적한 말 입니다.
좋아하며 성인들이 간 길을 가는 것을 이렇게 말하지 않지요
가슴으로 느끼지 않으면서 억지로 하려고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한 스님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었더니
“오래된 소나무의 껍질이 갈라 터져야만
마음 틈바구니에 저절로 한 가닥 밝음이 있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아버님께서 착안하여 보십시오.
이 도리는 무엇인가요?
여기에서 세월을 보신다면 그것은 헛것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어디에 점두를 할까요?
각설하고
오늘 소승이 아버님전에 시 한 수 지어 바치려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버님 가신지 어언 40여년
여일히 지나가는 영겁의 시간에
오늘도 참하고 또 오늘 참하나니
뜰에 가득 피고 지는 꽃뿐이구나
비구름은 지나가고 맑은 하늘이구나
개명 축시 찬바람에 소쩍새 친구되고
돌고 도는 탑돌이에
진흙으로 돌아가지 않는구나
싱그런 봄바람에 앵무들이 한가함을 더하는데
텃밭에 가득 잎 터진 채소엔
주인장 기다리는 풀들이구나
오늘 아침 마신 차에
밝음이 어둠을 상대한다 하나니
이 무슨 도리인가요?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