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열이 나고 오한이 든다.
참으려다가 가까운 병원을 찾으니 코로나란다.
코로나?
이번 여름에는 어디도 안 가고 집에만 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엊그제 광주를 다녀오긴 했다.
차 가져가기가 귀찮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혹시?
그래서 그런 건가?
우짰든 우리집은 나 때문에 비상이다.
어린 자녀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른은 증상이 있어도 참을만 버틸만한데 어린아이들은 증상에 힘들까봐 걱정이 된다.
그래서 일시적 별거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만 홀로 대음집으로 가기로.
보통 평일에는 남원 아파트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대음집을 찾는데 이번 주는 나만 짐을 싸서 아파트를 나와 대음집으로 향한다.
병원에 물어보니 여건이 된다면 5일 자가격리를 하란다.
다행히 방학이라 출근하지 않아 자가격리가 가능하다.
곧 개학인데 코로나를 이겨내고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겠다.
평일 낮에 찾은 대음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한가했다.
마을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따가운 햇살만이 가득했다.
더워서 나다니지도 못할 정도다.
대음집에 들어서니 더운 공기가 집안 가득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5일간의 생활을 준비했다.
에어컨을 켜고 짐을 정리하고 식재료를 냉장고에 채웠다.
오기 전 마트에 들러 일주일 분의 식량을 준비했다.
대부분이 레토르트다.
집안에 에어컨 냉기가 돌면서 더위가 밀려난다.
항상 가족과 함께 하다가 혼자 이 집에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 적막하다.
어쩐다고 날은 올들어 최고로 덥다니.
냇가에 가서 몸을 풍덩 하려고 했는데 냇가의 물이 많이 줄었다.
요즘 들어 비는 오지 않고 햇빛만 가득하다.
이러다 냇가 물 다 마르겠다.
한참 고민하다 수영장에 물을 받았다.
혼자서라도 풍덩 하려고.
후끈 달아오르는 몸의 열기를 식혀야겠다.
그렇게 혼자 놀았다.
음악 크게 틀고 신나게.
근데 위 사진을 보면 왜 외로워 보이는 걸까?
다행히 코로나 증세가 심하진 않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약을 먹으니, 열도 어느 정도 떨어졌고 컨디션도 좋다.
다만 목이 조금 따갑고 가래가 나온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뉴스를 보니 다시 코로나가 유행한단다.
다들 무사히 건강히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벌써 두 번째 코로나다.
처음에는 좋다가 언제부턴가는 아니다.
혼자여서 외롭다.
코로나에 걸려 혼자 있으니 우울증 걸리겠다.
자꾸 아내와 아이들에게 전화하고 있다.
나 없어도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하긴 나 없어도 잘 지내겠지.
그동안 못 본 영화, 못 읽은 책이나 읽어야겠다.
뒹굴뒹굴 영화보다 책보다 그러다 잠들고 배고프면 일어나 밥 먹고 나 완전 백수다.
밥은 맨날 햇반에 김에 김치찌개다.
뭐 해 먹기도 귀찮고.
이리 지내도 되는 걸까?
괜히 마음이 찝찝하다.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다.
막~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만 같은데.
하루 이틀 지나가는 시간에 적응하는 건지 이젠 외로움도 덜하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멍~하다.
아니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이러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아침마다 코를 찌르는데도 여전히 두 줄이다.
이놈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 없어지고 난 집으로 돌아갈까?
집이 그립다.
아내도 아이들도 다 보고싶다.
5일째가 되니 목도 좋아지고 가래도 덜 나온다.
내일은 마스크 단단히 쓰고 집으로 가야겠다.
대음집이 좋긴 하지만 혼자라 별로다.
함께하는 시간이 좋은 줄 알겠다.
물론 집에 가서 다시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족과 있는 게 지지고 볶느라 힘들고 괴로워도 그게 혼자보다 훨씬 더 낫다.
코로나는 나에게 그걸 또 알려주고 가는구나.
잘 쉬었다 간다.
이 집이 있었기 덕분이다.
참, 이 대음집을 코로나 전용 자가격리 공간으로 필요한 분들께 빌려줘 볼까?
코로나 걸리신 분들 시골에서 지내면서 자가격리 하면서 쉬어가실 분 계신가요?
있으시면 빌려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