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태 선수의 외침 / 송덕희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든 지금, 패럴림픽이 한창이다. 이는 전 세계 장애인의 스포츠 축제로 보기만 해도 가슴 벅차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한계를 딛고 도전하는 그 자체가 빛난다.
내게 감동을 준 당당한 선수를 소개하고 싶다. 20대에 고압선을 수리하다 감전 사고를 당해 두 팔을 잃은 김황태다. 양쪽 어깨에 반 뼘 정도 남은 그의 팔. 그런데 출전 종목은 놀랍게도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철인 3종이다. 마라톤 5km, 사이클 20km, 수영 750m를 겨룬다. 정상인도 엄두를 못 낼 만큼 어렵다.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란다. 마라톤은 어떻게 해 본다 치더라도 사이클과 수영은 팔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클은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방향을 바꿔 속력을 내야 하고 수영은 팔로 물살을 밀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김 선수는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수를 연결하여 핸들을 조종하며 사이클을 달린다. 수영은 오직 발차기만으로 센강을 헤엄쳐야 친다. 11명 중 10위로 결승선에 들어온 순간, 한몸처럼 도움을 준 아내에게 해냈다는 벅찬 기쁨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도전하라!’고 외쳤다.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비장애인에게 주는 울림이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회초리 같은 말이다.
언젠가는 글을 쓰리라 생각하면서 내내 미루고 있었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다른 것 먼저 해야지, 나이 들어서 뭘 새로 시작하려고... 이유는 더 많다. 집에서는 드러눕기 바빴다. 시간이 남아돌아도 휴대전화만 뒤적거렸다.
이런 내가 2024년 3월에 좋은 선생님과 문우들을 만났다.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일상의 글쓰기 반에서 글을 쓴 일은 짜릿한 도전이었다. 몇 줄 못 쓰고 머리를 싸맬 때도 있었지만, 마감일이 되면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선생님의 세심한 지도 후에 고쳐 쓴 글은 그런대로 읽을 만했다. 모아 보니 12편이었다. 글의 수준을 떠나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비록 머리는 무거웠지만, 보람이 있었다.
방학 기간에도 계속 쓰리라 다짐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마감이 있어서 글을 쓴다는 어느 작가의 말은 맞나 보다. 같이 하는 이가 없고, 지도해 주는 선생님이 안 계시니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2학기에도 주저하지 않고 수강 신청을 했다. 이 연결 고리가 있어야 글을 쓰는 동력이 생길 것이므로.
냉정하게 보자면, 1학기에 쓴 내 글의 수준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생각의 폭이 좁고 경험치가 부족하여 억지로 짜낸 느낌이 든다. 밑바탕이 되는 책 읽기를 꾸준히 못해서 한계가 드러난다. 젊은 날부터 열심히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지금은 눈이 아프고 체력도 달린다.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 쓰지 못하고 막히곤 했다. 글의 호흡이 짧다. 얼개를 짜서 쓰다 보면 어느새 딴 곳으로 흐르기도 한다. 한 편을 완성하고 마지막에 제목을 붙이면 글 내용이 안 맞다. 반대로 하면 애써 지은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부족했다. 끊임없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서너 번 고치고 나면 다시 쳐다보기 싫을 때가 많았다. 다듬기에 게으름을 피운 거다. 조금 썼다가 지워 버리고, 손을 뗐다. 막판에 다급하게 쓰면 글이 매끄럽지 않아, 한숨을 내쉬고 나를 책망한다. 좋은 작품을 찾아 읽어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허리가 아프다고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집중하지 못했다. 꼭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에서 글을 쓰면서 리모컨을 먼저 손에 쥔다. 조금만 머리를 식혔다 써야지 하면서 오락 프로그램에 빠지기도 했다.
마감일 저녁에 글을 써서 올린다는 문우의 말을 듣고 놀랐다. 나는 일주일 내내 끙끙대는데, 어떻게 하룻밤에 가능한가 말이다. 내게 그런 내공이 생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오랫동안 쓴 문우들의 글을 보고 부러워만 했다. 내 실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 할 텐데, 잘 쓴 사람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김황태 선수가 사고를 당하고, 용기를 내 집 밖으로 나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사이클을 타고 수영을 하면서 무수한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몸을 철인 3종 경기에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했단다. 결국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긴 것이다.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어려움은 이에 비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 도전하라!’는 그의 외침을 새기며 2학기에도 정성껏 글을 쓰련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힘은 빼고 진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