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마른 반찬은 비만반찬이다.
혼자 사는 자취생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그 누구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밥 한공기만 갖추어 한 끼를 뚝딱 해치우게 해 주는 반찬들이 있다. 바로 마른반찬이다. 바쁜 워킹 맘, 라면과 배달음식에 질린 자취생, 아이와 아내를 멀리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까지 밥만 해 두면 한 끼 든든한 식사가 가능하게 해 준다. 더불어 최근에는 즉석 밥 또한 다양하게 만들어져 선택할 수 있으니 굳이 밥을 안 해도 레인지 2분, 뚜껑 팍팍 열어 맛있는 한 상 차림이 가능하다. 마른 반찬 일단 정직하게 고백하면 필자는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 대충 한 끼 때우려는데 먹을 것이 없어서 라면을 먹고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먹는 패스트푸드 고열량 식이보다는 나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여유가 있다면 굳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게 마른 반찬에 대한 필자의 견해이다. 햇반 쌀밥, 진미채 무침, 우엉조림, 무말랭이무침, 장조림, 황태포무침, 명란젓, 다시마튀각으로 식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한 끼의 대표영양을 사람들은 오징어, 우엉, 무, 홍두깨살, 황태, 명태 알, 다시마라는 원 재료의 영양으로만 단정 지어 평가한다. 장조림을 위한 홍두깨살과 명란젓을 위한 명태 알이 들어가니 단백질도 제법 갖추어졌고 건강에 유익한 해조류 다시마와 식이섬유가 가득한 우엉과 무말랭이도 들어간다. 거기에 밀가루가 아닌 쌀이다. 더없이 좋은 한 끼 식사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필자가 마른 반찬을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는 1등급을 위해 남들이 범접하지 않는 까칠한 부분까지 조절해서 속속들이 영양만 빼 먹기 위함이다. 마른 반찬들은 조리되지 않은 천연의 재료들이 그저 익혀서 또는 생으로 섭취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밥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밥 한 술에 한 입 물었을 때 맛이 좋게 만들어졌다. 그러니 숨어있는 kcal가 만만치 않다. 몸에 좋다던 식초를 사용하려면 설탕의 추가 사용은 불가피하다. 건강을 위해 발효된 매실 청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설탕, 물엿, 올리고당 등 넣을 수 있는 단맛은 총동원한다. 때로는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하여 음료시장의 황제인 액상과당을 반찬이나 양념 소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궁극의 단맛, 짠맛, 기름 맛으로 경쟁하는 각종 외식업체들이 즐비해도 아직까지 마른 반찬은 생존력이 강하다. 사람들에게 라면보다 좋고 자장면 탕수육보다 건강한 집 밥의 느낌으로 친숙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느 동네를 지나든 인기 있는 반찬가게들이 하나씩 있다. 이미 식품산업을 함께 이끌고 있는 대기업에서도 마른반찬의 브랜드화 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다. 장조림, 메추리알, 진미채 무침, 무말랭이, 젓갈류, 마늘쫑, 양념게장, 멸치볶음, 알 감자조림, 연근 조림, 우엉조림, 단무지 무침, 양파초절임, 고추찹쌀 무침, 수많은 마른 반찬들이 설탕, 액상과당, 물엿, 간장, 소금, 식초, 기름을 첨가하여 건강했던 원 재료에 보이지 않게 주입된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숨어있는 kcal가 되어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고 우리의 밥 한 술을 더 먹게 만든다. 달고 짜고 맵게 만들기 위해 설탕과 소금과 고추장과 기름을 섞어 당과 지방의 숨어있는 kcal가 더해지는 것이다. 냉장고 또는 실온의 장기보관과 편의성을 목적으로 식품첨가물과 방부제가 들어간다. 첨가물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무조건 첨가물이 나쁘다고 비판한다면 우리는 모두 집 앞 뜰에 야채 농사를 해야 하고 뒤뜰에 소 돼지를 사육하며 닭장에서 닭이 쏘아주는 계란을 받아먹으며 살아야 한다. 아내이든 남편이든 소 돼지를 먹기 좋게 정육하는 방법까지 배워야 할 것이다. 이렇듯 바쁜 현대인들에게 식품첨가물의 적절한 사용은 오히려 편리함 이상의 장점도 있다. 대신 과잉되지 않는 적절한 사용을 위해 식약처에서 식품첨가물의 허용기준을 지키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은 마른 반찬을 한꺼번에 상당한 양 섭취한다. 밥 한 술에 한 젓가락이 아닌, 한 끼에 한 통을 섭취한다. 밥도둑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햇반 한 통을 더 뜯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에서는 달고 짜고 매운 맛이 식욕을 돋우고 밥의 양을 늘려야 조화롭게 더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3끼, 이렇게 일주일 21끼가 쌓여진다면 꽤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 마른 반찬에 한 번 맞들인 사람들은 주말 저녁이면 마른 반찬 몇 팩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냉장고에 쌓아두고 일주일 반찬 걱정을 덜기도 한다. 라면 대신 밥을 먹었다고 안심하지만, 체중이 더 빠지지는 않는다. 물엿이나 설탕,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 있다면 건강도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짜고 매운 맛은 위를 쉴 새 없이 자극한다. 트랜스지방이 덜 해도 설탕의 유해성이 더 높고 간장, 소금의 염분 농도가 더 짙다. 즉,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섭취라고 하더라도 마른 반찬을 즐겨 먹게 되면 건강에 좋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른 반찬의 장점은 그저 귀찮은 주말 오후, 피곤한 늦은 저녁,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대신 밥과 함께 챙겨먹을 수 있는 간편 반찬의 편의성이라는 것인데, 도대체 얼마나 자주, 얼마나 허용해야 할까?
필자는 이렇게 원칙을 세워준다. 첫째, 내 돈 주고 사 먹지 말 것. 둘째,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챙겨주면 설탕 대신 양파를 넣거나 올리고당을 줄여 조리해 달라 부탁드리며 최소한의 양으로 점심까지만 젓가락으로 소량씩 먹을 것. 셋째, 저녁 식후 후식 및 야식 방지를 위하여 저녁식사로는 섭취하지 말 것, 넷째, 마른 반찬 외 다른 1등급 음식이 없는 한 어떠한 마른 반찬도 먹지 않을 것을 권유한다. 자, 몇 가지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마른 반찬을 분석해 보자.
1. 간장 + 설탕(물엿)
간장게장, 새우장, 장조림, 메추리알 조림
주로 단백질을 달콤 짭짤하게 먹도록 만든 반찬이다. 고기의 누린 내나 해물의 비린 맛을 줄이기 위해 간장과 설탕을 다량 사용하여 맛을 가미한다. 간장게장이나 새우장의 경우 다시마와 표고 과일 양파 간장 등을 함께 끓여내어 매실 청을 사용하여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기본 적으로 당류가 들어가는 단점은 게와 새우를 그냥 쪄서 먹기보다 결코 장점이 될 수는 없다.
2. 고추장(간장) + 물엿 + 설탕 +간장 + 기름
진미 채 무침, 어묵 볶음, 멸치볶음, 연근 조림, 우엉조림, 땅콩 견과류조림
마른 반찬 중 가장 인기 있는 음식들이다. 씹는 식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어트 중 먹는 양이 많아지면 그저 씹을수록 행복이 더해진다. 기름을 두르고 난 후 재료와 양념을 섞어서 손으로 버무린 후 슬슬 볶으며 조리하면 완성된다. 대부분 표면의 끈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물엿을 많이 사용한다. 김밥에도 항상 들어가는 우엉조림이 이에 포함되며 아이들의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서 자주 만드는 연근조림 또한 이에 해당된다.
3. 식초 + 설탕 + 간장
양파초절임, 오이절임, 마늘간장, 고추절임, 양배추 절임
주로 젊은이들은 고기집의 밑반찬으로 즐기는 음식들이지만 마늘과 양파를 쉽게 자주 섭취하기 위해 새콤달콤한 맛에 많은 사람들이 반찬으로 즐긴다. 주로 야채로 먹을 수 있으면서 양념의 주재료로도 사용되는 양파와 오이와 마늘과 고추를 간장 설탕 식초에 재운다. 식초에 조리하면 신진대사를 더해주면서 살균작용을 해 준다. 하지만 식초가 들어가는 음식에는 대부분 설탕이 1:1의 비율로 들어간다. 식초의 효능이 아무리 좋다 해도 먹기 위해 양념된 음식에는 설탕 없이 식초만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새콤함은 달콤함이 동반될 때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초음료의 라벨을 보면 한 구석에 액상과당과 결정과당, 유기농 설탕 등이 자그맣게 쓰여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신선한 야채를 매번 구입하기 힘든 고기 전문점이나 음식점에서는 이런 야채를 식초 설탕 간장에 재워 야채의 구색을 맞추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마른 반찬에는 숨어있는 칼로리가 수없이 주입된다. 뚜껑하나 열어 고슬고슬한 밥에 먹을 수 있게 만든 슬로우 푸드를 가장한 양념과 첨가물 가득한 음식임을 알고 이러한 양념을 최대한으로 배제한 건강한 마른 반찬을 활용하거나 섣불리 한 끼의 편리함을 위해 선택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