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명함이 필요하였다.
이번 일요일 날 손님을 만나는데 명함 한 장 정도는 드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명함에 변경할 것이 있어 새로 명함을 만들어야지 생각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 만들지 못하였다.
오늘 인터넷을 통해 <즉석 명함> 만드는 곳을 알아보았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디지털 명함을 5분 만에 만들고 당일 배송한다고 광고를 내고 있는 곳이 많았다.
일단 먼저 명함에 들어갈 내용을 정하고, 명함 만드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 하는 사이터에서 시안을 작성해 보았다. 내가 만든 시안은 아래와 같았다. <한국화 작가>를 돋보이려고 내 그림 중에서 명함에 어울리는 새그림도 넣었다.
그런데 육지에 있는 업체들은 오늘 만들더라도 배송 기간이 있어서 다음 주 화요일이나 받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제주지역에는 없을까 하고 검색을 하니 다행히 한두 군데 있었다. <**제주>라는 곳에 전화를 하니 오늘 저녁나절에 직접 와서 수령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약간 망설여졌다. 가격이 7만원이라고 했다. 물가가 그렇게 올랐나 싶기도 하고, 또 아마도 당일치기 하니까, 이 기회에 약간 덕을 보려고 하는구나 생각되기도 했다. 왜 그리 비싸냐고 물으니, 한 번 찍는데 최소한이 200장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더 작은 수량은 안되냐고 하니,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으니 어쩌겠어! 하는 마음에 시안을 보냈다. 그러자 문자로 일종의 숙지사항 같은 것을 보냈다.
그래서 먼저 50%에 해당하는 3만 5천원을 보냈다. 그리고 전화를 하니, 시안을 그대로 인쇄할 수는 없고 손을 좀 보아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그건 사실이다. 아무리 시안을 잘 만들어 보내도 정확한 비율이나, 글자체나 글자의 굵기 등은 종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직접 명함을 제작하는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는 거다!
주문을 하고 난 뒤 아무리 생각해도 7만원은 너무 비쌌다. 그래서 다시 즉석명함 사이트 여기 저기에 들어가서 견적 부분을 살펴보았다. 5천원부터 1만 2천원, 1만 8천원, 2만 원 등 다양하였다. 명함도 50장, 100장, 200장 등 선택할 수 있었다. 수입종이를 사용하는 고급명함이라는 가장 비싼 것도 기껏 3만원 정도였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다고 가격을 내려 달라고 하니, 만원을 내려주겠다고 했다. 이미 3만 5천원이라는 돈을 보내버렸기에 어쩔 수가 없어서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2-3시간 후에 문자가 왔다. 시안이 끝났으니 보라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보낸 시안은 작고 또 사진이어서 이미지만으로는 제대로 된 것인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다만 확대하여 ‘글자 한자 한자 사실과 다른 것이 있는지’ 만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당연히 전문가들이 비싸게 받고 제작하는 것이니 내용 외에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명함을 수령하러 직접 그곳에 방문하였다. 그런데 아이구 맙소사! 명함이 이상하게 나왔다. 도데체 내가 보낸 시안과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보내준 것을 적당히 프린트 한 것 같았다. 글자체도 너무 작고, 전체 명함크기와 비율도 전혀 맞지 않았다. 옆과 아래 것이 수령된 명함의 사진이다.
수령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곳은 아파트의 가정집을 개조해서 사무실로 사용하는 곳이었고, 주차장이 없어서 도로변에 차를 잠시 세워놓아서 생각하거나 대화나 말싸움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일단 사용하고 다음에 제대로 된 것으로 만들자!'라고 생각을 하고 나머지 잔금 2만 5천원을 카드로 지불하고 수령하였다.
저녁에 집에서 명함을 보고 있자니, 자꾸 화가 치밀었다. 무언가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싶고, 또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도무지 당신이 전문가가 맞느냐? 아무리 보아도 명함이 이상하게 나왔다. 비율도 맞지 않고, 글자도 작고, 손을 본다고 했는데 무엇을 손을 본 것이냐? 내가 보낸 시안을 전혀 검토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인쇄만 한 것 같다.
그런데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싼가! 는 등의 말을 하고 싶었다. 예상했지만, 오히려 화를 내었다. “내가 보내준 시안을 당신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인쇄하라고 한 것, 아니냐?” “그리고 당신이 보내준 시안은 글자나 사진이 다 깨어져서 쓸 수가 없어서 손을 보느라 공을 많이 들였다.” “글자가 크기나 비율 등은 손님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어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 “시안을 보고 아무 말이 없어놓고 왜 딴 소리하느냐!”는 등의 변명만 늘어놓았다. “전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느니 할 말이 없네요! 끊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어리석은 점도 있었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라도 그냥 솔직하게 “아직 새 명함을 만들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그리고 대신 점화번호만 알려주면 될 것을... 그리고 애초에 7만원을 불렀을 때, 일반적인 견적을 알아보았어야 했다. 게다가 명함이 이상하게 나왔으면, 침착하게 대응하고 수령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잔금 2만 5천원이면 어디서도 가장 고급스런 명함을 제작할 수가 있는데...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엣 말을 명심하고 있어야 했는데...
전문적인 기술도 부족하고, 장사의 상도도 없고, 양심마저 불량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를 화나가 하는 대표적인 일이다. 서비스업의 본질은 ‘상대방’의 의도를 백분 이해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 상대방이 기뻐할 수 있는 것을 ‘알아서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봉사하는 것’의 의미다. 오직 "고객이 원하는대로 해준다"는 것은 마치 의사가 "오직 환자가 원하는 것만 치료해준다!"는 식의 말과 같다. 환자가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면 의사가 왜 필요할까? 명함이 이상하게 나왔으면 고객에게 글자가 너무 작고 비율도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괜찮겠느냐? 라고 물어라도 보았어야 했다. 단순히 돈이 비싼 것이 문제가 아니다, 너무 명백한 사실을 이리저리 궤변을 늘어놓고, 모든 것을 ‘상대방’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일방적인 태도, 내가 만든 것을 마치 자신이 만든 것처럼 우기는 태도, 소통의 부재 그것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만오천원이면 될 것을 6만원을 받고서... 그것도 솔직히 도저히 업체가 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조잡한 것을 만들어 놓고는, 오히려 항의하는 손님에게 "당신 눈으로 보았지 않았느냐!"는 식의 말을 한다. 옷을 살때 '사진만 보고 옷을 샀다면 그것은 그 업체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을 직접 보고 옷을 보내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한다면 무슨 말을 해야하나! 그리고 전혀 손보지 않고서 마치 자신이 시안을 다시 만든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은 내가 보낸 시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솔직히 도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의 작품이 포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손님이 보낸 시안의 내용이나 그림, 이미지 등을 앞으로 고객들에게 자신이 만든 것처럼 쓰 먹겠지!
그 업체는 자신들의 ‘상호’에 ‘**제주’라고 <제주>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이 말을 쓸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제주’라는 소중한 말을 천박하게 들리게 하고, 결국 제주의 이미지가 자꾸 실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 "제주"라고 외친다고 제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지역을 생각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곧 지역을 사랑하는 것이고, 애국하는 것이며, 믿음을 실천하는 것이고,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고 그런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