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 종합기전을 우승한 기사는 이들 4명이다. 좌상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신민준 9단, 홍성지 9단.
-2019년 국내 프로 바둑계 결산
-박정환ㆍ신진서 양강체제 강화
-여자는 시작도 최정, 끝도 최정
2019년 국내 바둑계는 5개의 종합기전이 개최됐다. 전년도 대비 JTBC 챌린지매치가 폐지된 반면 바둑TV배가 새로 생기고 참저축은행배가 신규 기전으로 들어왔다.
안동시가 주최하는 참저축은행배는 그동안 아마추어 대회로 열리다가 올해부터 프로에게도 전면 오픈하고 한국기원이 주관을 맡으면서 또 하나의 공식 기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성별, 연령 등에 참가자격을 두는 제한기전은 11개 대회가 줄을 이었다. 군소 기전 중에서도 입신들의 제전인 맥심커피배, 랭킹 1ㆍ2위가 모두 출전한 크라운해태배는 종합기전 버금가는 타이틀 상징성을 갖고 있다.

단체전은 예년보다 늦게 출발 테이프를 끊은 여자리그와 시니어리그가 속도감을 높여 2019 시즌을 마무리했고, KB바둑리그와 지지옥션배는 해를 넘겨 내년 초까지 이어진다. SG배 페어최강전은 올해 열리지 않았다.
바둑판 밖에서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재입성한다는 낭보가 전해졌고 대통령배 전국바둑대회가 사상 처음으로 개최됐다. 연말에는 이세돌 9단의 은퇴가 바둑계를 뜨겁게 달궜다. 2019년 국내 바둑계를 성적 중심으로 <표>와 함께 정리했다.
종합기전 우승자는 4명
전체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종합기전 우승자는 4명이었다. 박정환 9단은 바둑TV배와 용성전을, 신진서 9단은 GS칼텍스배와 KBS바둑왕전을 우승하며 2개씩 차지했다. 신진서는 9단만 참가하는 맥심커피배 우승을 더해 양적으로는 박정환보다 많았고, 박정환은 신진서와 벌인 결승전을 모두 이겼다.
신민준 9단은 작년에 시작해서 해를 넘겨 결승전을 벌인 KBS바둑왕전을 첫 종합 타이틀로 장식했다. 2008년 한국물가정보배를 우승한 바 있는 홍성지 9단은 참저축은행배 정상에 오르면서 11년 만에 우승 기쁨을 더했다.

▲ 종횡무진 활약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최정 9단은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최정의 프로 첫 해 성적은 1승5패(16.7%)였다.
제한기전에서는 박하민 7단이 25세 이하의 크라운해태배와 신예기전인 미래의별 왕중왕전을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박영훈 9단은 최상위 8명이 빠져 종합기전 대우를 받지 못한 국수산맥 국내토너먼트로 우승자 반열에 합류했다.
이 밖에 여자 대회에서는 최정 9단이 여자국수전과 여자기성전을 석권했고, 최규병 9단은 대주배 시니어최강자전을 통해 19년 만의 우승 기쁨을 누렸다.

신진서ㆍ최정, 남녀 기록왕
한국기원 공식대회를 기준으로 한 기록부문에선 전체기사를 통틀어 최정 9단이 86승으로 다승 1위, 106판을 두어 대국수 1위, 81.1%로 승률 1위에 올랐다. 최정은 100국 돌파도, 80승 돌파도, 80% 돌파도 처음이다. 남자기사를 상대로 24승16패(60%), 여자기사를 상대로 62승4패(93.9%)를 거뒀다.
78승20패(79.6%)를 올린 신진서 9단은 간발의 차로 '80-80'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진서가 올해 치른 98판 중에 여자기사와의 대국은 한 판이다(삼성화재배 32강전의 가오싱). 신진서는 25연승으로 올 시즌 최다연승과 함께 역대 4번째 연승 기록을 썼다.
한국기원은 재작년부터 남녀를 구분해서 기록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남자부문에서는 신진서 9단, 여자부문에서는 최정 9단이 다승ㆍ승률ㆍ연승 1위를 휩쓸었다. 두 기사 모두에게 2년 연속 달성한 '기록 3관왕'이다.

박정환ㆍ신진서, 6번씩 1위
톱랭커 자리를 두고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진서가 5개월 연속, 박정환이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도 12개월 동안 매달 발표되는 랭킹에서 두 기사는 각각 6차례씩 1위를 나눠 가졌다.
현재 랭킹은 1위가 박정환, 2위가 신진서. 점수차는 5점에 불과하다. 12월에 박정환이 8승2패를, 신진서가 8승1패를 거둔 것이 내년 1월랭킹에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을 모은다. 또한 두 기사는 3위에 300점 정도의 큰 차로 앞서 있어 박ㆍ신 2파전이 2020년에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19 바둑대상에서 신진서 9단(왼쪽)은 기록부문을 휩쓸었고 박정환 9단은 최우수기사상을 받았다.
한편 최정 9단은 여자기사 최초로 20위권에 진입하며 17위로 2019년을 마쳤다. 1월에 29위로 시작한 것에 견줄 때에도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이세돌 9단은 13위로 새해를 시작해 14위로 은퇴했다.
12월의 랭킹 톱10을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별 차이가 없다. 1년 전의 공동 10위 이영구ㆍ나현 9단이 밀려났고 이지현 9단이 신규 진입했다. 여자랭킹은 최정, 오유진, 김채영, 조혜연까지 1년 전과 똑같은 순서이다.

전년도와의 비교
전년도와의 부문별 1위 기록을 비교해 보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종횡무진 활약한 최정 9단이 여자 최다승수를 86승으로 대폭 높였다. 역대 여자기사의 연간 최다승수이기도 하다.
30승 이상을 올린 기사는 2016년 21명, 2017년 27명, 2018년 41명으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27명으로 떨어졌다. 60% 이상의 승률을 올린 기사는 2016년 23명, 2017년 31명, 2018년 35명에서 2019년은 30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