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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렬 강원대 교수 |
우리 사범대학은 구조개혁의 칼바람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 강원도의 유일한 거점 국립대학교 사범대학의 운명은 학내뿐 아니라 강원도내 동문과 도민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대학 구조 조정의 요구가 거센데, 특성화사업이란 눈앞의 이익도 있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국립대학 특히 사범대학은 특수목적대학으로 정원·교육과정 등을 교육부가 직접 통제하며, 교사자격증 표시과목별 기본이수과목이나 교직을 비롯한 교과교육 관련 과목의 이수도 법령으로 규정된다.
무엇보다 사범대학 각 학과의 정원은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특정 학과 폐지·체육교육 신설로 인한 이번 사태를 접하며 지난 2000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2000년 강제로 사회교육학부에 편입된 역사교육과는 끈질긴 투쟁으로 학과 환원에 성공한 반면, 정원 50명으로 새출발한 스포츠과학부는 15년의 긴 세월을 돌아 체육전공으로 돌아오고 있다.
앞으로 신설에서 졸업생 배출까지 최소 6년은 걸릴 터이니, 20년의 공백으로 대학과 강원도민이 입은 막대한 손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사범대학 구조조정에서 이런 잘못이 반복되어 공멸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만은 절대 막아야 한다. 이번 사범대학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4개 융합학부로 만드는 것인데, 표시과목별로 내용과 성격이 전혀 다른 학과를 4개의 융합학부로 묶는다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일례로 교육학·가정교육·체육전공(신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유례도 없고 가당치도 않다. 대안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보다 ‘복수전공’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융합학부를 만든다는 것은 학과의 크고 작음을 떠나 기존의 틀과 이해를 내던지고 무슨 일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일 것이니, 복수전공에 대한 제한 철폐는 쉽사리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학과의 경우는 독립과 연합의 두 범주로 나누어 재편하면 된다. 독립[국어·영어·수학·역사 등]은 전공 84학점 내외의 단일전공을 이수하며 현행 학과 체제를 유지한다. 연합은 자기 전공 51학점 내외+독립 학과의 복수전공 학점을 결합하여 이수토록 한다.
이때 독립과 연합의 결합 방식은 첫째, 양자 혹은 삼자간의 종속형, 둘째, 연합에 해당하는 전공들로 별도의 학부를 구성하며 독립은 복수전공의 문호를 완전 개방하는 형태, 셋째, 현행 과학교육학부처럼 유사 전공들로 학부를 구성하고 상호간 복수전공 이수를 의무화하는 형태 등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국가와 사회에서는 최고 수준의 교사를 요구하고 있을뿐더러 치열한 임용고사의 벽을 넘기 위해서도 심화된 전공교육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독립의 경우 최소한 현재의 단일전공 체계는 필수적이다. 연합에 들어갈 학과는 학교교육과정의 교과·과목으로서의 위상, 복수전공 이수자 비율, 임용고사 선발 인원수 등을 근거로 결정하면 된다.
독립의 경우도 앞으로 관련 전공간의 동일과목을 통합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대학교는 이미 교과교육 과목을 사범대학으로 통합시킨 바 있으므로, 이를 확대하여 전공과목에 대해서 대학내 관련 과목 통합 작업을 추진한다면 본부측이 의도하는 진정한 학문단위 대형화에도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 타 대학도 아직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의 적극적 관심을 끌어낸다면 지원뿐 아니라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범대학은 중심이 없이 난파 직전에 있다. 모든 결정권은 총장을 비롯한 본부가 쥐고 있다. 오랜 전통의 강원대 사범대학이 엉망으로 된다면 강원도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계에 막대한 손실이자 과오가 될 것이다. 공멸이 아니라 소생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