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부산에서부터 강원도 고성군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분포하고 있는 자연 부락 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어민들이 풍어와 안전을 비는 마을굿이다. 굿의 신이 마을을 수호하는 골매기 서낭신이므로 골매기 당제라고도 한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부락의 수호신을 대개 ‘골매기’ 혹은 ‘골매기신’이라 부른다. 골매기신은 그 마을에 제일 먼저 정착하여 살게 된 조상을 말하므로 대개는 부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자는 ‘골매기 할배’가 되고, 여자인 경우에는 ‘골매기 할매’가 된다. 그러나 마을에 따라서는 셋 이상인 경우도 있다.
별신굿은 ‘풍어제’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풍어제란 어업의 풍요를 비는 것이 목적인 반면, 별신굿은 특수한 집단의 사람만이 아닌 마을 전체를 위한 굿이므로, 어업이나 농업을 위한 자연에 대한 기원, 각 개인들의 건강, 장수, 사업 번창의 기원, 마을 사람들의 화합 등 마을 전체의 모든 것을 기원하고 있다.
별신굿에 대한 여러 설명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두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별신굿은 ‘벨신’, ‘벨손’, ‘별순’이라고도 하는데 한자어로는 ‘別神’이라고 표기한다. 또 많은 곳에서 한자어로 ‘別神祭’보다 ‘豊漁祭’란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보통 별신이라 부른다. 무당들은 ‘별짜’라는 은어를 사용하고 있다. 별신굿도 동제와 마찬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행해지지만, 동신만을 모시는 것이 아니고, 보다 많은 다신을 모시는 것으로 제의가 별제적인 특징이 있다. 오구굿이 사령제인데 비해서 별신굿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굿의 형태를 보면 심청굿, 손님굿, 성주굿, 시준굿, 거리굿 등의 제차가 들어가며, 탈놀음, 원님놀이 등의 연극적 제차가 부수되는 것이 또한 특색이다. 또 동민이 굿 장면에 직접 참여하여 춤을 추는 놀음굿이 오래 동안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남녀노소가 춤과 노래를 한다.”【최길성,pp.290-291】
“부락제는 내륙지방 또는 산간지방에서도 행하여지는데, 동해안 지역의 별신제는 무당이 반드시 참가하여 의식을 진행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에서나 산간지방의 부락제는 선정된 제관을 중심으로 유교식 제의로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며, 무당이 관여하지 않는다. 동해안 지역의 부락제의 시기는 마을에 따라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정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계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무당이 참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즉 무당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서, 같은 날 여러 부락에서 별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서대석ㆍ최정여,pp.23-24】
굿 하는 시기와 장소
과거에는 1년이나 2~3년에 한 번씩 열렸으나 현재는 굿을 하는 비용의 문제로 3 년 이나 5년, 길게는 10년에 한 번씩 하는 마을도 있다. 제의를 행하는 시기 또한 마을 마다 다르나 대개 음력 3∼5월, 9∼10월 사이이다. 제주(祭主)는 그해 나쁜 일이나 부정한 일이 생기지 않은 주민을 뽑아 맡도록 한다. 경비부담은 재산의 형편에 따라 하는데, 어촌에서는 선주가 주로 맡는다.
굿을 하는 장소는 바닷가에 차려 놓은 굿당이다. 대부분의 굿거리를 여기서 하며, 제주집(도가집)과 마을의 골매기당에서 한두 거리를 진행한다.
무당과 악사
세습무들이 의식을 주관하며, 보통 2박 3일 동안 10명 정도의 무당이 진행한다. 대 부분의 거리를 무녀들이 진행하며, 남자 잽이들은 마지막 거리인 거리굿을 제외하 고는 오직 악기 반주만을 맡는다. 한 거리에 동원되는 잽이의 숫자는 5-6명 정도인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2명의 반주만으로 진행되기도 하며, 드물게는 잽 이들이 반주악기를 다 맡지 않고, 쉬고 있는 무녀가 하나의 악기를 맡아서 반주 를 하기도 한다.
반주 악기로는 주로 장고ㆍ꽹과리ㆍ징ㆍ바라 등이 사용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반주악기는 장고이다. 다른 악기를 맡은 잽이들은 굿의 진행 도중에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으나, 장고를 맡은 사람만은 자리를 비우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 가 아니면 장고반주는 지금 굿을 진행하는 무녀의 남편인 잽이가 맡는 것이 관례이 다. 장고가 그만큼 중요한 반주악기가 된다는 증거이다.
굿당과 상차림
마을에 따라 굿을 하는 굿당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해변의 모래밭이나 마 을의 빈터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굿당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 해안을 끼고 있으므 로, 마을 중심부에 바다를 바라보는 해안의 백사장에 만들어진다. 굿당은 무(巫) 집단이 아니라 마을사람들이 미리 만든다. 무녀는 제상을 등지고 관중을 향하여 굿 을 하며, 반주자가 무녀 앞에 앉는다. 마을의 임원들은 측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무녀의 요구를 들어 시행한다. 그 나머지 자리는 모두 마을사람들이 앉게 된다.
제물대는 제물을 진설하기 위해서 만든 대인데, 후면이 바다를 바라보도록 하여 바 닷가 쪽에 설치한다. 제물대의 내부에는 측면과 후면의 벽을 따라 두 단의 선반을 만들었는데, 이 선반 위에 대부분의 제물을 올려놓게 된다. 제상은 제물과 꽃으로 장식된다. 마을에 따라서는 꽃이나 탑등(塔燈), 용선(龍船) 등을 쓰지 않는 곳도 있 다. 사용되는 꽃은 모두 종이로 만들었으며, 연꽃이나 덤불국화 등인데, 단상 맨 위 벽에 기대어 세워 놓는다. 그리고 양 옆으로 왼쪽에는 종이로 만든 탑등을, 오른쪽 에는 종이로 만든 용선을 달아 놓는다. 그리고 그 다음에 사과, 떡, 용떡 등을 놓고, 그 밑에 다시 소반을 놓고, 사과 떡 등을 놓은 조상상을 양 옆으로 놓고, 중앙에 쌀, 두부, 포, 김치, 밥 등을 놓은 당거리상을 놓는다. 그 밑바닥에 향로를 상에 받쳐 놓 는다.
제물과 제상은 마을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진설방법이 나 제물의 종류는 엄격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대체로 제상의 모양만 갖추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수박이 많이 쓰이며, 포는 오징어로 대신해 쓰는 경우가 많다. 제상의 숫자도 마을에 따라 다르며, 모시는 신의 수에도 관계가 있다. 또한 개인이 따로 제상을 마련하여 굿청에 진설할 수도 있다.
굿청 밖에는 차일에 대어 신기(神旗)와 신간(神竿)을 세운다. 신간은 보통 3-4개를 세우는데, 그 명칭은 ① 너름 받는 대(마루대), ② 손 대(두개), ③ 골매기 대라고 하며, 이 중에 골매기 대는 당맞이 굿을 할 때에 제주로 뽑힌 사람이 들고 당을 찾아가는 데 사용되고, 마을의 길흉을 묻는 데에도 이대를 내려서 점친다.
무복/무구
동해안 별신굿의 무당은 무복이 다양하지 않고 사용하는 무구 또한 그 수가 적다. 세습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복은 대개 평상의 한복 차림이며, 특이한 것은 머리에 꽃을 꽂고 굿을 한다. 굿거리에 따라 갓을 쓰거나 고깔을 쓰는 등 달라진다.
굿에 쓰이는 소품으로는 굿당의 제물대를 장식하기 위해 지화(紙花)들이 진열되고 좌, 우로는 탑등과 용선, 굿당 밖에는 흑애등을 걸어놓는다. 이 소품들은 굿하기 며칠 전부터 대나무와 종이로 직접 제작한다.
무구로는 부채, 신칼, 손님대, 놋동이, 수건, 신대 등이 있다.
부채 : 별신굿에서 무녀가 오른손에 드는 부채는 산신이나 제석신 등이 색색으로 그려져 있고, 가장자리에 붉은색 깃털이 달려 있는 합죽선이다. 성주굿, 조상굿, 군웅굿, 산신굿, 제석굿, 황제굿 등에서 무녀가 무무(巫舞)를 출 때나, 무가를 부를 때 손에 든다.
신칼 : 경남지방의 도가집 굿에서 하는 부정굿, 할매당굿과 할배당굿의 부정굿, 경북지방의 부정굿에서 무녀가 주로 부정을 칠 때 사용한다. 무녀는 신칼로 바가지에 담긴 물을 찍어 사방에 뿌리면서 부정을 친다. 놋쇠로 되어 있고, 칼자루의 끝에 흰 종이 수실이 여러 가닥 달려있다.
신대 : 주로 잎이 달린 큰 대나무를 사용한다. 당굿에서 서낭신을 모실 때나, 용왕굿에서 신내림을 할 때에 사용한다. 마을에 따라서는 서낭신을 받을 때 신대 대신 조그마한 단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너름대.
너름대 → 신대
천왕대 : 부산지방의 별신굿 가운데 밧당 천왕굿에서 천왕대 들어갈 때 사용된다. 천왕대에는 제관의 두루마기와 함께 그 아래에 흰 종이 수술도 달아놓는다. 주민들은 종이 수술에 돈을 매달고, 무당은 이 천왕대로 주민들을 축원해 준다.
손님대 : 가는 대나무 가지의 끝에 종이로 만든 흰 수술을 붙여서 만든 막대기이다. 손님굿에서 무녀가 어깨에 메는데, 마을 주민들은 손님대의 종이 수술에 돈을 매단다.
놋동이 : 놋쇠로 만든 큰 대야이다. 경북지방의 놋동이 장수굿과 경남 지방의 밧당 놋동이굿에서 무녀는 이 놋동이를 입으로 물어서 들어올린다.
수건 : 어떤 거리에서건 무녀가 왼손에 들고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손수건과 같다. 무녀는 춤을 출 때에 오른손에는 부채, 왼손에는 수건을 들고 추며, 또 무가를 부르는 도중에 이 수건으로 땀을 닦기도 한다.
계면떡 : 쌀로 만든 조그마한 흰떡. 계면굿에서 청보무가를 길게 부른 다음 무녀가 ‘고기 씨앗이다’ 또는 ‘농사 씨앗이다’ 하면서 이 떡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지화(紙花) : 오색종이로 만든 지화는 굿상을 장식하는 기능을 가진다. 또한 꽃노래거리에서는 무녀가 이 종이꽃을 들고 춤을 춘다. 대개 살재비, 국화, 목단, 연꽃, 작약화이다.
초롱등 : 대나무 가지를 쪼개서 조그마한 직육면체의 골결을 만들고, 윗부분은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세운 다음, 붉은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 만든 등이다. 아랫부분에서는 오색 종이를 길게 늘어뜨린다. 초롱등은 경남의 별신굿에서만 사용한다.
무가/무악
다른 지역에 비해 무악(巫樂)의 수준이 높다. 또한 무가(巫歌)가 세련되고 내용이 풍부하며, 다양한 춤과 익살스러운 재담이 많아 놀이적 특성이 강하다.
요즘의 모습
동해안 별신굿은 요즘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굿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굿을 하는 비용을 대기 어려워 3년에 한번 하던 곳이 5년에 한번 하는 식으로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굿판의 모습도 예전과는 달라서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다.
동해안 세습무 집단 가운데 하나인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와 단오보존회에서 전승, 보존하고 있다. 1985년 2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로 지정되었으며, 기능보유자는 무악 김석출(金石出), 무창 김유선(金有善), 장구 김용택(金用澤)· 제갈태오(諸葛泰伍), 무녀 김영희(金英熙) 등이다.
이들 기능보유자들의 집단이 부산에서 경상북도에 이르는 지역의 별신굿을 맡아 하고 있고, 경상북도에서 고성에 이르는 지역은 단오보존회에 속한 무녀들이 별신굿을 맡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