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일반인들에게 협의의 개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어휘 그대로 이야기를 말한다는 의미로... 물론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말한다는 원초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협의의 개념 외에 보다 많은 포괄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의의 스토리텔링이란, 감성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디지털 등의 보다 복잡한 속성들이 얽혀 있는 것이다.
우선, 마케팅을 모르고서는 스토리텔링을 말할 수 없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이란 표현과 함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될 정도다. 스토리텔링이 적용되었을 때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한 가지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 되어진 이야기들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적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 지자체들을 찾아가 보면 어떤 곳은 많은 예산을 이미 스토리텔링 사업에 쏟아 부어, 수많은 스토리텔링 결과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된 스토리텔링 결과물들이 책속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 앞에서 스토리텔링을 하기만하면 관광 차원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스토리텔링 무용론으로 까지 확대되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문제발생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발된 이야기들이 어떻게 어떤 미디어(웹, 디자인, 영상, 만화, 3D 등)로 표출되어야 효과적이며 또 선택하고 싶은 미디어가 현재 예산 범위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스토리텔링은 마케팅과 동시에 검토되고 개발되어야 효과적인 결과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Story Centric Economy(이야기 중심 경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사회의 경제구도에서 이야기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은 비쥬얼(visual)이다. 비쥬얼은 다름아닌 디자인이다. 과거에는 이야기란 말해지거나 글로 쓰여지는 것이라 여겨졌다. 달리말해 협의의 스토리텔링으로 받아들여졌다. 작금에 와서 스토리텔링은 눈으로 보여져야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듯이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각인된다. 따라서 스토리텔러는 모름지기 디자인적 시각과 감각을 지녀야 한다. 물론 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야기를 개발한 스토리텔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의 비쥬얼로 표현하는 것이 이야기의 본의를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인기 영화 ‘인셉션(Inception)’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킨 영화다. 필자는 ‘쇼생크탈출’과 함께 가장 위대한 영화로 평가하는 영화이다. 영화 인셉션은 꿈을 다루고 있다.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그 꿈속에서 다른 꿈을 꾼다. 도대체 몇 번의 중첩된 꿈을 꾸고 있는 지 모를 정도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 평론가들은 도가철학의 장자 선생이 말한 ‘호접몽’을 말하기도 하고, 칼 구스타프 융이 주장한 ‘집단무의식(unconsciousness)’를 거론하기도 한다. 인간의 꿈을 이렇게 비쥬얼하게 잘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첨단의 스토리텔링이기 떄문에 가능하다. 기존의 호접몽이나 집단무의식의 이야기 방식으로는 재미도 없고 그냥 철학으로 또는 학문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영화라는 디지털 속에 녹이고, 기술로 다듬어진 비쥬얼로 보여지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쥬얼은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심한 말로 비쥬얼하지 않으면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즉,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와 연관성이 깊다. CT는 IT의 기반 없이는 있을 수 없다. 스토리텔링은 CT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분야인데, 이 스토리텔링이 바로 IT 즉 디지털과 만나야 비로소 힘을 얻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IT에서 CT로의 정책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며, 우리는 이미 그러한 세계사적 사회 발전을 경험하는 선진국인 것이다.
마케팅, 디자인, 디지털 등과의 결합을 통해 확장된 광의의 스토리텔링은 스토리텔링 자체의 발전적 측면에서는 너무나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러들에게는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이야기를 글로 잘 표현하고, 말로 잘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눈으로 잘 보여줘야 하고 또 그 스토리텔링 결과물들이 경제적 도움도 가져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