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개 나라를 다스리는 길은 세 가지가 있으니 그 하나는 백성을 힘으로 위협하는 것이며, 그 둘은 법으로 묶어두는 것이고, 그 셋은 덕(德)으로 보살피는 것이오. 그런데 힘으로 위협하는 것은 법으로 묶느니만 못하고, 법으로 묶는 것은 덕으로 보살피느니만 못하오. 또 덕으로 보살피는 데도 상덕(上德)과 하덕(下德)이 있으니 수다하게 인의(仁義)를 말하고 까다롭게 예악(禮樂)을 따져 백성을 마소 몰 듯 끌고 가는 것은 하덕이오, 만세에 혜택을 베풀어도 인(仁)을 내세우지 않으며, 하늘과 같이 똑같이 덮으며 땅과 같이 똑같이 살으면서도 그 백성에게 요구함이 없고 여름비에 초목이 자라듯 누가 인도하지 않아도 산골짜기의 물이 마침내 만 리 밖에 바다에 이르듯 만민이 저마다의 본성을 쫓아 그 도(道)에 이르게 함이 상덕인 것이오. p. 17
* 사향은 싸고 싸도 그 향기가 마침내 새어 나가듯……. p. 20
* 얻은 물건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 인(仁)이라는 것인데……. p. 45
* 세월은 가인(佳人)의 얼굴을 주름으로 덮고, 용사의 더운 가슴을 식게 한다더니……. p. 89
* 새는 모이를 탐하다가 목숨을 잃고, 사람은 재물을 탐하다가 그 몸을 망친다더니……. p. 92
* 만물에는 반드시 상극(相剋)의 원리가 있어 서로를 제어할 수 있다 한다. p. 97
* 보검에 녹이 슬면 날선 우도(牛刀)보다 못하고, 명마(名馬)에 살이 붙으면 나귀나 노새에 뒤진다. p. 100
*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찌 하늘에 주성(酒星)이 있으며,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또한 주천(酒泉)이 땅에 있을 것이오?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거던 내 술을 사랑함도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소이다. 듣기에 맑은 술은 성인(聖人)에 비하고 탁한 술조차 현자(賢者)와 같다 하였소. 내 이미 성현을 마셨거늘 하필이면 신선(神仙)을 구하겠소? 석 잔 술로는 대도(大道)에 통하고 말술로는 자연(自然)에 합한다 했거니……. p. 103
* 너희 죄를 논하려면 이 날이 짧을 것이나, 이제 세 가지만 간략히 말하니 귀를 씻고 공손히 들으라. 그 첫째는 부모가 끼친 머리칼을 자르고 열성(列聖)이 정하신 법복(法服)을 폐한 것이라. 이는 다 양이(洋夷)가 이 백성에게 저들의 습속을 강권한 것이니, 여조(麗朝)에 몽고적의 무리가 이 나라를 핍박할 때도 그에 더하지는 않았다. 그 둘째는 종묘(宗廟)와 조상의 제사를 폐한 것이니, 세상에 뿌리 없는 가지가 어디 있으며, 샘 없는 개울이 어디 있겠느냐? 비록 그들의 귀신이 강대하고 그 말이 아름다우나, 어찌 조상의 거룩한 영혼보다 우리를 더 따뜻이 보살필 수 있단 말이냐? 그 셋째는 터무니없는 사랑의 가르침이니, 원수를 사랑으로 대하면 네게 덕을 베푼 자에게는 무엇으로 대하랴? 이미, 포악하여 네 오른뺨을 때렸을진대 왼뺨을 내놓은들 때리지 못하랴? 그 가르침은 오직 연약한 이 백성을 더욱 연약하게 만들어 저들의 침략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계책일 따름이라. p. 106
* 봉황은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이지 않으며……. p. 116
* 황금은 거름더미 속에서도 썩지 않고, 군자는 그 몸둔 곳이 험해도 도(道)를 잊지 않는다 하였다. p. 129
* 소인(小人)은 재물을 주고받고, 군자는 아름다운 말(言)을 주고받는다. p. 130
* 대저 나라의 힘을 기르는 방도는 여럿 있으나, 그 백성을 슬기롭고 충성되게 가르치는 것이 그중의 으뜸입니다. p. 168
* 사람이 아무리 배불리 먹고 따뜻이 입고 편한 곳에 거처해도 가르침이 없으면 곧 짐승에 가까운 것을……. p. 168
* 나라의 병고(兵庫)에 날카로운 무기가 아무리 많고 백성 중에 그 무기를 잡을 수 있는 장정 또한 무리지어 있더라도, 그들이 어리석고 충성되지 않으면 전하를 위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라의 강함이 그 땅의 넓이에 있지 않고, 군대의 강함이 그 수(數)에 있지 않다는 말은 바로 그를 두고 이르는 말일 것입니다. p. 169
* 어떤 사람은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어떤 사람은 몸을 수고롭게 한다는 말이 있다.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몸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은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 p. 180
* 세상에 한 가지 결함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결함은 종종 남에게 해를 끼친다. 시기(猜忌)란 결함을 가진 사람은 그로 인해 남을 헐뜯고, 탐욕이람 결함은 이웃의 재물을 훔치게 한다. 특히, 편협한 계급의식이나 권력욕, 명예욕, 증오 따위의 정신적인 결함이 어우러져 어줍잖은 이념(理念)의 탈을 쓰게 되면 세계와 인생에 대한 그 피해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p. 185
* 선왕(先王)들께서 신민을 부리시던 수단은 관직과 봉록이 아니면 상(賞) 벌(罰)이었소. p. 187
* 제(齊)의 조보(祖父)는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모는 일에 능숙하였다. 이와 같이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것은 고삐와 채찍이 지배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왕량(王良)은 예비로 쓸 말을 많이 거느리고 다녔으되 고삐나 채찍을 쓰지 않고 뜻대로 부렸다. 먹이나 물로써 조종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보(祖父)와 왕량(王良)은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마부가 되는 셈이지만, 왕량에게 고삐의 왼편을 잡게 하여 말을 몰아치게 하고 조보에게 고삐의 바른편을 잡게 하여 말에게 채찍질을 하게 한다면 말은 십 리도 달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말을 다루는 까닭이다.
전련(田蓮)이나 성규(成窺)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거문고의 명수들이었다. 그러나 전련에게 거문고의 윗부분을 튕기게 하고 성규에게 그 아랫부분을 다루게 한다면 곡(曲)을 연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악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바깥일은 좌보(左補=김광국)가 있고, 안의 일은 우보(右補=신기죽)가 있다. 새로운 저 두 사람이 비록 뛰어나다 하나 그들 두 사람과 함께 쓰는 것은 마치 이미 조보가 있는 수레에 다시 왕량을 태워 함께 말을 몰게 하고, 전련이 있는데 새로 성규를 불러들여 함께 거문고를 뜯게 하는 것만 같다. 저들은 다만 귀한 손님으로만 대우하라. p. 189
* 다스리는 이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 것이 충성의 시작이요, 그 명에 따라 목숨을 던지는 것이 충성의 끝이라 하였으나……. p. 263
* 봉황은 나뭇가지를 가려서 깃들이고, 현자(賢者)는 주인을 가려 섬기는 법이오. p. 265
* 다스린다는 것은 하늘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다스림을 맡은 자를 특히 천리(天吏)라 한다. ……천리가 덕을 잃으면 맹화(猛火)보다 더 매섭다. p. 271
* 하늘이 만든 화(禍)는 가히 피할 수가 있지만 스스로 부른 화는 피할 길이 없다……. p. 275
* 배가 뒤집혀봐야 헤엄 잘 치는 이를 알 수 있고, 나라가 망해봐야 참다운 충신을 볼 수 있다는 말은……. p. 283
* 해와 달이 빛을 잃은들 이보다 더 기막히랴. p. 285
* 옛말에 이르기를 한 삼태기의 흙도 여럿이 모이면 태산을 이루고, 어리석은 꾀도 여럿을 맞추면 양⋅신(張良⋅韓信)의 묘책(妙策)을 당한다 하였다. 어찌 구차한 골짜기와 숲에 숨어 한몸의 무력함과 어리석음을 한탄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위로는 천명(天命)에 의지하고, 아래는 군부의 밀지(密旨)에 힘입어 배적(裵賊) 토벌의 기치를 높이 세우나니, 천하의 충의지사와 열혈남아들아, 죽기로 싸워 위태로운 종묘사직을 구하고, 먹구름에 가린 일월이 다시 이 땅을 밝게 쪼이도록 하라……. p. 285
* 도둑의 소굴에 살게 되면 도둑의 계육을 지켜야 하고, 원숭이 나라에 살게 되면 원숭이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p. 296
* 지금은 쑥이 깔려 우거지듯 하찮은 우리들만이 번성한 때이거늘……. p. 313
* 무위(無爲)를 상덕(上德)으로 삼고, 그들 위에 있어도 백성들이 짐스러워하지 않으며, 앞에 있어도 방해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성인이라 하였다. p. 332
* 군주야말로 오히려 가장 많은 다스림을 받는 자니, 먼저는 자기가 만든 법령과 제도에 구속되고, 인의(仁義)와 예지(禮智)에 구속되며, 백성들의 칭송과 불만에 얽매어 있다. p. 335
*원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나가 말을 거는 것을 영(佞)이라 하고, 남의 비위만 맞추려고 말하는 것을 첨(諂)이라 하며, 시비를 가리지 않고 지껄이는 것을 유(諛)라 한다. 그런데 그대는 영⋅첨⋅유를 갖추어 짐에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p. 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