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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 고군산군도 2박3일 동안 느긋하게 걷다
김수철(상학62) 여행작가
고군산군도는 몇 년 전 여러 차례 탐방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섬산을 오르고 해안과 호수변을 걷는 트레킹 탐방이며, 당일이 아닌 2박3일 간의 여정이라 여유도 있다. 우리 부부는 필자의 중고 동기 경목산우회의 일원으로 12명(남9, 여3)이 참여했다. 회원 중 P 동문의 9인승 벤츠 스프린터가 함께 움직였다. 5명은 고속버스 타고 군산으로 가서 비응항(飛鷹港)의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무녀봉에서 내려다본 고군산열도 해안>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이 관할하는 군산 앞바다에 위치한 총 63개 섬무리(유인도는 16개)다. 고군산군도는 새만금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로를 통해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야미도 등 일부 섬들이 육지(군산)와 연결되어 현재는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고군산군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역사적 중요성까지 지닌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비응항(飛鷹港)은 군산시 비응도동에 있는 비응도의 항구이다. 섬의 북쪽에 있는 구릉지 모양이 '날아가는 매를 닮았다' 하여 비응도라 불리게 되었다. 과거에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양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어항으로뿐만 아니라 해양관광, 휴양관광 시설을 갖춘 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낚시꾼들의 천국이라는 평이 돌만큼 낚시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신시도 몽돌해변에서> 새만금방조제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긴 인공방조제로 길이가 33.9km나 된다. 네덜란드의 주다치 방조제(32.5km)보다 1.4km 길다. 1991년에 착공하여 2010년 4월에 완공했다. 비응항에 있는 비타민호텔에 여장을 풀고 방을 배정받고 인근 일억조 횟집에서 해물 반찬이 가득한 점심 한 상을 받았다. 신시도 몽돌해변과 무녀봉 트레킹 첫날 오후 일정 시작은 신시도 몽돌해변 산책이다. 몽돌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닳아 반질반질하고 둥글게 된 작은 자갈돌을 말한다. 해변에는 모래가 아니라 둥글납작한 몽돌이 깔려 있다. 그래서 이름 자체가 신시도 몽돌해변이다. 또 회색 숯덩이 같은 모양의 큰 바위들이 시선을 끌었다. 중생대 백악기(약 9,000만년 전)의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유문암 마그마가 식으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柱狀節理)다. 주상절리는 보통 현무암으로 형성되는데 신시도는 현무암이 아닌 유문암 계열인 점이 특징이다. 오랜동안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해안 절경의 모습에 신비감을 느끼며 사진 찍기에 열중한다. 여기서 신시도 마을까지 해안 둘레길을 약 3시간 동안 걸을 예정이었으나, 코스 시작점에 데크길이 폐쇄되어 포기했다. 차로 무녀도로 가서 무녀봉을 오르기로 일정을 수정했다.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에는 세계에서 제일 긴 400m의 외팔 현수교인 고군산대교와 무녀교를 지난다. 무녀도는 무녀봉에서 내려다봤을 때 무당이 춤을 추는 모습과 흡사하여 무녀도(巫女島)라고 한다. 무녀봉 입구를 향해 가는 도중에 큼직한 섬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무녀도 똥섬’ 광고판이다. 이름이 하도 괴상하여 궁금해진다. 이름에 관한 정설은 없고 섬이 거칠고 척박해서 부정적 뉘앙스로 똥섬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도 있다. 똥섬은 고군산군도 지질공원 10개소 중의 하나이다. 무녀염전과 무녀봉이 갈라지는 방향 표지판에서 무녀봉을 향해 걸어 오른다. 염전은 폐염전이 되어 억새 풀이 무성하다. 하얗게 수염을 휘날리는 억새풀밭을 지나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널찍한 임도라 오르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오르면서 보이는 고군산군도의 바다 풍경은 환상적이다. 특히 선유도로 잇는 선유대교는 빨간색의 다리가 아름다워 단연 시선을 끈다. 20여 분 오르고 정상(130.9m) 바로 아래에서 바다 절경을 감상한 후 하산했다. 숙소로 가기 전에 비웅 마파지 데크 길을 걷기로 했다. 아마도 낙조도 볼 수 있으리라~
<선유도 망주봉>
비응 마파지 데크길의 낙조와 일몰 풍경 비응 마파지 데크길은 군산시 비응도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총 길이가 1.8km인데 비응도 전망대를 거쳐 반환점을 돌아오는 왕복 4km의 멋진 산책길이다. 서해 바다 절경을 감상하며 힐링하기 좋은 명소로 알려져 있다. 마파지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비응도 주민들이 마파람(남풍)을 받는 자리라는 뜻에서 마파지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다. 특히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는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한 시간 이상 남은 시간이지만 모처럼 느긋한 산책과 낙조 시간(5시9분)을 기다리며 모두가 행복해한다. 낙조 시간이 되니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 찍기에 열중이다. 누구 사진이 멋있는지 무슨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다. 석양, 낙조, 일몰 그리고 일몰 후 붉은 여광도 멋있다.
<마파지 데크길의 석양>
첫날 저녁이라 횟집의 회 잔치가 당연하다. 그런데 무슨 곁들이 안주와 밑반찬(일본말 스끼다시)이 이렇게도 많은지 회가 나오기도 전에 배가 잔뜩 부르다. 회는 광어라는데 남아돈다. 꽃게탕이 시원해서 인기다. 한 친구가 귀한 양주를 갖고 와서 술꾼들이 살판 났다. 필자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향긋한 고급 양주 맛에 입이 호강하는 기분이다. 회식을 파하고 걸어서 숙소로 간다.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늦가을이라 혹 추울까 염려하여 옷도 여분을 더 가져왔지만 여행하기 최상의 날씨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일차, 대각산 정상 산행과 청암산 군산호수길 산책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눈을 뜨니 아직 밤 11시다. 피곤해서 잠이 깊이 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억지 잠을 청하며 이럭저럭 새벽이 되어 일어나서 어제 사진을 정리하며 페북에 소식을 전했다. 아침 조식은 호텔 인근 바지락 전문집에서 바지락과 바지락죽으로 별미를 챙겼다. 바지락 칼국수야 수없이 먹어 봤지만, 바지락죽은 처음이다.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바지락을 까먹는 맛도 괜찮다. <대각산 전망대>
오늘은 일정을 바꾸어 신시도 대각산 정상에 오를 계획이다. 대각산 정상에는 철제로 된 3층 전망대가 있어서 고군산군도 어디서든 쉽게 대각산을 식별할 수 있다. 대각산은 해발 188.3m로 같은 신시도에 위치한 월영봉(198m)보다는 10여m 낮지만 대각산에 오르면 전 고군산군도를 발아래 든 듯 호기를 느끼게 된다. 섬 산행은 해발이 해수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얕잡아보면 큰코 다친다. 더구나 뾰쪽산으로 급경사가 대부분이라 바로 서서 가기가 어렵다. 업드려 기어서 올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모두 미리 각오했던 대로 힘은 무척 들었지만, 무사히 정상에 올랐다. 역시 베테랑인 K 선행 대장이 앞서 가면서 길을 안내하고 용기를 북돋우어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너무 좋다. 정상에 도착하니 정상 표지판이 있고 3층의 철제계단 건물이 우뚝 서 있는데 관리가 부실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정상 표지판을 끼고 사진 찍기에 모두가 열심이다. 하산하는 길은 더욱 어렵다. 급경사와 자갈이 많아 미끄럽고 위험하다. 모두가 조심 일변도이다. 용을 많이 쓰이는 힘든 하산이었다.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하산했다. 점심은 정원이라는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모듬 생선구이와 꽃게탕으로 맛점을 즐겼다. 오후 코스는 군산시 옥산면에 위치한 청암산 군산호수(옥산저수지)길로 정했다, 공영주차장에는 호수를 찾은 군산 시민들의 차량으로 만원이다. 군산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코스로 정평이 나 있단다. 호수를 따라 다 걷자면 4시간가량 걸린다니 걷는 도중에 시간에 맞춰 반환키로 하고 수변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호수를 따라 평탄한 길로 왕버들 군락지, 대나무 숲길, 습지 등을 지나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곳곳에 쉼터와 데크길, 포토죤, 화장실 등이 있어서 편리했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 호젓한 소나무 숲길도 좋고, 아직도 붉게 물든 단풍길이 나오니 모두가 반색을 한다. 특히 대나무 숲길은 인상에 남는 멋진 코스였다. 걷는 시간만큼은 일상의 고뇌와 근심 걱정을 잊고 심신을 힐링하는 타임이다. 2일차 일정도 마치고 돼지고기 전문점 왕뚜껑에서 마지막 밤 회식을 가졌다.
<선유도 옥돌해변 데크길>
3일차, 선유도 옥돌해변 데크길, 선유봉 산행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나가니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분다. 그러나 얼마간 지나니 일출과 함께 바람도 자고 날씨가 화창해졌다. 아침 식사는 가정식 백반이란다. ‘서진수산’이라는 한식집인데, 가정식 집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역시 호텔 사장의 추천 집이다. 밥과 국 외에 반찬을 뷔페식으로 선택해 먹는데, 어찌나 맛이 좋은지 모두가 감탄한다. 오늘 일정은 온종일 선유도에서 보낸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의 중심지이자 관광지로 유명하다. 예부터 선유도 해수욕장의 명성은 자자했고 선유도 해안선 길이는 12.8km나 된다. 2017년 고군산 연결도로가 완공되면서 자동차로도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선유도(仙遊島)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놀던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조선 시대부터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했다. 먼저 선유도 옥돌해변 데크길 걷기이다. 선유도에 있는 해변 산책로인데 일반 모래사장이 아니라 둥글거나 납작한 옥돌로 이루어진 해변으로, 이 돌들이 파도에 부딪히며 샤륵 샤륵 소리를 내며 바닷가 특유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해변 옆으로 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편히 걸으면서 바다 경치와 주변 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유도 해변 데크길을 산책하고 바로 선유봉을 오르려고 입구를 찾다가 좀 헤맸지만, 가장 쉬운 코스를 따라 등산을 시작했다. 역시 바위길이고 경사가 있었지만, 높이가 낮아 전원이 쉽게 오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정상 부근에는 큼직한 바위산이 있었는데 젊은 아베크족이나 단체 소풍객이 많았다. 우리도 소풍 온 듯한 기분으로 가져온 간식을 꺼내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소풍 시간을 가졌다. 어린 시절 소풍 갈 때 필수품인 삶은 계란과 사이다, 고구마, 삭힌 감 등을 읊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면서~. 점심시간이 가까워 모두 조심조심 하산했다. 점심은 식당가 중심에 있는 선유횟집에서 회덥밥으로 통일해서 맛있게 먹었다. 오후 시간은 바로 앞 선유도 해수욕장 해변길 산책이다. 멀리 바다 한복판에 솔섬이 있고 거기까지 짚라인 탑승줄이 메어져 있다. 해변을 걸어서 솔섬으로 가는 다리를 산책했다. 가는 도중에 꼭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게(蟹)조각상이나 지붕 위에서 수박 서리를 한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재미있게 진열되어 있었다.
<선유도 해수욕장>
걸어가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망주봉(望主峰)이 엄청 크게 클로즈업 되어 신기하게 쳐다본다, 완전히 바윗덩어리 산이다. 옛 선비가 이곳으로 귀양을 오게 되어 임금을 그리워하면서 북쪽을 향해 충성의 바위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다리의 끝은 솔섬이란 곳인데 집라인의 종점이다. 몇 년 전 왔을 때 집라인을 타려고 하니 나이가 많아 탈 수 없다고 하여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다 되어 오늘 일정을 종료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짐을 챙겨 상경길에 올랐다. 서울 논현동의 식당 훈제 오리집에 도착하여 늦은 석식을 마친 후 마지막 작별을 하였다. 2박 3일의 섬 기행 하는 동안 여행의 3박자 ‘동행자, 목적지 경관, 날씨’가 다 대만족이라 즐겁고 행복했다. 3번의 산행, 바닷가 해안과 호수 걷기의 연속으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멋진 섬 산행과 해안길 걷기 트레킹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눈과 가슴의 고감도 수준은 이제 너무 고급화되어 수준을 낮추기가 어렵게 된 듯하다. 참가한 친구들 모두가 팔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건강을 지녀 복 받은 노인이라 스스로 자축하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건강보다 더 좋은 꽃길은 없다. 마치 아름다운 단풍길처럼 단장하며 오래오래 같이 다니고 싶다. <글, 사진: 김수철(상학62)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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