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이번 트레킹 4일째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오전에 가볍게 걷고 부지런히 광주로 내려가야 한다.
-걸었던 날 : 2024년 10월 14일(월요일)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47코스.(삼포해변~봉수대해변~오호항~송지호해변~송지호~왕곡민속마을~공현진2리~가진항)
- 걸은 거리 : 10km (약 16,000보, 2시간30분)
- 누계 거리 : 674.4km.
- 글을 쓴 날 : 2024년 10월 18일(금요일).
이른새벽 숙소에서 나와 설악의 울산 바위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아침 산책을 하였다.큰 바위에서 커다란 기운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딱히 그렇게 믿는건 아니지만 잠시 그렇게 생각하고 기도하듯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다음 기회에 이곳에 다시 온다면 한 겨울 전망대에 앉자 눈 내리는 설경을 보며 한나절 모포를 뒤집어 써서라도 설악만 바라보고 싶다.오늘은 나의 생일이기도 하다.나는 생일이지만 오로지 해파랑길에 꼿혀 있어 어디에서 생일을 맞이하든 상관이 없다.지난주에 작은 딸에게서 무게을 느낄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1~2인용 제로그램 텐트를 선물 받았다.아마도 산행이나 백두대간 추억 산행을 할 때 이 텐트를 사용 해 봐야 겠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억새가 만발한 어느날 봉화산 백운봉 정상에서 야영을 하고. 아침 일출을 보며 노송아래 구절초 만발한 육십령 고개로 걷는 것을 상상해 본다.그리고 숙소가 리조트라서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편식으로 미역국이 있는 아침 생일밥을 먹고 출발했다.
이제 설악산 대청봉에 머문 안개을 보며 삼포해변으로 이동하여 걷기를 시작했다.어제는 두 친구 부부와 동행을 했고 설악 능선을 보며 지나온 삶의 과거를 회상하고 걸었다.누구나 지난 과거는 있는 것이고 그 과거는 기쁨도 있고 부끄러움이나 아쉬움과 후회도 있다.그리고 이미 지난 과거이니 되돌릴 수는 없다.그렇지만 이렇게 긴 시간 묵묵히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미래을 설정 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속초 송지호를 만난다.송지호는 백두대간 설악의 미시령에서 흘러내린 물이 머문 호수이며 영랑호수와 느낌이 비슷한 석호이고 철새의 호수이다.철새을 관찰하는 새 전망대가 있으나 철새는 아직 돌아 오지 않았는지 호수는 조용하고 거울처럼 산 능선이 물 위에 대칭하여 비친다.
한국 전쟁이전에 이곳에 철도 동해선 송지호 기차역이 있었다.여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톡까지 795km라는 안내 조형물도 있다.그런데 2024년 10월 15일 북한은 철도 동해선 북측지역의 선로와 도로를 폭파하였다는 뉴스가 있었다.아마도 영원한 단절을 위한 폭파인듯하여 씁씁한 기분이다.언젠가 철도가 이어지고 도로가 연결되는 꿈을 꿀수도 있을 것인데 아쉽다.
송지호 주변으로 무장애 나눔길이 있다.호수 둘레길은 송림사이로 잘 만들어 진 모습이며 그 둘레길중 일부를 지났다.
그리고 송지호 둘레길을 걷다가 내륙으로 들어와 수수밭 사잇길를 넘어 농촌 마을 고개길를 넘는다.
고개 넘어에 고성 왕곡 민속마을이 있다.트레킹로는 이곳 왕곡마을을 소게하기 위함인듯 민속 마을속으로 들어 간다.마을 초입에서 바라 본 마을은 전봇대가 보이지 않았고 초가지붕과 기와지붕으로 이루어진 민속 마을이엇다. 골목 은행나무는 노란 가을옷을 입기 시작 했으며 사이 사이 감나무에는 대봉감이 익어가고 있어 평화롭고 가을 정취가 만땅인 마을이엇다.왕곡 마을은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일부 빈 주택은 군청에서 사 들여 민박 시설로 대여하며 관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방법들을 밴치마칭 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지금 시골 지역은 점점 사람이 소멸하고 있으니 빈 주택을 행정에서 사 들여 고쳐서 전원 생활을 원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저렴한 전세나 월세로 인구를 유입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성 왕곡 마을은 고려말과 조선 초기 사이에 고려에 충성하던 사람중 강릉함씨가 이곳에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한다(현판글 참고)
민속마을은 옛 방앗간을 보전하고 있고
시대극 영화 촬영지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ᆢ
아직도 초가지붕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마당에 상수리 열매를 가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아마도 도토리 묵을 만드려는지 튼튼한 상수리가 말려지고 있다.
왕곡 마을 맨 윗집에 한과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가 계셨다.이미 여러 연애인이 방문하였다는 사진도 있었는데 한사코 사진찍기를 마다 하신다.한봉지 1만원짜리 한과를 샀더니 맛보기도 주시고 홍시도 두개나 주셔서 마당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쉬었다.할머니가 나이가 드시니 한과 만드는 기술을 며느리가 전수를 받아서 지금은 며느리표 한과이다.다행스런 일 이엇다.
고성 왕곡마을에서 바닷가로 나와 공형진 해변을 걸었다.공현진 해변 끄트머리에 항구가 보이는데 가진항인듯 했다.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리이다.
잠시 다시 2차선 길을 걷는데 70대로 보이는할머니 한분이 양손에 스틱을 하고 걸어 오고 계셨다. 아마도 혼자서 해파랑길을 남진하고 계신것이다.중원에 고수 많다더니 엊그제 만난 중년 남성처럼 또 한분의 여성 고수를 만났지만 반대로 걷고 있어서 목례로 인사만 건네고 지나친다.
옛 동해선 철도 터널 모습도 보고 ..
트레킹이 끝나 갈 무럽 공현진 해변 북쪽 모래 해변에 작은 바위군락이 모래 위 수석 작품 처럼 솟아 있다. 이곳에서는 바위와 함께 멋진 일출 모습을 담을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11시 가진항에 도착해서 4일간의 모든 트레킹을 마치고 해파랑길 47~48번 깃점에서 인증 사진을 남긴다.곧장 카카오 택시를 콜하여 삼포해변을 경유하여 광주로 향했다.이제 해파랑길 북쪽 통일 전망대가 멀지 않았다.세상일은 시작이 두렵다.그러나 시작을 하고 나면 언젠가 끝이 있다는것도 안다.그리고 내가 선택한 일이 잘한건지,가치가 있는 일인지 가늠이 안될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트레킹은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다.이제 우리는 3코스 약 40여 킬로 정도만 남았으니 다음달에 와서 해파랑길을 끝내야 겠다.
2024년 10월 18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