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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사태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오히려 이전보다 수요가 급증한 식품 분야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버린 주인공들은 모두 기능성식품들이다. ‘면역력’과 ‘숙면’에 좋은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국가별로 날개돋친듯 팔려나가는 식품들은 저마다 다르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금빛제비둥지’(제비집)가 히트상품이다. 이는 금빛제비가 산란기 때 구애활동으로 분비하는 침샘으로 둥지를 만들 때 접착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명 ‘제비집’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중화권에서는 황제가 먹는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제비집 학술 세미나에서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제비집에는 총 18가지의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콜라겐과 미네랄도 많아 장수와 피부미백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요리중 진귀한 고급음식으로 대접받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특히 코로나 이후 제비집이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이야기가 확산되며 수요가 증가했다.
베트남에서는 이 제비집을 음료로 애용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하노이지사 관계자는 “코로나 19 발병 이후 제비집이 면역력 증진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감기예방이나 항염 작용으로 알려진 생강도 만만치 않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코로나19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치솟을 정도로 수요가 폭증했다. 카자흐스탄 소비자연맹 조사결과, 수도 누르술탄에서는 ㎏당 평균 900~1500텡게(한화 약 2500~4120원)이던 생강뿌리 가격이 지난 3월 말에는 3배 이상 올랐다.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생강 사재기가 심해지자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과 현지 전문가들은 “생강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오히려 일일 권장량인 4g을 초과할 경우 복통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권에서도 면역력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식품 트렌드를 분석하는 테이스트와이즈(Tastewide)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은 건강증진식품에 대한 검색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하고 있다. 가장 눈부신 스타는 ‘엘더베리’(Elderberries)이다. 관련 검색량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이상 증가했다. 엘더베리는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명한 슈퍼푸드이다. 특히 안토시아닌이 다량 들어있다.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항바이러스 성분으로 면역기능 증진과 감기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알려진 ‘로즈마리’는 114% 증가했으며 ‘카모마일티’는 81.5% 상승했다. 아피제닌 성분이 풍부한 카모마일티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숙면에 좋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차이다.
이미 핫 트렌드인 ‘콤부차’ (Kombucha, 홍차와 녹차를 우려낸 물에 사탕수수 원당과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건강음료)역시 장 건강을 통한 면역력 증진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73% 증가했다. 비타민C가 풍부한 오렌지나 멜론등의 과일 검색은 28%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김치 또한 해외에서 앞다투어 소개하는 음식이 됐다. aT 파리지사 관계자는 “유럽의 각종 매체로부터 우리나라 전통발효식품인 김치가 주목받고 있다”며 “프랑스의 슬레이트(State)지에서도 ‘코로나를 물리칠 수는 없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추천됐다”고 했다. 특히 매체는 배추나 젓갈 대신 브뤼셀 스프라우트(방울양배추)나 앤초비(이탈리아식 멸치젓)절임으로 김치를 담그는 방법까지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세븐일레븐 발표에 따르면 유산균이 들어간 음료 또한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메이지홀딩스’의 유산균 음료 ‘R-1’을 비롯해 ‘아사히음료’의 ‘L-92’ 등은 최근 매출이 급증한 품목들이다. 메이지홀딩스 측은 여러 매체들이 면역력 향상 아이템으로 유산균 음료를 언급한 것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