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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완벽한 삶
-선택과 인생을 다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를 읽고 나눈 책 대화 최종 보고서
송은주 김민경 마영우 이원찬 광동고 2학년 11반 eunjoo9267@naver.com
한 사람의 인생은 결국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특징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후회하기 마련이다.
이곳의 주인공인 노라는 자신이 한 선택을 대부분 후회한다. 그 후회는 노라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고 그녀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자신이 후회했던 선택을 하지 않은 삶을 살아볼 수 있게 되고 노라는 수많은 삶을 살아본다.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상적인 선택을 하였을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관한 생각들을 서로 나누어 보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해로 극복하는 다름
소설에서 그 내용을 이해하고 싶으면 등장인물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각자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나와 노라와 갈등하면서 혹은 협력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 인물들의 성격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 같았다. 우리 모둠은 각자가 해석한 등장인물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책 대화의 문을 열었다.
원찬: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까?
은주: 이 소설의 주인공 노라는 알다시피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인 미드나잇 라이 브러리에서 같지만 모두 다른 다양한 노라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 같지 만 모두 다르다고 표현한 이유는 너희가 모두 알고 있듯이 같은 노라이지만 그 안에서 모두 원래의 노라랑 다른 선택을 한 삶이기 때문이야. 노라는 이 상황을 방황으로 여겨서 이 생활을 얼른 끝내고 한 삶에 정착하거나 죽음으로 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원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사서인 엘름 부인은 어떨까?
민경: 노라가 여러 삶을 경험해볼 수 있게 도와주고, 그런 삶들을 경험하면서 노라 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지. 체스도 좋아하고, 노라가 선택에 있어서 힘들어 할 때 조언을 해주는 역할도 해. 도서관에 있으면서 노라의 삶에 대해 다 알 고 있고 노라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지, 노라의 정신적 메타포야.
원찬: 또 다른 여행자 위고는?
은주: 위고는 노라와 반대로 떠돌며 살아가는 자신의 상황에 안주하는 모습이야. 흘 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생각 없고 주체적이지 못한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 있지 만, 어찌 보면 나는 한 번뿐인 여러 삶을 경험해볼 좋은 기회를 즐기 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개발자의 의도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원찬: 오! 어떻게 알았어? 난 위고가 조금 철없고 주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고 하니까 정말 위고가 진정 즐길 줄 아는 자인 것 같네. 그렇다면 위고와 노라의 가치관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해?
민경: 노라와 위고는 여러 삶을 경험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 도가 서로 다른데, 노라는 부정적, 위고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해. 노라는 여러 삶을 경험하는 불완전한 상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며, 감정적인 면모가 있지만, 위고는 불완전한 상태를 즐기는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성격이야.
은주: 맞아. 노라는 전혀 후회가 없는 완벽한 삶을 찾아 그곳에 정착하고 싶어 하 고, 위고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세계에서 떠도는 생활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지. 위고는 자유롭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캐릭터야. 안정성을 추구하는 노라의 가치관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후회가 전혀 없는 삶을 살겠다는 너무 완벽한 기준을 세운 것이 큰 결함이었다고 생각해. 위고의 가 치관은 느긋하고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야. 언젠가는 죽음과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그에 대해 생각은 하지 않지. 그래서 나는 본인의 삶을 너무 걱정하는 노라와 전혀 걱정하지 않는 위고의 가치관을 섞으면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적절한 가치관이 될 것 같아.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노라와 위고를 보며, 새삼 우리 반 친구들이 이렇게 조화롭게 지내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분명 우리 반에도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불완전한 것들을 꺼리는 노라 같은 친구들과 낙천적이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위고 같은 친구들, 그 외에도 다양한 성격을 지닌 친구들이 있을 텐데 2학년 11반이라는 공동체 속에 완벽히 녹아들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마치 비빔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이해가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때, 위고와 노라가 틀어지기 시작했던 것처럼 관계에 파멸이 찾아온다.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이해의 시각을 가지고 나아가야한다.
서투른 노라와 우리
등장인물과 그들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는 스스로가 책을 읽으며 비슷하다고 떠올린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민경: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은 누구야?
은주: 나는 아무래도 노라랑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내가 가진 성격 중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 하나가 안전을 추구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변화를 좋아 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야. 한마디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원찬: 뭐?? 보수…? 너 혹시 빨간색이야?
은주: 아니! 절대 정치적 의미 아니야!!
민경: (웃음) 알겠어. 이어서 말해봐.
은주: 근데 난, 보수적인 면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조금 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너희도 책을 읽다가 노라가 답답하다 고 느낀 것처럼, 너무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삶은 때론 꽉 막혀 있다는 생 각이 들게 하기도 해. 결국 변화가 있어야 무엇이든 부패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으니 난 내가 조금 더 도전적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봐.
영우: 그것도 맞는 말이야. 나도 내가 노라랑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 나 역시 노 라와 같은 삶이 펼쳐지면 노라처럼 완벽한 삶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삶을 살아 볼 것 같아.
원찬: 책 속에서 나랑 가장 닮은 인물은 아마도 딜런이 아닐까. 너희는 노라를 골랐 지만 난 딜런이 말하는 걸 들으면 나랑 말투가 비슷한 것 같아.
은주: 노라를 고른 사람이 제일 많은 것 같은데 너희 스스로가 노라가 되면, 자정 의 도서관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아?
민경: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꿈꿔왔던 일들을 실행하기 위해 여러 삶을 오가며 경험해 볼 것 같아. 또 너희 후회의 책 기억하지? 그것도 펴볼 것 같아. 내가 어떤 후회를 했는지 보면서 미래에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할 거 야.
원찬: 난 노라와 똑같이 행동할 것 같아. 자정의 도서관에서 노라한테는 선택권이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노라가 뭔가를 요구하면 엘름 부인은 다 거부했잖아. 결국 정해진 길로만 가고. 그러니까 나한테도 선택권이 없을 것 같아. 그래서 노라랑 똑같이 하지 않을까 싶어.
영우: 나도 노라와 같이 행동할 것 같아.
은주: 난 처음에는 노라처럼 당황하다가 상황 판단이 서면 즐기면서 여행을 할 것 같아. 노라와 위고를 섞어놓은 것 같이 말이야. 그러다가 좋았던 점이나 인상 깊은 일이 생기면 마음에 두었다가 자정의 도서관에서 실제로 내 삶에 돌아왔 을 때 하나씩 해나갈 것 같아.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고를 때, 노라를 고른 친구들과 함께 공감했다. 위험하고 도전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이 조금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니 답답해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그저 안전이 보장된 것에서 살짝 벗어나 가끔 변화를 추구해주면, 충분히 노라의 단점과 같은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친구들의 말에 난 힘을 얻었고 내 성격을 비로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다중우주
이 이야기의 중심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노라가 후회했던 선택을 원래대로 돌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것은 다중우주론을 떠올리게 한다. 이 우주에는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기본적인 특성이 아예 다른 곳일 수도 있다. 즉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마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또 다른 노라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것처럼, 다중우주에서도 각각 다른 나의 삶이 존재한다. 우리는 다중우주의 개념이 들어있는 다른 작품을 얘기해보았다.
원찬: 너희 최근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화 봤어?
은주: 당연히 봤지. 난 심지어 4DX로 챙겨봤다고.
민경: 나도 마블 시리즈 좋아해서 봤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원찬: 여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다중 우주 같지 않아?
영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민경: 헐 그렇네..! 노라가 겪는 여러 삶이 닥터 스트레인지에 나오는 완다의 멀티 버스랑 진짜 비슷한데? 다양한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 닥 터 스트레인지가 대혼돈을 겪게 되는 내용 맞지? 드라마 완다 비전 역시 이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아.
원찬: 맞아. 또 다른 영화나 드라마는 없나?
은주: 나는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와 비슷하다고 느 꼈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 얼굴이 바뀌어. 다른 사람의 얼굴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 모습이 같지만, 그 삶에 적응해서 얼굴이 살짝씩 다른 노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또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안 면 인식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잖아. 그 부분이 노 라가 새로운 노라의 몸으로 들어갔을 때 그 노라의 삶 속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해서 이 드라마가 생각났어.
민경: 나도 그 드라마 재밌게 봤었는데, 그런 포인트가 진짜 비슷하다. 주인공들이 노라의 모습을 하나씩 가지고 있네.
영우: 그렇다면 다들 그 많은 다중우주 속 노라의 삶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삶 은 뭐였어?
민경: 나는 빙하학자 삶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생각해. 노라가 북극곰이랑 마주치게 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잖아. 그리고 노라 자신이 사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었던 거라고 깨닫게 되었고 자신이 부모님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잖아. 그 과정에서 부모님을 용서하게 되었고. 그 부 분에서 노라가 한 층 더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
원찬: 난 딜런과 함께 살았던 삶이 제일 인상 깊었어. 왜냐하면 딜런 이전의 삶은 노라가 불평만 했었거든. 결혼했을 때도 좋은 점을 찾기보다는 나쁜 점에 만 불평불만을 했잖아. 수영 선수의 삶을 살 때도 그랬고 빙하학자 삶을 살았 을 때도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거나 자신이 원했던 삶이 아니라면서 자정의 도 서관으로 돌아가려고 애를 썼지. 근데 여기서는 자기가 나름 만족할 만한 삶 을 찾았는데도 자기를 위해서가 아닌 그 세계에 있는 실제 노라의 삶을 빼앗 는 것 같아서 돌아갔잖아. 그런 점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한 삶을 처음으로 살 았다고 생각해서 인상 깊었어.
은주: 나는 애쉬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삶! 그 삶에서 사람에 대한 정을 노라가 정말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아서 굉장히 인상 깊었어.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느 끼며 행복해하는 노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부분이었어. 그리고 그 삶에서 처음으로 노라가 현재 머무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낸 삶이 아니었나 싶어.
영우: 나는 삶의 어두운 면이 항상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가 인상 깊었어. 왜냐하면 난 평소에 인생에서 어두운 일은 성공보단 실패에 가 까운 일이고, 별로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여 기서 노라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맛보았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어 두운 경험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잖아. 노라가 어두운 면이 실패가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 나도 같이 깨달은 것 같아. 앞으로는 어두운 일들도 마냥 어둡 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조금 긍정적으로 승화해서 생각해봐야겠어.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다중우주라는 재밌는 개념을 적용해 대화해보니, 책 내용을 더욱 잘 흡수할 수 있었다. 우리가 평소에 어려워하기만 하는 수학 공식이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나면 조금 흥미로워지듯, 다중우주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이 책의 내용에 흥미를 돋아주는 감초 역할을 해주었다.
선택과 노라와 우리
원찬: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만 하던 노라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미래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선택들을 하게 되잖아? 그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선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사건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말해줘.
민경: 노라가 빙하학자의 삶을 살고 있을 때 북극곰을 만났었잖아. 이때 노라는 계 속 비명만 지르며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국자로 냄비를 치며 북극곰을 쫓아내겠다는 선택을 해. 북극곰에게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 황에서 만약 노라가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면 노라는 자신이 아직 살고 싶어한 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고, 다른 삶들을 경험해 볼 기회도 없어졌을거 야. 또 자신이 생각보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부모님을 용서하지 못했겠지.
영우: 빙하학자의 삶에서 노라가 정신적으로 큰 성장을 이뤄냈었지. 나도 수동적으 로 도서관에 돌아가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북극곰을 쫓아낸다는 능동 적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
은주: 많은 선택이 결정적이었지만, 아무래도 그중 가장 비중이 컸던 선택은 마 지막, 자정의 도서관이 무너지기 직전 자기의 원래 삶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택한 부분인 것 같아.
영우: 그렇지. 자신의 원래 삶이 가장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야.
은주: 이건 내가 생각해본 건데, 만약 노라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택하고 죽음으로 갔다면, 죽음 속에서도 다양한 죽음 중 하나를 골라 그대로 잠들었 을 것 같아. 그리고 죽음에서 절대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그다음 세계, 또 다른 세계가 있어서 노라가 중간쯤에 겪었던 선택의 늪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무한의 굴레를 걷게 되지 않았을까?
원찬: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같은 문제를 마주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니, 기발한데? 그럼 이 책의 터닝 포인트는 어디일까?
민경: 마찬가지로 빙하학자의 삶을 살았을 때라고 생각해. 노라가 그 삶을 겪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위고를 만나 도서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잖 아. 또한 자신이 사실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었던 거라고 깨닫게 되지. 그래서 그 부분이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해.
영우: 맞아. 나도 그 부분에서 노라가 이 세계의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한 것 같았어. 그리고 삶에 대한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가장 의미가 깊은 장면이었어.
은주: 나는 노라가 애쉬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삶이라고 생각해. 노라가 엄마가 되어 모성애를 느끼면서 공감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 평소에 감정에 무뎌진 노 라가 공감하게 되면서 다시 새 삶을 살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노라가 한 결정적인 선택을 다 다르게 생각했다. 우리가 결정적이라고 뽑은 부분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
민경: 다들 가장 마음을 울리는 문장은 뭐였어? 원찬이부터 이야기해줘.
원찬: “이 우주에서 개와 함께 살고 있는데 왜 다른 우주를 원해.” 이 문장이 책의 주제랑 연결된 것 같아서 와닿았어.
민경: 책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원찬: ‘현재의 삶이 가장 소중하니까 현재의 삶에 집중해라’라고 생각해. 이 우주에 서 개와 함께 살고 있는 우주가 훨씬 소중하다 이런 뜻에서 가장 와닿았어.
영우: 나는 “저는 그냥 삶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삶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 냥 살면 돼.”가 굉장히 와닿았어. 말 그대로 한 번씩 삶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 삶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 같아. 나 역시도 그랬던 적이 있었어. 그래서 이 문장이 공감되었고 그냥 살면 되라는 문장을 통해서 위로받았던 것 같아.
은주: 난 요즘 들어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 구절이 가장 와닿았어. “이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노라가 선택했던 삶은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희망했던 진로가 부모님이나 주 변 사람들의 꿈이 아닌 진짜 내 꿈이 맞을까’라는 생각을 해왔던 내게 있어서 조금 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천천히 그것을 목표로 설정해도 된다 고 말해주는 듯했어. 곧장 가는 길보다 돌아가는 길이 더 의미 있을 수도 있 고 무엇보다 한 번뿐인 인생 누군가를 위해 살긴 아깝잖아.
우리 모두 이 책의 주제는 자신의 삶을 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 중 그 누구도 자신이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노라였던 것이다.
선택을 후회하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해라
이 책을 읽으면서 핵심적으로 작가가 전달하려는 내용이 뭔지 대화를 나눠보았다.
은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후회를 해. 나는 인생에 있어서 실수와 후회 같은 것들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주인공 노라는 후회가 하나도 없는 완 벽하고 만족스러운 삶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런 삶을 갈망하며 찾아다니 지. 여러 삶을 겪은 후에야 후회스럽지 않고 완벽한 삶은 없다는 걸 깨닫고 삶 자체에 감사함을 느껴. 이런 모습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온전히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며, 제일 나은 선택이 모여 현재 우리의 삶이 이루어졌으니 우리의 삶을 사랑하자 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원찬: 사람들은 흔히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는 해. 그리고 현재 상황을 과거의 선택 때문에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다른 삶을 바래. 작가는 이런 삶을 이 작 품을 통해 부정하고,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전하려 한다는 것 같아.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엘름 의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아.
민경: 이 작품에서 엘름 부인은 계속 경험해봐야지 알 수 있다, 나아가야 한다, 평범해 보이는 것이 나중에 널 승리로 이끈다 등의 말을 노라에게 해줘. 작가가 엘름 부인이라는 등장인물을 내세워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고 생각해.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서 결과는 항상 변해.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후회를 남길 수 도 있지만, 우리의 삶은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는 걸 전하려고 한 것 같아.
영우: 내가 과거에 한 결정이 나의 지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그때 그 선택이 꼭 틀렸다 맞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어떤 선택을 하던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다라는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 같아.
책의 의미를 담고 있는 부분이 바로 작가가 전하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이 우리는 분명 우리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종종 후회할 것이다. 이러한 후회를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자책하는 ‘노라’라는 인물을 통해, 매트 헤이그는 ‘선택을 후회하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메시지가 작품을 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 같은지 친구들과 생각을 나눠보았다.
은주: 이 작품을 읽는 사람 중엔 지난 선택들이 후회스러운 사람, 자신의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있을 거 야. 이런 사람들에게 관점만 살짝 바꿔서 삶을 바라보면, 현재 내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지 깨닫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또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도 ‘후회 없는 삶은 없다’라는 교훈을 통해 도전할 용기를 심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원찬: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살짝 자신과 동떨 어진 느낌을 줄 것 같아. 기본적으로 노라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 라 어느 세계를 가든 너무 불만이 많고 찡찡대는 게 심해. 또 뜬금없이 양자 역학이나 평행세계 같은 너무 과학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는 바람에 과 학에 약한 친구들은 세계에 몰입하기가 힘들고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을 것 같아.
민경: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 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잖아. 노라 시드라는 인물이 처음에는 계속 죽고 싶고 후회의 책을 보면서 힘들어했지만 여러 삶을 계속 경험해보고 후회의 책에서 글자가 없어지는 것, 마지막에 원래 포기하려고 했던 삶으로 돌아가면 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지금 사는 삶에 최선을 다하자’ 라고 받아들일 것 같아.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영우: 맞아. 나도 과거에 했던 후회는 잊고 현재의 삶의 최선을 다하며 지금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원찬: 작품 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작품 외적인 이야기도 해보자. 본인이 이 책의 정가를 매긴다면 얼마로 할 것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줄래?
민경: 아마 1만3천 원으로 책정하지 않을까 싶어. 시중에 파는 책들의 가격은 평균 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양도 많고 내용도 대다수 사람이 만족할 만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 차별점을 두어 3천 원을 추가했어.
은주: 1만 4천 원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이 책의 분량과 내용을 고려했을 때 만 사 천원이 다른 책들의 가격 평균과 비슷하고 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교 훈이나 재미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영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원찬: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책의 주제가 많은 사람에게 뜻깊은 교훈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이 소설의 문체나 구성이 작품의 주제와 어떻게 연결 될까?
민경: 이 소설에는 체스가 많이 나오는데, 체스에서의 여러 가지 수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하는 선택처럼 표현하고 있어. ‘노라가 여러 삶을 경험하고 성장해가며 삶의 관점이 달라진다’라는 이 책의 주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 해.
은주: 맞아. 무거운 주제를 상상력이 돋보이는 은유를 사용해 재미있게 풀어낸 점에 서 깊게 빠지지 않고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보다 비교적 가볍게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였어.
영우: 체스를 인생의 선택에 비유한 게 정말 인상 깊었지.
은주: 또 첫 부분 사건을 전개할 때 ‘노라가 죽기 몇 시간 전’이라고 표현하며 이야 기를 풀어나가는데, 덕분에 노라가 언제 죽는지 알 수 있었고, 시간순대로 어떤 생각들이 겹쳐 최종적으로 죽음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 었어. 초반부를 자세하고 면밀하게 다룬 덕분에 뒷부분쯤 노라가 희망을 찾고 삶을 택한 것이 극적으로 잘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초 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해?
민경: 노라의 생각 변화에 초점을 두면 좋을 것 같아. 초반에 노라는 부정적인 생각 들로 가득 차고 진정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 았잖아. 하지만 삶을 거듭할수록 노라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고 정신적 으로 성장하게 되지. 노라의 생각 변화에 초점을 둔다면 읽는 사람도 같이 성 장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은주: 노라의 생각 변화에 초점을 두면 정말 책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자신이 사는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하면 덜 후회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할 텐데 그럴 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며 최대한 후회하지 않을 선 택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원찬: 책은 노라가 여러 삶에서 겪게 되는 정신적 성장을 주제로 하고 있어. 각 삶 에서 인물들의 상황, 나타나는 결점, 노라의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추면 주제를 파악하기 쉬울 것 같아.
영우: 이 책의 초점은 마찬가지로 노라의 생각 변화의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이 책이 전달하려는 교훈이랑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자기 원 래 삶의 만족하며 살 때 제일 인상 깊었기 때문이야.
우리 모둠은 만장일치로 이 책을 선정했는데, 친구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고르자고 했는지 대화를 통해 짐짓 파악할 수 있었다. 모둠원들과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에 관한 생각을 공유해보니, 내가 그 속에서 본받을 점도 많았고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싶다는 다짐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다른 고등학생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인생에 관해서 고민해본 적이 있는 모든 연령층에게 적합한 책이다. 과한 감정 소모를 유발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즐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