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민들을 더 찾아뵈어 인사드리고 이야기 나누며
두 번째 정류장에 대한 그림을 더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전에 인사드렸던 주민분들께도 방문이 가능할지 연락드리고,
기존에 복지관과 관계를 맺고 있던 주민분들께도 연락드렸습니다.
오늘 방문 가능한 분이 많지 않아 박씨 어머님과 김씨 어머님 찾아뵙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먼저 8동에 거주하는 박씨 어머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어머님은 복지관 꽃꽂이 모임에도 참여하는 분입니다.
저희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고, 취미활동으로 하는 자수, 물고기, 화분도 소개해주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결혼하고 30년 넘게 봉천동 주택가에 사셨고, 10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오셨습니다.
주택가에 살 때는 모든 이웃이 문을 열어놓고 살았다고 합니다.
문이 열려있으니 자연스럽게 집에 모여
비 오는 날에는 부침개를 부쳐 먹고, 고구마나 감자도 쪄먹고, 커피도 마시며 이야기 나눴다고 합니다.
어머님 댁이 사랑방이었습니다.
이웃들이 통장 나가보라고 할 정도로 이웃들과 관계도 좋고, 잘 챙겼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아파트에서도 당연히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말도 걸어보셨다 합니다.
옆집 이웃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반찬이나 옥수수를 삶아서 옆집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습니다.
내가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주는 건데 주는 거조차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같이 엘리베이터 타면 몇 호 사세요? 관심 갖고 물어봐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고...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아파트에 처음 살아봐서 순진했구나했지.
주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받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 오고 가는게 있어야지.
내가 마음을 줬는데 오는 게 없잖아. 아 이곳은 아니구나 생각하고 딱 끊었지.
여기가 이상한 아파트인가 해서 (아파트 사는) 언니한테 물어봤잖아. 아파트는 원래 다 이래?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아파트는 다 이렇다는 거야. 문 닫고 집에 들어가면 끝이래.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
예전 동네 이웃들이 아파트 가니까 좋냐고 물어봐. 여기 너무 삭막하고 정도 없고 싫다고 했지.
내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심한가보다 다들 그러더라고.
아파트는 다 이렇다 라는 말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전에 다른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을 때도
주택가에서 아파트로 공간만 바뀌었을 뿐인데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고 들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말도 잘 통하는 거 같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웃이 있었어.
그 집에도 몇 번 가서 커피 마셨지. 그 집에 세 번째 가니까 태도가 확 바뀌더라고.
말은 안하지만 내가 오기를 싫어하는 게 너무 보이는 거야. 그 뒤로 안 가게 됐지.
내가 가족이랑 친구가 없어서 그랬겠어? 예전 친구들 주택가에 아직도 살아.
그래도 같은 동네에 말이 잘 통하는 이웃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지.
나도 여기 10년 정도 살다 보니까 여기에 적응했어. 이제는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싶지 않아.
나도 이제 누가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면 '아 네' 이러고 말더라고. 혼자 있는게 더 편해.
어머님께 마음정류장 사업에 대해 소개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마음정류장 함께 해주시며 이웃과 정 나누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동 13층의 모습과 첫 번째 마음정류장 이야기도 드리고,
만난 주민 중에 다른 이웃과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주민도 있었다 말씀 드렸습니다.
10년 전에 학생들이 나를 찾아왔으면 이웃과 정을 나누는 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 많이 내줬을거야.
이제는 싫어. 관심도 없고. 내 나이 정도 되면 그래.
아이들 어릴 때 동네에서 만난 엄마들이랑은 금방 친하게 잘 지냈지.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니까.
어릴 때 만나면 더 친하다 하잖아. 나이를 먹으면 어느 순간 사람을 대할 때 선을 긋게 돼.
나도 그 선을 안 넘어가고, 상대방도 선을 안 넘어 왔으면 좋겠는 거지.
이제 다른 사람이 궁금하지도 않아. 누가 우리집에 오는 것도 싫어.
더운 날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도움을 못 줘서 미안하네....
예전에 살던 곳에서 어머님 댁이 사랑방이라 불릴 정도로 이웃과 어울려 지내셨는데,
저희가 만난 주민분 중 가장 이웃과 관계 맺기를 희망하시는 분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조차 사라지셨다고 하는 말씀이 속상했습니다.
어머님 말씀을 듣고 동네에 마음정류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매일 만나는 친구처럼 지내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필요하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이번에 마음정류장에 함께 하지는 못하겠다고 하셨지만
언젠가는 이웃들이 어머님 댁에 편하게 놀러가기도 하고,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 나누는 이웃을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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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동 16층 김씨 어머님께 가는 길, 13층 사랑방 어르신들을 길에서 우연히 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저희를 알아봐주시고 월요일에 고생 많았다 해주셨습니다.
저희는 옆에서 거들기만 했을 뿐인데
“집집마다 배달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하며 오히려 저희를 세워주셨습니다.
13층 사랑방 어르신께 더욱 잘 감사 인사 드려야겠습니다.
마음도 오고 가야한다했던 박씨 어머님의 말씀도 떠오릅니다.
사랑방에서 이웃과의 정을 생각하며 나누신 부침개가 일방적으로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웃들의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현서 선생님과 어떻게 하면 5동에서 이웃 간 정이 오고 가도록,
감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현서 선생님이 이재필 아버님의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아버님께서 찍었던 풍경 사진들을 뒷장에 담고, 앞에는 이웃들이 적은 메시지를 담으면 어떨지 의견을 내주었습니다.
두 번째 마음정류장을 위해 주민들을 만나면서 틈틈이 이웃에게 감사 인사말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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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동 16층 김씨 어머님께서는 며칠 전보다 몸 상태가 많이 나아지셨습니다.
월요일에 부침개를 나누러 방문했을 때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어머님께서 다리가 아파 걷거나 활동적인 것을 하지는 못하시지만,
요즘도 16층 다른 이웃분들과 잘 지내신다고 합니다.
16층 이웃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전처럼 사랑방에 모여 음식을 나누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정류장 다른 방식으로라도 함께 해볼 방법이 있을지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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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씨 아버님을 만나 뵙고 오늘 어머님들을 만나 뵙고 나니,
이웃과 관계를 맺을 마음이 있는 주민들을 어떻게 독려하고 주선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사람에게는 복지 본성이 있습니다. 안으로는 자주하려는 마음이 있고 밖으로는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중략)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그 자연력으로써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합니다. ...(중략)...
특히 도시는 사람과 자원이 많고 이웃 인정에 대한 그리움이나 목마름이 있어 이웃 인정으로써 사회사업하기 좋습니다.
- 복지요결 p117
어제 배씨 아버님과 이야기 나누며 아버님께서 분명 이웃과 교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이웃과 무언가를 나누고자 하는 복지 본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원이나 재능이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또한 배씨 아버님뿐만 아니라 만난 주민분들 중 상당수가
이웃과 인정에 대한 그리움, 마음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과 관계를 맺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원치 않는 것 같을 때,
주민분들을 어떻게 독려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걸까요?
첫 번째 정류장을 하고 나면 조금 쉬워질까 했는데 아직 고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 만나 뵙지 못했던 주민들을 내일 찾아뵙기로 하였습니다.
주민을 만나서 직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막막했던 문제의 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일도 주민과 만나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이 해답 함께 찾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