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영 石逕攀危(석경반위) 좁은 돌길 위험하게 매달려 오르며
一逕連三益 일경연삼익 좁은 길 연이어 매(梅), 죽(竹), 석(石) 삼익(三益)일세
攀閑不見危 반한불견위 바위턱 매달려 오르다 위험을 보지 못하니
塵蹝元自絶 진종원자절 속세의 자취 절로 끊는데 으뜸이라
苔色踐還滋 태색천환자 이끼는 밟혀도 또다시 푸르구나
제6영 小塘魚泳(소당어영) 작은 연못에 물고기는 노닐고
方塘未一畝 방당미일무 네모진 연못은 한 이랑도 되지 못되나
聊足貯淸猗 요족저청의 그런대로 맑은 물은 모을만하네
魚戱主人影 어희주인영 주인의 그림자에 고기떼 헤엄쳐 노니
無心垂釣絲 무심수조사 낚시대 드리울 마음 전혀 없어라
제7영 나무 刳木通流(고목통류) 홈통을 통해 흐르는 물
委曲通泉脉 위곡통천맥 홈을 타고 샘물이 흘러내리어
高低竹下池 고저죽하지 높고 낮은 대숲 아래 못이 생겼네
飛流分水碓 비류분수대 떨어지는 물이 물방아를 돌리니
鱗甲細參差 린갑세삼차 온갖 물고기가 흩어지며 노네
제8영 舂雲水碓(용운수대) 구름 위로 절구질하는 물방아
永日潺湲力 영일잔원력 온종일 좔좔 흐르는 물의 힘으로
舂來自見功 용래자견공 찧고 찧어서 절로 공을 이루네
天孫機上錦 천손기상금 천손(직녀)이 베틀 위에 비단을 짜듯
舒卷擣聲中 서권도성중 방아 찧는 가운데 책을 걷으락 펴락
제9영 透竹危橋(투죽위교) 대숲 사이로 위태로이 걸쳐진 다리
架壑穿脩竹 가학천수죽 골짜기에 걸쳐서 죽림으로 뚫렸는데
臨危似欲浮 임이사욕부 높기도 하여 하늘에 둥둥 떠있는 듯
林塘元自勝 임당원자승 숲 속의 연못 원래 빼어난 승경이지만
得此更淸幽 득차경청유 다리가 놓이니 더욱 맑고 그윽하구나
제10영 千竿風響(천간풍향)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
已向空邊滅 이향공변멸 하늘 가 저 멀리 이미 사라졌다가
還從靜處呼 환종정처호 다시 고요한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
無情風與竹 무정풍여죽 바람과 대는 본래 정이 없다지만
日夕奏笙篁 일석주생간 밤낮으로 생황을 분다네
제11영 池臺納凉(지대납량) 못 가 언덕에서 더위를 식히며
南州炎熱苦 남주염열고 남쪽 고을은 무더위가 심하다지만
獨此占凉秋 독차점량추 이곳은 서늘한 가을이구나
風動臺邊竹 풍동대변죽 바람은 언덕 가의 대숲에 일고
池分石上流 지분석상류 연못 물 바위 위에 흩어져 흐르네
제12영 梅臺邀月(매대요월) 매대에 올라 달을 맞으니
林斷臺仍豁 임단대잉활 숲이 끊겨 매대도 따라 환히 트임은
偏宜月上時 편의월상시 달 떠오를 그때가 유달리 좋아서지
最憐雲散盡 최련운산진 구름도 다 걷혀감이 가장 사랑스러운데
寒夜暎氷姿 한야영빙자 차가운 밤이라 아름다운 매화 곱게 비추네
제13영 廣石臥月(광석와월) 너럭바위에 누워 달을 보며
露臥靑天月 노와청천월 밝은 달 아래 이슬 받으며
端將石作筵 단장석작연 넓은 바위는 바로 좋은 자리가 됐네
長林散靑影 장림산청영 주위의 숲에는 그림자 운치 있게 흩어져
深夜未能眠 심야미능면 깊은 밤인데도 잠이룰 수 없어라
제14영 垣竅透流(원규투류) 담장 밑을 통해 흐르는 물
步步看波去 보보간파거 한 걸음 한 걸음 물을 보고 지나며
行吟思轉幽 행음사전유 글을 읊으니 생각은 더욱 그윽해
眞源人未沂 진원인미기 사람들은 진원을 찾아 거슬러 가지도 않고
空見透墻流 공견투장류 부질없이 담 구멍에 흐르는 물만을 보네
제15영 杏陰曲流(행음곡류) 은행나무 그늘 아래 굽이치는 물
咫尺潺湲池 지척잔원지 지척에 물줄기 줄줄 내리는 곳
分明五曲流 분명오곡류 분명 오곡의 구비 도는 흐름이라
當年川上意 당년천상의 당년 물가에서 말씀하신 공자의 뜻을
今日杏邊求 금일행변구 오늘은 은행나무 아래에서 찾는구나
제16영 假山草樹(가산초수) 석가산의 풀과 나무들
爲山不費人 위산불비인 인력을 들이지 않고 만든 산이지만
造物還爲假 조물환위가 조물造物이라 도리어 석가산 됐네
隨勢起叢林 수세기총림 형세를 좇아 우거진 숲을 일으켰구나
依然是山野 의연시산야 역시 산야 그대로 이네
제17영 松石天成(송석천성) 천연의 소나무와 바윗돌
片石來崇岡 편석래숭강 조각난 돌이 굴러와 언덕을 이루니
結根松數尺 결근송수척 겱구 뿌리를 내려 작은 소나무 되었네
萬年花滿身 만년화만신 오랜 세월에 몸엔 꽃을 가득 피우고
勢縮參天碧 세축참천벽 기세 곧아서 하늘 높이 솟아 푸르네
제18영 遍石蒼蘚(편석창선) 바윗돌에 두루 덮인 푸른 이끼
石老雲煙濕 석로운연습 돌은 오래되어 안개구름 촉촉하니
蒼蒼蘚作花 창창선작화 푸르고 푸르러 이끼 꽃을 이루네
一般丘壑性 일반구학성 흔히 구학을 즐기는 은자들의 본성은
絶義向繁華 절의향번화 번화함에는 전연 뜻을 두지 않는다네
제19영 榻巖靜坐(탑암정좌) 걸상바위에 조용히 걸터앉아
懸崖虛坐久 현애허좌구 낭떠러지 바위에 오래도록 앉았으면
淨掃有溪風 정소유계풍 깨끗하게 쓸어가는 계곡의 시원한 바람
不怕穿當膝 불파천당슬 무릎이 상한 데도 두렵지 않아
便宜觀物翁 편의관물옹 만물을 관조하는 늙은이에겐 가장 알맞네
제20영 玉湫橫琴(옥추횡금) 맑은 물가에서 거문고 비껴 안고
瑤琴不易彈 요금불이탄 소리내는 거문고 타기 쉽지 않는 건
擧世無種子 거세무종자 세상에는 종자기같은 친구 없어서라
一曲響泓澄 일곡향홍징 맑고 깊은 물에 한 곡조 울리고 나면
相知心與耳 상징심여이 마음과 귀만은 서로 안다네
첫댓글 우리가 저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었나요? 꿈만 같습니다. 전통한국식 정원이라 하셨지요. 그래서 그런가요. 보고 또 보고, 수십번을 봐도 새롭고 기쁨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네요. 이민혜선생님이 담양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여행기'에 올려놓으신 뜻을 이제야 조금 알겠습니다. 마음과 자세와 시선과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하심 아니었을까요? 선생님의 배려에 감복하고 깊이 감사 드립니다^^ ^^ 봄날 새벽, 졸고있는 오리, 버드나무 개울가, 못에 흩어진 순채싹.... 사계절 매순간 바뀌는 그래서 늘 새로운 자연을 그렇게 나누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베로니카님, 내일 일찍 시골에 가기 때문에 전하는 글을 이곳에 적습니다. 재작년에 이 작품을 만들 때 책에서 그림을 사진 찍어 올리고 48수의 글을 옮겨 적느라 꼬박 한 달이 걸렸지요. 넘 힘들어서 최종 정리를 안한 것이 눈에 띄어 다시 한번 정리를 했습니다. 스크랩을 다시 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스크랩 해 갑니다. 해 가면서 가슴이 떨렸습니다.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만드신 잘품을 단번에 꿀꺽 삼켜버리는 듯한 느낌, 이를테면 송괴(죄송스럽고 부끄러움)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보고 감탄 밖에 할 수 없는 터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눈이 빠질 정도로 한 달 이상을 만지고 정리하신 선생님의 정성을 길이 간직하겠습니다. '꾸벅'
저도 스크랩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로 모셔갑니다. 저 혼자만 볼겁니다.
감탄하고 또 감탄을 연발합니다. 선생님의 집념과 열성으로 나는 쉽고도 편하게 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