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이 29일부터 느닷없이 ‘청렴 SOS 상담전화(061-284-8002)’를 개통을 선포한데 이어 이날 오후 열린 전남교육정책 월례회의에서 청렴도 제고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장만채 교육감은 김승태 감사담당관의 청렴도 제고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과정에서 작심한 듯 "정확한 원인 분석없는 청렴도 제고는 요원하다"면서 "어디까지 묻어두고, 어디까지 들춰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부하직원들의 치부일 수도 있는 제보 내용을 공개석상에서 거론해 회의장을 침묵으로 인도했다.
장 교육감의 이날 발언은 지난 2010년 교육감 당선 직후 "교육청 몇몇 간부와 일부 교장이 속칭 '돈 봉투'를 들고와 거리낌없이 건네려고 해 정중하게 나무라며 되돌려 보냈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어 주목을 요한다. 이날 회의에는 전남도교육청 국·과장, 직속기관장,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 행정지원과장 등 전남교육계 핵심인물들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장 교육감은 "돈을 요구해 가져다줬는데 '부족하다고 더 달라고 요구한다'는 제보가 교육감실에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돈을 제공한 당사자가 해당 공무원을 일러) '아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통탄을 금치 못했다. 장 교육감이 이날 회의에서 언급한 '아귀'는 불교 용어중 하나로 '염치없이 먹을 것을 탐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장 교육감은 이어 "저를 비롯해 교육장, 간부들은 수많은 유혹에 노출돼 있다"면서 "사명감이 없으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장 교육감의 이같은 발언은 취임초와는 달리 다소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차원에서 작심하고 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무원을 '아귀'라고 비하하며 교육감에게 제보한 당사자가 일선에서 활동하는 업자일 가능성이 높아 그 '실체적 진실'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아귀'라고 지목된 인물이 전문직이냐 지방공무원이냐에 대한 일선의 호기심도 증폭되고 있다.
한편, 전남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은 이날 월례회의에서 발신지 표시가 제한되고 익명으로 통화가 가능해 상담자나 신고자의 신분노출 부담이 없는 ‘청렴 SOS 상담전화’를 청렴도 제고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 상담전화는 평일 근무시간에 운영되며 상담전화 전담공무원이 배치돼 상담과 신고를 접수받고 신고내용이 청렴도 위반사항으로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할 예정이다.
또한, 신고자에 대해서는 전남도교육청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에 따라 최고 5천만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내부청렴도 향상을 위한 고육책'치곤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고를 해봤자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 관련 사무관'이 전화를 받는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알고 있는 이상 제대로 된 신고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 것. 그래서 ‘청렴 SOS 상담전화’는 평가를 앞두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2010년도 2위, 2011년도 8위, 2012년도 11위로 해마다 추락하고 있는 청렴도 향상 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전남도교육청은 청렴도 하락 이유로 교육수요자 및 도민들의 기대 수준 향상, 운동부나 공사 관리 및 감독, 현장학습, 예산집행 과정 등에 부조리가 상존하거나 그릇된 관행이 아직도 뿌리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민원인 1,950명을 대상으로 5개 부문에 대한 외부청렴도 평가결과 ▲공사관리 및 감독 부문 ▲학교급식 운영 및 관리 ▲현장학습 관리 ▲학교환경정화위생정화구역 심의 ▲운동부 운영 등 5개 전분야에 걸쳐 지난 2011년에 비해 평균 1.06점 하락했다. 이같은 하락폭은 전국 시도교육청 평균 하락률 0.77점에 비해 높은 수치다.
또한 본청 및 공립 50개교 2,355명의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청렴도 평가에서도 ▲청렴문화지수(조직문화·부패방지제도) ▲업무청렴지수(인사·예산·업무지시 공정성) 등 2개 부문에 걸쳐 지난 2011년에 비해 평균 0.74점 떨어져 전국 평균(0.28점) 하락률에 비해 2.6배 가까이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