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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와 행주의 차이는 뭘까? 모두가 아는 대로 걸레는 집안의 먼지를 닦아내는데 쓰이고 행주는 설거지 하는데 쓰인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이 걸레와 행주 문제로 우리 부부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우리 집, 아니 내 아내에게 걸레와 행주는 다같이 청소용구임의 하나임에도 신분 차이가 엄존한다. 아내에 의하면 걸레와 행주는 양반과 상놈, 아니 서로 상종 못할 엄연히 종자가 다른 물목이다. 그래서 행주는 행주로서 각별한 대접을 받지만 걸레는 어디까지나 걸레로 천덕구러기 대접을 받는다.
이렇게까지 내 뒤틀린 심사를 내 비치는데도 혹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다소 의아해 하실 것이다. 이제 아리송한 서론은 그만두고 본격적인 내 하소연을 들어보시라! 먼저 아내의 걸레 행주 신분 구분론이 문제의 발단이다.
아내 왈 '걸레는 워낙에 더러운 물건이라서 행주에 가까이 하기는 너무 먼 존재'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반대로 난 '걸레나 행주나 같은 청소도구인데 그렇게 차별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반론한다. 논쟁의 발단이 되는 그 대표적인 경우가 행주와 걸레를 어디에서 빠느냐 하는 문제다.
참 , 그 전에 먼저 해둘 말이 있다. 난 청소는 전담이나 다름없고 가끔은 아니 자주 설거지도 한다. 그러니 아내는 걸레와 접할 일이 드물지만 난 걸레고 행주고 늘 내 손에 가깝게 두고 애용한다.
그렇다고 내가 걸레를 행주로 행주를 걸레로 구분 없이 마구 쓰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애용하는 청소도구이니 굳이 걸레는 베란다까지 들고 나가 수도꼭지 틀어서 빨고 행주는 뭐 고귀한 신분이라고 싱크대에서 빨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내는 행주 빠는 싱크대에서 걸레를 빨아서는 안 된다는 우리 집 내규를 선포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보거나 말거나 난 무엄하게도 걸레를 싱크대에서 빨곤 했다. 그 때마다 아내는 내게 선전 포고를 한다.
더러운 걸레를 함부로 싱크대에서 빨다니요! 눈엔 어느새 쌍심지를 켜고 목소리는 고양이 소리처럼 날카로워지면서 손톱 발톱으로 곧 할퀼 듯 할 태세다. 그 발각의 순간이 아내가 주일 예배나 새벽기도에서 막 돌아오는 때라도 너그러운 관용일랑 없다.
난 그때마다 걸레나 행주나 뭐가 다르냐? 걸레도 깨끗이 빨면 행주로 못쓸 이유가 없고 행주도 더럽게 쓴다면 걸레보다 나을게 없지 않겠느냐? 왜 걸레는 싱크대에서 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당신의 그 고정관념을 바꾸라고 가장의 위세를 세워 항변한다.
당신이 우리 가족 위생을 생각해서 그런 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도 깨끗한 거라면 누구에게든지 지지 않는다. 초등 학교 때 교훈이 뭐였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중고등 학교 교훈이 뭔지 아는가? 물론 모르시겠지. 내 중고등 학교 때 교훈이 바로 '깨끗'이었다.
마음을 깨끗이, 몸을 깨끗이, 환경을 깨끗이! '깨끗이'야 말로 내 전공이요 실천과제 아니던가? 내 마음 깨끗한 건 당신이 다 아는 얘기고 마음을 담는 그릇인 몸을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하고 몸을 담는 집안 청소를 도맏아 하는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는가?
내가 반격의 논거로 드는 또 하나의 결정적 사유 하나를 전격 공개하겠다. 놀랍게도 걸레는 아예 싱크대 접근을 금지하는 아내가 "두루말이 화장지"를 부엌 조리대에 두고 쓴다. 그러므로 걸레 빠는 일로 다툼이 생길 때마다 난 '그러는 당신은 왜 화장지를 부엌에 두고 쓰느냐'고 들이 댄다.
난 화장실에 있어야 할 화장지를 부엌에 두는 건 좀 께림직하다는 생각이고 아내는 잠간 잠간 더러운거 움치는데는 화장지만 한 게 없다고 말한다. 왜 이렇듯 사람의 생각이 상반 될 수 있는가?
그러면서 난 내심 푸념을 하고 만다. 나, 원 정말 더럽다 더러워! 누군 걸레 빨기 좋아서 빠는가? 싱크대는 행주만 빨아야 하는 성역이라도 되는가? 화장지 부엌에 두는 주제에...
걸레 빨기는 내 차지인데 여기서 빨아라 저기서 빨아라 하는 건 월권아닌가? 남의 남편들은 집안 어질기만 하고 청소는커녕 설거지 안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나 같은 부지런한 남편에게 고맙다는 치사는 못할 망정 이 무슨 부당한 처사란 말이냐!
그런데 어느 날 위대하신 바울 선생이 일찍이 내편에 서서 설파한 성경말씀 한 구절을 발견하고 난 쾌재를 불렀다. 그 말씀은 디모데후서에 나오는 말씀인데 그 말씀을 이자리에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 그릇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 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난 이 말씀을 아내에게 들이 밀면서 '보라 바울 선생도 내 생각과 같지 아니 하냐'고 의기양양 해 하며 내심 아내의 백기투항을 기다렸는데, 평소 성경말씀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아멘' '할렐루야'로 응답하는 아내 건만 이 말씀에는 단연코 콧방귀로 반기를 드는 것이었다.
그건 누구든지 악을 멀리하고 자신을 깨끗이 하면 주인이신 주님이 쓰기 귀하고 거룩한 그릇이 되어 그런 사람은 언제나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라는 비유의 말씀이지 당신처럼 걸레와 행주도 구분 못하는 경우에 갖다 붙이는 말씀이 아닌 이른바 성경모독죄에 해당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데야 달리 어찌하겠는가?
우린 이렇게 때론 하나님의 말씀까지 내 걸며 걸레와 행주 빠는 일로 언쟁을 벌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아내의 주장이 틀리고 내 주장이 맞다는 결론은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각자가 살면서 젖어 온 생각의 차이일 것이라는 유보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을 뿐이다.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습관을 낳고 습관이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역지사지라는 말도 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얼마든지 이해 못할 일도 없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아내가 뭐라 한들 내게 걸레와 행주는 차별할 수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므로 아내와 난 아마도 살아 가는 동안 이 걸레와 행주 빠는 일로 벌이는 전쟁을 그만 두지 못할 것 같다. '운명이다'고 모든 걸 체념한 분의 말씀이 아니라 해도 이건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야 할 듯 하다. 아내도 나도 그 작은 생각 하나 바꾸지 못하는 한은......
그러고 보니 걸레 행주론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내 자신이 조금은 머쓱하기도 하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 무더위에 지쳐 한 여름밤의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바야흐로 온갖 열매 익어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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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은 씽크대에서 아기 목욕 시키는 집도 있던데요 예전엔 흙먼지가 많아 걸래가 더러웠지만 요즘은 그정도로 더럽지 않으니편한대로 써도 되지 않을까요?? 두분 혹시 사랑싸움 하시는건 아닌지요!!!!
안녕하세요?
제 글에서 사랑싸움 냄새가 나나요?
그런가봐요. 눈치가 너무 빠르시네요.
사실 그럴 춘추는 벌써 지났는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