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흐르는 양수리 지나 울창한 숲들을 지나 도착한 양평TPC 골프클럽.
막 6월로 접어들었으니 초하에 어울리는 날씨와 풍경이 밀려온다.
마을이나 도회와는 거리가 멀어 겹겹히 출렁이는 산맥 너머로 자주빛 산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무언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스텔라 1번 홀에서 티샷을 했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볼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를 정확히 갈랐다. 바로 이맛이야!
호기롭게 페어웨이를 걸어가는데 저만치 페어웨이 한 가운데를 고라니 새끼 두 마리가 내달린다. 히야!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아무 거칠 것 없는 페어웨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아기 고라니의 모습에 급히 휴대폰 카메라를 켰으나 이미 언덕으로 사라져버린 뒤라 눈요기에 만족.
최근의 화두, '스위트 스팟'에 집중한 덕분에 티샷은 늘 페어웨이를 지키고 파온도 어렵지 않다. 퍼팅감도 좋았으나 버디 기회는 여러번 놓쳤다. 이어지는 파 행진에 어쩌다 나타나는 미스샷으로 보기 3개에 버디 하나로 18홀을 마쳤으나 심정적으로는 언더파를 친 것 같은 기분.
산천경계 구경하느라 그만큼 집중도가 덜한 까닭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다.
홀 어느 곳에서나 속칭 '홀딱벗고 새'로 알려진 검은 등 뻐꾸기, 딱따구리, 까마귀, 휘파람새 등 온갖 새들의 노래가 귓전을 울리고 제철을 만난 각종 야생화들이 꽃무덤을 이루었으니 어찌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