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短評(66 )
궁상맞게 착한 여류시인이 만든 시의 나라
내가 만든 나라
문정희
하늘 아래 어느 작은 나라 여자들은
아이를 잉태하면 조용히 수를 놓기 시작해요
풀 꽃 새 별을 수놓고 나서
한 쪽은 환하게 비워 두어요
배 속의 아기가 나중에 수놓을 자리
환하게 비워 둔 채
수놓기를 완성해요
하늘 아래 어느 작은 나라 여자들은
영원히 살 수 없으므로
비밀처럼 자리 하나를 비워 두어요
아기는 또 아기를 위해
비워 두고 비워 두고
그렇게 수놓기를 완성해 가요
그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지구 안에 있는 나라냐고 묻지 마세요
글쎄, 말하자면 내가 만든 나라니까요
하늘 아래 시의 나라
비워 두고
비워 두고
텅 빈 것이 많은
지도에는 없지만 미래 같은
그 나라에 태어나 아이를 잉태하면
비워 두고 비워 두고
시를 쓰는 여자 시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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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찌보면 시인이 몰래 숨겨 놓기를 즐기는 ‘中義’는 낯설어야 하는 형상화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문정희 시인이 만든 지도에도 없을 미래 같은 시공간으로서의 ‘내가 만든 나라’는 곧 그녀만의 독자적인 詩園이자 詩界의 메타포다. 그것은 또한 생물학적 유한한 존재로서의 여자들이 ‘잉태’를 통해 아기를 위해 남겨 두어야 할 ‘비움의 자리’로서의 詩業의 은유적 공간 일터이기 때문이다.
」
2.
그러하다면 세대를 잇는 ‘내 나라 만들기’로서 시원이자 ‘비움’의 자리는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위한 그리하여 새로운 詩를 잉태하기 위한 시공간으로 환치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시에서 중의적인 ‘비움의 자리’를 세심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으며 ‘비워 둠’의 행위를 무의식의 시각에서도 짚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시인의 자화상은 내면의 얼굴을 형상화하기 마련이다. 이 시가 일견 문정희 시인으로서의 고독한 내면적 신앙고백처럼 들릴 수 있으나 그보다는 시인이 격어야 할 운명적인 내면의 세계를 ‘비움’의 공간으로 표상하며 자신의 作詩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행간에 무의식적으로 감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진실을 은닉한 이중적 자아의식의 형상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3.
결국 ‘비움’의 나라인 ‘내가 만든 나라’는 문정희 시인의 내면의 자화상으로서 “ 텅 빈 것이 많은/ 지도에는 없지만 미래 같은 나라” 다. 그러므로 시인은 “비워 두고 비워 두는” 시공의 차이를 반복하며 아무도 몰래 자리를 만들어 감으로써 시를 영원히 잉태할 것이다. “아기는 또 아기를 위해 / 비워 두고 비워 두고”를 계속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 콕 짚어 말해 문정희 시인은 그의 고백처럼 “늘 새로 태어나기에 바빠/ 해가 기울어 간 것도 모르며” 살아 왔기에 미완성을 완성이라 믿는 시인이므로... 아니, 더 직설적으로 말해 그녀는 "시를 잉태하고 낳는 일이라면 어떤 피임도 하지 않을" (「알몸 뉴스」)여인이므로.... 아니 더 노골적으로 말해, "사랑도 모른 채 아이를 낳고/ 언어도 모르면서 시를 "쓰는 (「야간 비행」)궁상맞게 착한 여류시인 이므로< 悳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