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2021년 1월 1일
루가 2:15-21. 민수 6:22-27. 갈라 4:4-7. 시편 8
아름다움으로 불릴 그 이름
이름이란 존재의 형식입니다. 이름 안에 그 사람의 본질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 동물들의 이름을 붙이게 하십니다. (2:19)
그리고 자신의 반쪽을 만들어 주시자 아담은 자신의 동반자를 이렇게 명명합니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내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2:23)
이보다 더 훌륭하게 배우자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무엇에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예수라는 이름은 여호수아에서 파생한 당시로서는 아주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의미를 부여한 본질은 ‘죄에서 우리를 구원하실 이’(마태 1:21) 혹은
‘거룩한 하느님의 아들’(루가 1:31 이하)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마태오복음에서는 그 분을 ‘임마누엘’이라 했습니다(1:23).
예수님의 본질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라는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분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설명한 것입니다.
관상기도 모임에서 예수님의 이름에 대해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본질은 ‘탄성과 환호’ 그리고 더하여 ‘아름다움’이라고 들었습니다.
천사들이 노래하고 목자들이 경배한 모든 것, 복을 주시고, 웃으시며 우리를 귀엽게 보시어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민수 6,22-)의 약속이 이루어 졌음을 깨닫는 것이 성탄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탄생이 곧 나의 새로운 탄생이라고 환호할 줄 아는 사람이
그 분의 이름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나를 보살피심에 진심으로 감사와 찬양합니다.(시편8)
우리들에게 감동과 기쁨이 생기는 순간 비로소 그 이름이 본질을 찾게 됩니다.
예수님의 성탄이 우리 모두의 성탄으로 약속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 모든 장면이 저는 아름답게만 여겨집니다.
메시아의 탄생과 이를 기뻐하고 환호하는 사람들, 짐승들 온 인류와 우주의 들썩거림이 마치 한 폭의 장엄한 그림처럼 여겨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분의 이름이 거룩하다고 합니다.
거룩함이라는 단어는 고독과 고난에서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분은 고독하셨지만 외로움이 아닌 철저한 침묵과 순명, 기도로 사셨고,
또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었습니다.
형식에만 얽매여 사람들을 옥죄고 있던 유대교 율법주의에 대해 싸우셨고,
그들로부터 미움을 받으셨으며 결국 죽임까지 당하셨습니다.
고독과 고통이 제거된 거룩함이란 존재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거룩함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이 주님의 이름을 제대로 고백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마리아가 마음속 깊이 다른 이들의 고백과 증언을 새긴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안에 고독과 고통이 거룩함으로 나가는 사다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마음에 새기면서 마음 단단히 먹고 이 한 해를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가 이름 불린 존재가 되었으니 그 분의 거룩하심을 깨닫고 진리를 새기며
그 분의 이름을 부르면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통해 그분이 어떤 분이고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를 생각해 봅니다.
흔히 사람에게는 진(眞), 선(善), 미(美)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도 진, 선, 미의 기준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하곤 합니다.
진은 그야말로 진리이신 주님의 본질입니다.
전지, 전능으로 우리에게 초월자로 존재하시는 분에 대한 깊은 믿음과 경외감입니다.
참 빛으로 오신 주님께 대한 감사와 고백이 그리스도교 믿음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믿음의 기준이 진에게만 머문다면 자기만의 고백에 그칠 것입니다.
선함은 믿음대로 실천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입니다.
겸손과 자비의 덕목으로 우리 안에 내재하시는 주님을 늘 인식하며 사는 자세입니다.
진과 선은 결코 따로 분리될 수 없는 귀한 기준이고 덕목입니다.
사도 바울로는 진리이신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을 것’
(로마 10:13)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남의 짐을 져 주라고 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법’이라고 말합니다.(갈라 6:2)
진과 선의 균형과 서로 보완이 든든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한 신앙인으로 우리를 세워줄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움 즉 미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탄생, 전 생애 그리고 죽임과 부활 사건 모두를 진과 선의 관점을 넘어 서서
아름다움이라는 관점으로 묵상해봅니다.
그분의 삶 자체가 드라마이면서 그림이었고, 음악이면서 서사시와 같았습니다.
진리이신 주님께 간구하고 기도하며, 선하신 주님의 겸손과 자비를 본받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분이 나(우리)의 구원이심을 고백할 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고백하고 찬양하기를 원합니다.
날마다 우리가 바치는 기도가 그리고 성찬례가 더욱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를 원합니다.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고 가장 멋진 말로 고백하고 찬양하며 아름답게 살기를 원합니다.
결국 아름다움이 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며, 아름다움이 이 땅을 사는 우리들을 더 성숙하고 너그러운 그리스도인으로 서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함이 우리들에게 아름다움으로 고백되고, 우리의 찬양과 고백이 주님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기를 함께 기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