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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17
S#1. 도영네 거실 / 밤
도영을 쏘아보며 눈물 흘리는 정희. TV에선 사월의 모습.
도영 : ..............
정희 : ..............
두 사람 굳은 듯 움직임 없다.
정희,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살기 누르고 있다....숨 쉬기 조차 힘들다. 꼼짝 않고 굳어서 앉아있다.
정희 : ........(시선 안 마주치며) 올라가서..... 쉬어라.
도영 : ............
정희 : 내 말 안 들리니? 올라가서 쉬라니까.
도영 : .........엄마.......
정희 : (버럭) 올라가라니까!
도영 : ............
도영, 2층으로 올라간다.
S#2. 도영 방 / 밤
어두운 방. 도영, 불도 켜지 않고 들어와 침대에 앉는다.
도영 : ..................
S#3. 도영네 거실 / 밤
정희, 굳은 채 계속 앉아있다. 현관문 열리고 수호, 들어온다.
정희 : (수호에게 눈길 안주고)..........
수호 : 당신 뭐해.
정희 : .........
수호 : 여보..........
수호, 다가가보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정희.
수호 : (놀라) 여보!
정희 : ........ 지영이를 찾았어요. 내일 당장 데려올 꺼예요.
수호 : .........
정희 : ........(호흡도 힘든) 나중에 말할께요, 지금은.... 너무 힘들어....
수호 : 당신........ 기억이 돌아온 거야? 지영이랑 통화한 게 기억나요?
정희 : ........당신.......그걸 어떻게 알아?
수호 : 우리 지영이, 나도 만났어..... 윤사월이 우리 지영이였어.
정희 : (놀라) !! 당신 그걸 알면서 어떻게.....
수호 : 지영이도 나도, 당신 기억이 온전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정희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우리는 20년 동안 살인자를 길렀어요.
수호 : 그런 말 하지 마!
정희 : 당신 도영이를 용서할 수 있어요?
수호 : ..........(괴롭고 힘든) 용서할 수 없어......
정희 : 죽어도 용서할 수 없어요.
수호 : 도영이를 용서할 수 없어.....그리고 걔를 그렇게 내 몬 당신과 나도 용서할 수 없어. 당신, 화날 때 마다 입버릇처럼 말했어.
다시 고아원으로 쫓아 버리겠다구. 그리고 대놓고 지영이를 편애했어. 그 때마다 당신을 나무라긴 했지만
속으론 나도 모르게 동조했을꺼야. 우리도 죄인이야.
정희 : ......그렇다고 다섯 살 배기 어린 앨 밖에 내치고 돌아와요?
S#4. 도영 방 / 밤
어두운 방. 옷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다. 밖은 조용하다....
시간 경과....... 옷 입은 채 침대에 기대 쪼그리고 눈 붙이고 있는 도영.
방문이 벌컥 열린다. 정희,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고 와 자고 있는 도영에게 칼을 꽂듯 물을 끼얹는다.
도영 : (외마디 비명과 함께 놀라 벌떡 일어나 앉는다)
정희 : .........(양동이를 방바닥에 던지고 노려보는)
도영 :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진 채 앉아있다)
정희 : ......용하게 버텼구나.
도영 : ...............
정희 : 20년 동안...... 뻔뻔하게.... 엄마엄마 부르면서.... 매일 식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고, 나를 껴안고, 웃었어.......
넌 그때 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었니?
도영 : (눈물이 터진다)
정희 : 니가 울 자격이나 있니? 울지 마. (버럭) 울지 말라니까!
도영 : 뭘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해하고 계신 부분도 있을 꺼예요.
정희 : 또 무슨 거짓말을 할려고? 응? 어디 한번 해봐라.
파자마 차림의 수호, 뛰어 들어온다. 양동이와 젖어있는 도영을 보고 놀라는.
수호 : 당신 이게 무슨 짓이야!
정희 : 얘가 또 거짓말을 늘어 놓겠다네요. 그래, 어디 해봐. 지영이를 왜 끌고 나가서 버리고 들어왔는지!
도영 : 아니예요 엄마..... 지영이를 버리지 않았어요.
정희 : 지영이를 데리고 나갔었단 말 왜 안 해, 왜 못해!
도영 : 지영이가 나가자고 졸랐어요.....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지영이가 없어졌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어요.
엄마.... 정말이예요.... 엄마한테 혼날 게 너무 무서워서.... 나도 같이 사라져 버릴까, 죽어버릴까....... 별 생각을 다했어요.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정희 : 너 사월이가 지영이란 것도 처음부터 알았지?
도영 : 아니예요, 정말 아니예요.
수호 : 날 새면 천천히 얘기합시다. 나와요,
정희 : 당신은 김이사한테 언제 들은 거예요.
도영 : ........!!!!!!!!!!
정희 : 윤사월이 지영이란 걸 언제부터 혼자만 알고 있었냐구.
수호 : 당신 이리 나와. (팔을 잡는데)
정희 : (뿌리치며) 놔! 경찰에 전화해요. 경찰에 신고해. 이게 살인미수랑 뭐가 달라!
수호 : (버럭) 그만 해! 당신 제 정신이야?
정희 : 제 정신 일 수 있겠어요, 내가! (도영을 끌어낸다) 나가! 내 집에서 나가! 당장 꺼져 버려!
도영 : ........(정희에게 끌려 침대에서 쿵 떨어진다)....
수호 : (버럭) 당신 미쳤어! 이리 나와.
정희 : 당장 나가!
도영, 물 뚝뚝 흘리며 책상에서 차 키와 가방만 집어 들고 나간다.
수호 : 도영아! 도영아!
S#5. 도영네 거실 / 밤
젖은 몸으로 울며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도영. 현관으로 나간다.
수호 : (E) 도영아!
정희 : (E) 나가 죽어!
S#6. 거 리 / 밤
달리는 도영의 차. 울면서 운전 중인 도영. 중앙선을 넘는다.
상대편에서 ‘빵빵’ 하는 클락션 소리, 급 브레이크 밟는 소리.
도영, 얼른 핸들을 튼다. 흐느낌이 멎질 않는다.
S#7. 사월 방 / 밤
어두운 방. 사월, 잠들어 있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사월 : (뒤척).......
벨이 계속 울린다. 사월, 눈 제대로 못 뜨고 손 뻗어 더듬어 전화를 찾아 받는다.
사월 : ........(눈 감고 잠긴 목소리로).....여보세요. . . .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정희의 낮은 흐느낌 들려온다.
사월 : ..........(눈을 뜬다) !
감정이 격해 말이 안 나오는 듯 숨쉬기 힘든 흐느낌 전화 너머로 계속 들려온다.
사월, 일어나 앉는다.
정희 : (F) ........지영아....... 엄마다........
사월, 울음이 터진다.
정희 : (F) 지영아.............
사월 : ..........엄마......... 엄마.............
사월, 흐느낀다.
S#8. 도장 / 아침
간이침대에서 자는 동우. 뒤척이며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데 도영, 벽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있는 게 보인다.
동우 : 도영씨!
동우, 도영에게 다가온다.
동우 : 언제 온 거예요? 옷은 왜 이래? 젖은 거 아냐?
도영 : .......
동우 : ........도영씨!.......
도영 : 엄마 아빠가 다 아셨어요. 사월이가 지영이란 거..... 지금 너무 무서운데..... 마음이 가볍고 좋아.
동우 : ..........(도영을 안아준다)
S#9. 준세네 집 / 아침
준세, 통화중.
준세 : 아뇨, 도영이 여기 안 왔는데요.... 무슨 일입니까.
수호 : (F) 새벽에 나갔는데 연락이 안 돼.
준세 : ..........
S#10. 용자네 거실 / 아침
용자, 문 열어주고 준세, 급하게 들어온다.
용자 : 어? 사월이 방금 나갔는데....
준세 : 차동우씨는 어딨어요?
용자 : 동우씨 요즘 여기서 안 지내는데요.....
준세 : ..........
S#11. 도 장 / 아침
도복을 덮고 앉아있는 도영.
동우, 한 쪽에서 커피포트로 물 끓이며 컵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동우 : 촬영이 몇시랬죠? 30분 내로 떠나면 되는거지?
준세, 들어온다. 동우와 도영, 같이 있는 모습. 다시 한 번 느끼는 배신감과 불쾌함.
준세 : 도영아!
도영 : ............!
준세 :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얼른 집에 가자.
도영 : .............여긴 어떻게 왔어.
준세 : 아버님 전화 받고 너 찾으러 온거야. 내가 옆에 있어준다니까. 같이 가.
도영 : .....무슨 소릴 듣고 여기까지 날 찾으러 온거냐구.
준세 : ..............
도영 : 촬영 있어, 집에 갈 시간 없어.
준세 : 여기 이러구 있을 시간은 있구.
도영 : 가 줘. 나중에 얘기 해.
준세 : (손 잡아 끄는) 지금 가.
도영 : 싫어.
동우 : 그냥 두세요. 도영씨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준세 : .............
도영 : 지금은 가기 싫어.
준세 : 지금 가는 게 나아. 안 그럼 더 힘들어져. 따라 와.
동우 : (버럭) 가기 싫다잖습니까.
준세 : ............
동우 : 부탁드립니다.... 도영씨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준세 :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죠, 차동우씨.
준세, 도영의 손을 끌고 나가는데 동우 준세를 거칠게 붙잡는다.
준세, 동우에게 주먹을 날린다. 입술에 피가 맺히는 동우.
도영 : 이러지 마, 준세씨. 나가서 얘기해.
S#12. 거리 일각 / 아침
준세, 차로 가 조수석 문을 연다.
준세 : 지금 이 타이밍도 놓치면 너는 더 많이 힘들어 질꺼야. 같이 가서 용서를 빌자.
도영 : 어떻게 나 몰래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준세 : 같이 있어주겠다고 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니 옆에 같이 있겠다구.
도영 : 그게 날 위하는거야? 그날 일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빠한테 뭐라고 얘길한거야. 사월이 말만 들었겠지.
준세 : 언제까지 감추고 피할 생각이었어? 니가 받을 상처도 같이 하는 게 내 사랑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어.
도영 : 자긴 날 사랑하지 않아. 날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고.
준세 : ...............
도영 : 내가 얼마나 자기를 의지하고 있었는지 자기는 모를꺼야......... 집에 가고 싶음 혼자 가.
가서 사월이.... 아니 지영이 많이 축하해줘. (돌아서 걸어간다)
준세 : ........ 차동우는 널 사랑하는 방법을 아니?
도영 : ......(멈칫 섰다가..... 다시 걸어간다)
준세 : .......(조수석 문을 신경질적으로 쾅 닫는다)
S#13. 도영네 거실 / 아침
현관 문이 열리고 어린 지영, 실종 당일날 차림으로 들어온다.
어린 지영 : ......... (눈물 그렁)....엄마........ 아빠.......
수호와 정희, 눈물 그렁해 서 있다.
현관, 사월이 서 있다. 울음 참고 있다. 세 사람, 바라보며 말이 없다.
정희 : ........지영아......
수호 : ..........지영아.......
사월 : 엄마....... 아빠.......
정희 : 지영아!
사월, 얼른 뛰어 들어와 정희와 수호를 껴안는다. 세 식구, 부둥켜안고 운다.
정희 : 지영아......
사월 : 엄마..............
정희 : 왜 우리가.... 이래야 해...... 왜..........
사월 : 엄마...... 아빠..........
수호 : 지영아...........
세 사람 흐느낌 계속 되고.
S#14. 방송국 사무실 / 낮
네티즌이 올린 코믹 동영상. 도영이 사월 따귀 때리는 장면, 원더걸스 ‘텔미’ 에 맞춰 편집돼 있다.
텔미(찰싹) 텔미(찰싹) 테테테테테(때릴까 말까 때릴까 말까 손이 오락가락) 텔미(찰싹)
고훈, 조연출, 은비, 상구 보고 있다.
고훈 : 별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참 많구만. 이건 또 언제 이렇게 만들어 올렸대?
조연출 : 이것 때문에 지금 윤사월 검색어 순위 1등이예요.
상구 : 두 사람 연기하는 장면도 인기 동영상으로 계속 떠있어요.
은비 : ..............(생각에 빠진)...............
플래쉬 백 --
15부. 원더우먼쇼 스튜디오. 대본을 내려놓고 대사하는 도영의 모습.
도영 : .....영희야, 미안한 얘기 하나 해줄게..... 너 없어지고 한 1년 우리집은 비극이었어.... 모든 게 엉망이었지....
사월 :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은 표정도 밝고 여유로와. 그런데 언니 표정은 늘 춥고 초조해...꼭 파양당할 두려움에 떠는 아이처럼.
도영 : ! (훅 하고 안에서 치밀어 오른다. ... 눈물까지 확 솟으려는) 닥쳐! 니 목을 부러뜨리기 전에.
사월 : 왜 그렇게 버티는 거야? 잘못을 인정하면 모두 다 등 돌릴까봐 무서워? 끝까지 언니 옆에 있어줄 사람은 없지?
난 니가 불쌍해.
도영 : 닥치라고 말했어. 닥쳐!
방송국 사무실. 은비, 생각에 빠져있는....
은비 : ............
고훈 : 근데 두 사람 연기하던 장면은 연극에서 못 본 것 같지 않아?
조연출 : 그쵸? 저만 기억을 못하나 했는데.....
상구 : 저도 이상했어요. 분명히 안 졸았는데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고훈 : 작가양반, 어떻게 된거야?
은비 : (어깨 으쓱) 글쎄요.
S#15. 고궁 / 낮
카메라 앞에서 밝게 웃는 도영. 화려한 한복입고 있다.
도영 : 동방의 아름다운 나라, 코리아로 오세요!
고궁 일각.
도영 : 대한민국 홍보대사, 아나운서 신도영입니다. 전 세계의 여러분께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자랑스러운 이웃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정이 넘치고, 오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S#16. 도영네 부엌 / 낮
정희 수호 사월 식탁에 둘러 앉아있다.
정희 : 먹어. 엄마가 차린 밥.
사월 : ........(밥 한술 떠먹는데 눈물이 난다)
정희 : 여보, 이거 꿈 아니지? 이거 정말 꿈 아니지?
수호 : 꿈 아니야......그렇지 지영아?
사월 : 꿈 아니예요.
정희 : 감사합니다........우리 식구가 이제 다 모였네. 이제야 진짜 우리 세 식구 모여서 밥을 먹고 있잖아요.
수호 : ....... 여보...... 우린 네 식구야.
정희 :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지영아, 짐 가져와. 오늘부터 여기 살자. 난 하루도 못 참겠다. 우리 떨어져 지낸 20년 메꾸려면
한 시간도 아까워. 당장 들어와.
사월 : ........네..........
수호 : 지영아, 언니가 야속하고 미울꺼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엄마나 나는 도영이한테 돌 던질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우리 지내면서 풀어보도록 하자.....
정희 : 풀릴 수 있는 일이예요, 이게?
수호 : 노력합시다. 노력하자, 지영아.
사월 : .............
S#17. 방송국 일각 / 낮
은비, 앉아있다. 사월 뛰어온다.
사월 : 안녕하세요!
은비 : 내가 바쁜데 부른 거 아냐?
사월 : 아뇨, 어짜피 오늘 올 일 있었어요.
은비 : 장시은이랑 파일럿 준비하는 거?
사월 : 네. 참, 우리 앵콜 공연 한다면서요? 언제부터예요?
은비 : 지금 극장 알아보고 있어. 그 때 보다 좀 더 큰 데로.
사월 : 와...... 잘됐다. 그 땐 더 잘할께요.
은비 : 자기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솔직하게 얘기해 주라.
사월 : 뭔데요?
은비 : 그날 대본에도 없는 연기를 둘이 어쩜 그렇게 리얼하게 해?
사월 : ...........
은비 : ......왜 대답을 안하지?
사월 : 신도영씨한테 물어보세요.
은비 : 자긴 왜 대답을 못하는데?
사월 : 대본 없이 먼저 연기를 한건 그 분이니까요. 전 거기 맞춰서 즉흥으로 몇 마디 한 게 다예요.
은비 : ........
사월 : 저 늦었어요. 담에 또 봐요.
S#18. 방송국 일각 / 낮
사월, 걸어가다 마주 오는 도영과 마주친다.
도영 : ...............
사월 : 아침에 집에 갔었어요.... 새벽에 나가셨다면서요.
도영 : 제 자리로 돌아간 거 축하해.
사월 : 감사해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도영 : 미안해.
사월 : 뭐가요?
도영 : 미리 말 못한 거. 그날 널 잃어버렸다고...... 이젠 그동안 못 누린 거 다 누리면서 살아.
사월 : ......참 간단하네요.
도영 : 그 집으로 들어갈때 나 여섯살이었어. 내 힘으로 선택할수 있는 것도 없었구, 엄마가 날 싫어한다고 해서 나올 힘도 없었어.
사월 : 그래도 날 내다버릴 순 있었네.
도영 : 버리지 않았어.
사월 : 처음엔 엄마만 날 기억하면, 내 집만 찾아갈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집에 가보니까 그게 아니야.
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던 20년이 내 인생에 없었구나.....
도영 : ..........
도영, 걸어간다.
사월 : (도영 등 뒤에) 김은비 작가님이 물으시던데요. 대본에도 없는 연기를 어떻게 그렇게 잘했냐구.
도영 : ...........
사월 : 대답은 언니한테 들으라고 했어요.
두 사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멀어지는 두 자매.
S#19. 방송국 사무실 / 낮
도영, 밝게 웃으며 들어온다.
은비 : 촬영 잘했삼?
도영 : 잘했삼.
고훈 : 앉읍시다. 다음 꺼 회의합시다.
테이블에 둘러앉는 고훈 조연출 은비 상구.
고훈 : 자, 다음 껀 뭘해 볼까. 각자 아이템 세 개씩 내기. 상구부터.
상구 : 음............
고훈 : 그럼 우리 조감독님.
조연출 : ........그게 말이죠...................
고훈 : 쯔쯔.......... 또 작가랑 신도영만 의지하고 왔구만.
시은, 다가온다.
시은 : 뭘 걱정하세요. 두 자매 팀 또 한 번 부르면 되지.
도영 : (신경 거슬리는)
고훈 : 어, 장시은 아나운서! 껴든 김에 아이템 하나 내고가.
시은 : (앉는다) 연극 앵콜 공연 한다면서요? 언제부터야?
은비 : 극장 다시 잡히는 대로.
도영 : 앵콜 공연까지 해?
시은 : 이번엔 신도영 아나운서가 직접 출연함 어때?
도영 : 생각해 볼게.
시은 : 아는 기자랑 점심 먹는데 그러더라. 자기가 연기한 장면, 연극엔 없었다구 이상하다구. 어떻게 된거야?
도영 : ........
고훈 : 그러게. 우리도 그걸 궁금해 하던 참이었어.
시은 : 대본이랑 다르게 나가기 시작한 게 자기부터라며. 작가도 아닌데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잘 지어내?
도영 : 그냥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까.
시은 :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올 수 있는 대사가 아니던데.
도영 : ..............
시은 : 기사쓰면 재밌겠다고 해서 자기 연락처 알려줬어.
은비 : 거참! 내가 이제사 밝히는데 미리 분장실에서 언지를 줬어. 광고삼아 더 쎄게 가보면 어떻겠냐구.
그게 먹히면 앵콜 공연 때 그렇게 수정해 가겠다고.
도영 : .........
조연출 : 아깐 왜 모른 척 가만있었어요?
은비 : 작가로서 쪽팔리니까 그렇지. 관객 끌려구 갑자기 더 쎈 대사로 고친게.
아, 이제 연극 얘기 그만하구 자긴 빨리 가서 자기네 꺼나 해.
도영 : (은비 보며).............
S#20. 라디오 스튜디오 / 낮
방송중인 도영.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흐른다.
도영 : 밤의 여왕은 딸에게 칼을 쥐어주며 지옥 같은 복수심이 내 마음에 차 오른다, 짜라스트로를 죽이지 않으면 넌 내 딸이
아니라고 노래 합니다. 하지만 여왕의 딸 파미나는 어머니를 배신하죠. 밤의 여왕은 태양의 제국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끝내 패하고, 빛의 세계가 승리한다는 내용.....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조수미의 노래로 듣고 계십니다.
신청곡 문자 들어온다. '백조의 호수 신청합니다‘ ’베토벤 소나타 협주곡이 듣고 픈 오늘~~‘
‘ 왜 이런 내용의 오페라를 틀어? 우울해지게.... --+ -,,- ’
도영 : (문자 보며) ?
동우 : (E) 당신한테 힘을 주고 싶은 사람이 가까이 있습니다. 서관 로비를 서성이면서.
S#21. 방송국 일각 / 낮
사람 별로 없는 곳. 쇼핑백 들고 있는 동우. 도영, 걸어온다.
동우 : (쇼핑백 내민다)
도영 : ......?
동우 : 할인매장 가서 몇 개 골랐어요. 속옷은 거기 점원아가씨가 골라준 거구.
도영 : (쇼핑백에서 물건 꺼내본다. 핑크나 연두 같은 밝고 예쁜 파스텔 계열의 티셔츠, 청바지)...............
동우 : 젖은 거 입고 다님 감기 걸리잖아요.
도영 : 벌써 다 말랐어요.
동우 : 그래두........ 새 거 입어요. 산뜻하게.
도영 : ..........
동우 : 비싼 거 아니니까 맘 놓구 입어요. 얼른 입고 와.
도영 : .......(쇼핑 백 받아든다)
청바지에 티셔츠 입은 도영, 걸어온다.
동우 : 잘 맞네.
도영 : 허리가 껴요. 날 너무 날씬하게 봤나봐.
동우 : ......잘 맞는구만. 아직 밥 못 먹었죠? 밥 먹으러 가자.
사월, 지나가다 멀리 있는 두 사람을 본다.
사월 : ..........
동우, 도영을 보며 따뜻하게 웃는다. 도영이 들고 있는 쇼핑백도 자기가 들고, 도영의 백도 뺏으며
동우 : 들어줄까?
도영 : 이건 됐어.
동우 : 애인 백 들어주는 남자 늘 부러웠는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도영 : 다음에.
동우 : 그래, 다음에.
두 사람 걸어온다. 사월 얼른 몸을 숨기는데
도영 : 고마워요, 동우씨..... 동우씨 꼭 우리 친엄마가 보내준 사람 같아....
동우 : 그러게. 나한테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동우야, 우리 도영이 좀 챙겨주라.
도영 : (미소)
두 사람, 걸어간다.
사월, 숨어서 두 사람 바라본다. 도영, 가다가 동우에게 백을 준다. 동우, 도영의 백을 어깨에 매고 걸어간다. 따스한 정이 흐른다.
S#22. 설렁탕 집 / 밤
설렁탕 두 그릇, 테이블로 온다. 동우, 도영 그릇에 파와 소금을 넣어준다.
도영 : 난 별로 생각이 없는데.......
동우 : 안돼요, 먹어야 돼. 지금 어머니가 또 싸인 보내셨어요. 우리 도영이 밥 좀 멕여라 동우야.
도영 : 한숙이라고 했겠죠, 울 엄마가.
동우 : 어쨌든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딸 밥 먹이라셔요. 자, 먹자.
동우, 도영 손에 숟가락을 쥐어준다.
S#23. 준세 사무실 / 낮
마주 앉아있는 사월, 준세.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준세 : ........부모님 만났어?
사월 : (고개 끄덕)
준세 : 다행이야.... 어머니가 기억을 찾으셔서.
사월 : 집에 있으니까 자꾸 눈물이 나오더라, 오빠.
준세 : ...........
사월 : 꿈이면 어떡하나 무서운 생각도 들고.... 내가 왜 그동안 혼자 20년을 헤매야 했는지 생각할수록 너무 아득해.
준세 : 이젠 혼자 외롭게 헤매는 일 없을꺼야.
사월 : 그러구 싶어..... 이젠 혼자 이 악물고 버티는 거 안하고 싶어.
준세 : 어릴 때 너 우는 걸 본 적이 있어. 미카엘의 집 뒷마당에서....나 그 때 처음으로 기도했었어.
사월이가 꼭 부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월 : 오빠 기도 덕분에 내가 제자리에 돌아왔네.
준세 : 그러게.
사월 : ......오빠, 도영언니를 사랑해?
준세 : ........
사월 : 도영 언니를 사랑해?
준세 : ..........응, 사랑해.
사월 : .........(눈물 핑글)
준세 : ............
S#24. 호텔 룸 앞 / 밤
도영과 동우, 문 앞에 서로 마주 보고 서있다.
동우 :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요.
도영 : (고개 끄덕)
동우 : 만약 밤에라도 많이 아프면, 연락해요. 뜬눈으로 앉아있을게.
도영 : 그래요.
도영 들어간다.
동우, 문 앞에 계속 서 있다가, 복도를 천천히 걸어간다.
적막한 복도를 돌아보며, 복도 끝에서 한참을, 도영 방문 보고 서있는 동우.
S#25. 호텔 / 밤
도영, 침대에 무릎 세우고 앉아있다.
도영 : ...........
속이 안 좋은지 토할 듯 욕실로 달려가는 도영.
S#26. 호텔 화장실 / 밤
변기 붙들고 힘겹게 토하는 도영.
S#27. 사월 방 / 밤
가방 싸고 있는 사월. 용자, 옆에 서 있다.
용자 : 동우씨도 떠나고 너도 떠나고.....
사월 : 떠나긴 뭘 떠나. 그냥 옆집으로 이사 간다고 생각해.
용자 : 니가 그 집 딸이었다니..... 정말 꿈 같아. 그래도 좀 섭섭하다.
사월 : 용자야.......(용자 껴안으며) 그동안 고마웠어.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간에 니가 옆에 있어줬어.
용자 : (눈물 핑글) 그래두 널 좋은 데로 보내서 내 맘이 편해. 부모 마음이 이렇겠지?
사월 : 집으로 초대할게 한번 놀러와.
용자 : 한번?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릴꺼다.
S#28. 호텔 방 / 밤
도영, 쪼그려 누워있다. 적막하다.
도영 : .........
호텔 방의 벨이 울린다.
도영 : ........(천천히 일어나 앉아 방문 쪽을 본다)
동우 : (E) 나예요, 잠깐 문 좀 열어봐요.
도영, 문을 열면
동우 : 혹시나 속이 안 좋을까 해서.... 약이랑.... 음료수, 과일 좀 사왔어요. 입 맛 없겠지만 그래도 몸까지 쳐지면 큰일이니까....
도영 : ...............
동우, 냉장고에 음료수와 과일 넣어준다.
동우 : 생각보다 냉장고가 작네..... 언제 호텔에 와 봤어야 말이지.... 포도랑 자두, 다 씻어 온 거예요. 억지로라도 먹어요.
약은 테이블에 놓고.
동우 : 그리고 소화제, 진통제, 몸살약도 하나씩 사봤어요. 근데 되도록 약 먹지 말고 뜨거운 물에 푹 담궜다 자요.
앞서 걱정하지 말고, 계속 생각하지도 말고.
동우, 문으로 간다.
동우 : 내일 아침에 전화할께요. 얼른 자요.
동우, 문 열고 나가는데 도영 뒤에서 동우를 안는다.
도영 : ......같이 있어줘..... 가지 마요 동우씨.
동우 : ...............
동우, 뒤돌아 도영을 껴안는다.
S#29. 준세 집 / 밤
통화중인 준세.
준세 : 도영인 연락 없어?
사월 : (F) 없어.
준세 : 집에도 안 왔구?
사월 : (F) 응..
준세 : 도영이 오면 늦더라도 꼭 연락 해줘, 사월아.
준세, 전화 끊는다.
플래쉬 백 ----
사월 : ......오빠, 도영언니를 사랑해?
준세 : .........
사월 : 도영 언니를 사랑해?
준세 : ..........응, 사랑해.
사월 : .........
플래쉬 백 ---
16부 도영 집 앞. 동우, 도영 키스 씬.
플래쉬 백 -- 거리 일각.
도영 : 그게 날 위하는거야? 그날 일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빠한테 뭐라고 얘길한거야. 사월이 말만 들었겠지.
준세 : 언제까지 감추고 피하고 지낼 생각이었어? 니가 받을 상처도 같이 하는 게 내 사랑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어.
도영 : 자긴 날 사랑하지 않아. 날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고.
준세, 멍하니..............
S#30. 지영 방 / 밤
사월, 가방에서 옷가지 몇 개 꺼내놓고 멍하니 앉아있다. 일어선다.
S#31. 도영 방 / 밤
세 식구 사진, 정희와 찍은 웨딩드레스 사진 보는 사월.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사월 : ..... 여보세요? 동우야.....
동우 : (F) 그래...........
사월 : ........지금 혹시 같이 있니?
동우 : (F) ........응.........
사월 : 어디야? 도장이야?
S#32. 호텔 방 / 밤
도영, 침대에 모로 누워 새우잠 자고 있다. 동우, 소파에 앉아 도영을 바라본다.
동우 : (핸드폰에) 아냐.
사월 : (F) 그럼 어딘데?
동우 : 그 사람 힘들어 해, 사월아.
사월 : (버럭) 내가 언제 그거 물어봤어!
동우 : 내일 얘기하자. 지금 길게 전화 못해. (끊는다)
동우, 도영의 잠든 모습 바라보는.
S#33. 도영 방 / 밤
사월, 전화를 들고 방을 둘러본다.
2부 플래쉬 백 -- 어린 도영과 지영.
지영 : 언니, 술래잡기 하자.
도영 : 안돼. 언니 이거 다 읽고 독후감 써야 돼.
지영 : 이따하고 나랑 놀아줘어. 응?
도영 : 아줌마한테 놀아달라고 해.
지영 : 아줌마 주무셔. 언니, 우리 나가놀자.
도영 : 너 감기 기운 있잖아. 나가면 안 돼.
지영 : 그럼(걸고 있는 목걸이 가리키며) 그거 줘!
도영 : 안 돼. 이거 숙제로 뜬거야.
지영 : (뺏을려고 잡아당기는) 나 줘.
도영 : 똑같이 하나 떠줄게. 응? 내 동생 착하지.
지영 : 그럼 나랑 버스타고 어야 가.
도영 : 너 감기 심해지면 엄마한테 혼나.
지영 : 엄마 아빠는 두 밤 더 자야 오시잖아.
도영 : 안 돼. 지금 밖에 추워.
사월, 슬프다.......
사월 : .......그게 이 집에서의 마지막이었어.... 언니.... 나한테 왜 그랬어....
S#34. 호텔 방 / 밤
잠들었던 도영, 눈을 뜬다. 소파에 동우, 웅크리고 자고 있는 모습 보인다.
도영 : ............
동우, 자다가 뒤척...... 뒤척하다 눈을 뜨는 데 도영, 보고 있다.
동우 : ......깼어요?
도영 : ..........
동우 : 잠이 안 와?
도영 : 동우씬 자는 모습도 참 착하다.
동우 : 도영씨도 그래요.
도영 : 나 자는 걸 언제 봤어?
동우 : 홍콩에서두 봤고.... 아까도.
도영 : ...........
동우 : 자요. 어젠 한 잠도 못 잤잖아.
도영 : (눈 감는다)
동우 : .......(미소.... 눈감고)
도영 : (눈 뜬다..... 동우 눈감고 있는 모습 보다가) 이리 와서 자요.
동우 : 괜찮아요. 도영씨 편하게 자요.
도영 : ...........
동우 : ............
동우, 도영의 침대로 온다. 도영 옆에 눕는 동우. 도영 머리 쓰다듬어 준다.
동우 : 코 자자.
도영, 눈 감는다. 동우, 도영을 안아주고. 두 사람, 따뜻하게 안고 잠든다.
S#35. 준세 집 / 아침
준세, 핸드폰 들고 있다.
(F)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S#36. 호텔 방 / 아침
옷 입은 채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는 동우.
샤워 가운을 입은 도영, 동우 옆으로 다가온다.
도영 : 동우씨......
동우 : (일어나 앉으며) 언제 일어났어요?
도영 : ......방금요.
동우 : 그럼 준비하고 출근해요. 나 먼저 갈께요.
도영 : .......
동우, 도영 이마에 입 맞추고 얼른 일어나 나간다.
동우 : 이따 통화해요!
동우가 나간 방. 도영, 동우가 누웠던 쪽에 눕는다. 가만히 누워 온기를 느끼듯 눈감는 도영.
S#37. 도장 / 아침
동우, 도장으로 들어서는 데 준세 서 있다.
동우 : ............
준세 : .........어제 일은 사과드립니다.
동우 : 도영씨가 걱정돼서 오셨군요. 도영씨 지금 출근했을 겁니다.
준세 : ......전화 통화가 됐습니까?
동우 : .......예.
준세 : ..........
동우 : ........방송국 사무실로 연락해 보세요.
준세 : 아침부터 실례 많았습니다.
준세, 나가는데 기분 안 좋고.
S#38. 도영네 거실 / 낮
수호, 핸드폰을 들고 있다 내려놓는다.
수호 : ...도영이는 아직도 전화를 꺼놨네.
정희 : 그냥 두세요.
수호 : 여보, 난 우리가 도영이를 거둬서 하늘이 우리한테 지영이를 줬다고 생각했어...그리고 지금 우리가 지영이를
다시 만나게 해준 건 도영이를 용서하라는 숙제를 또 주신 거라 생각해.
정희 : 도영이를 데려온 것 부터가 잘못이었어.
수호 : 잘못이었지. 당신은 아이를 입양할 자격이 안된다는 걸 내가 몰랐으니까.
정희 : 당신, 혼자서 성인군자인 척 하지 말아요. 속으론 도영이를 미워하고 내치고 싶은 마음 누르는 거 모를 줄 알아.
수호 : 그래, 나도 당신만큼 도영이가 미워. 하지만 그 어린애가 그런 끔찍한 일을 했을 땐 이유가 있는 거구,
그 이유는 우리가 만들어준 거야.
정희 : 걔 이제 성인이고 잘나가는 아나운서예요. 우리랑 평생 안봐도 사는데 지장 없어요.
수호 : 나 지금 도영이를 만나러 갈꺼야. 가서 집에 들어오라고 할꺼요.
정희 :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식구 오순도순 잘 살아 보죠.
S#39. 방송국 사무실 / 낮
청바지에 티셔츠 입은 도영 책상에 앉아있다. 상구, 사무실 전화 받는다.
상구 : 네, 원더우먼쇼입니다. ....네.... 실례지만 어디신가요.....(놀라) 아, 네 안녕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수화기 내려놓고) 선배님! 아버님께서 지금 1층 카페에 계시다는데요.
도영 : .............
S#40. 방송국 카페 / 낮
도영과 마주 앉은 수호.
수호 : 하룻 사이에 얼굴이 수척하다.
도영 : ......
수호 : 옷은 또 그게 뭐야. 전화는 왜 계속 꺼놓구.
도영 : ........죄송해요.....
수호 : 도영아...지영이 일...어떻게 된 건지 나한텐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겠지....?
도영 : ..........
수호 : 실은 준세한테 듣고도 너한테 물을 엄두가 안나서 나역시 피하고 말았다...하지만 이제는 니가 우리한테 모든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을 해줘야 우리는 예전처럼 다시 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지않겠니...?
도영 : 지난 번에 말한 그대로예요...지영이를 잃어버리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두려움에 그 말을 못했어요.
아빠...하지만 제가 지영일 버렸다고 하시는 엄마말씀은 오해예요.
수호 : 그래 그렇담 이렇게 밖에서 지내지 말고 집으로 들어와라...들어와서 지금처럼 엄마오해를 풀어드려...
도영 : 엄만 믿지 않으실꺼예요...
수호 : 니가 우리랑 진짜 인연을 끊으려는 게 아니라면 오늘 집으로 들어 와라....
도영 : ..............
S#41.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들어온다. 수호, 맞아준다.
정희, 사월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도영 : .....다녀왔습니다.
도영, 정희와 사월이 앉아있는 앞으로 간다.
사월 : ........언니 왔어요?
도영 : .............
정희 : 잘 왔다. 잘 저녁 먹기 전에 와서. 옷은 또 그게 뭐니. 얼른 옷 갈아 입고 내려와.
도영 : ........네. (2층으로)
사월 : (도영을 바라보는.........측은하고도 밉고)
S#42. 도영네 부엌 / 밤
네 식구 앉아있다. 식사 중. 가운데 커다란 찌개 냄비 놓여있고
사월 : 아줌마는 어제오늘 안 보이시네요.
정희 : 며칠 쉬라 그랬다. 너 만나서 울고 불고 하는 모습도 보이기 싫고....찌개 좀 더 떠줄까?
사월 : 네, 더 주세요. (그릇 내민다)
정희 : (국자로 떠주며) 어릴 땐 된장찌개 김치찌개 하나도 안 좋아했는데.....
사월 : 자라면서 식성도 변하잖아요.
정희 : 고아원에서 단체 생활하면서 어디 개인의 식성대로 먹을 수나 있었겠어.
도영 : ............
정희 : 배 곯지 않으려면 주는대로 먹었어야겠지. 너 혹시 찬 밥 먹고 헐벗고 지내진 않았니?
사월 : 아아뇨. 미카엘의 집은 훌륭한 데예요, 엄마. 원장님도 좋으시고 환경도 정말 좋았어요.
정희 : 불행 중 다행이었구나.
도영,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다. 간신히 깨작깨작 먹는 척만.
정희 : 이름이 왜 사월이가 된거야?
사월 : 미카엘의 집에 4월에 들어가서요. 원장님 성을 따서 윤사월.
정희 : 실종된 건 2월인데.
사월 : 목포에 있는 무슨 임시 보호소를 거쳐 들어갔대나 봐요.
정희 : ...........(목이 메인다).....가엾은 것..... 다섯 살에 그게 무슨.........
사월 : 그래도 잘 자랐잖아요. 괜찮아요 엄마.
정희 : 서울역에서 목포까지 바로 가는 기차는 없지 않나? 그 땐 있었나요?
수호 : ....... (불편한) 글쎄.
정희 : 어떻게 기차를 타고 돌다 돌다 목포까지 내려갔구나. 그 먼데 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수호 :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감사한 일이지.
정희 : 퍽도 감사하겠습니다.
도영 : 전 먼저 일어날께요. (일어서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정희 : 앉아!
도영 : ........
정희 : 20년 만에 온 식구가 처음 밥 먹는 자리야. 밥 맛 없는 거 알겠는데 그래도 앉아. 밥 먹고 차 마실 때까지 같이 있어 오늘은.
도영 : ..........(앉는다)
사월 : ..........
정희 : 그리고 결혼 전까진 나갈 생각 말고 여기서 살아. 난 우리 네 식구, 다시 이렇게 모인 게 꿈만 같다.
니가 우리한테, 또 지영이한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끝까지 이 집에 같이 있어. 니가 그래 주리라 믿는다.
도영 : .........
S#43. 도영네 거실 / 밤
DVD로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 ‘All I ask of you' 나 캣츠의 ‘Memory' 흐른다.
동그란 모양의 색색가지 마카롱, 홍차 주전자 놓여있는 테이블. 네 식구 앉아있다.
사월 : 이건 뭐예요? 처음 먹어봐요.
정희 : 마카롱이란 과자야. 너 이거 처음 먹는 거 아니야. 어릴 때도 좋아했어.
사월 : 정말요?
수호 : 내가 외국 세미나 다녀오면 나보다 과자를 더 반가워했어 인석아.
사월 : (웃으며) 제가요? 말도 안 돼.
정희 : 정말이야. 이 과자 파는 나라로만 세미나 가라고 심통 부렸지.
사월 : 어릴 땐 제가 문제가 좀 있었네요.
수호 : 그러게 말이다.
수호, 정희, 사월 웃는다.
도영 : .........(깊은 소외감.........)
초인종 소리.
정희 : 이 시간에 누구지?
준세, 들어선다.
준세 : 밤 늦게 죄송합니다.
수호 : 죄송할 게 뭐 있어. 한 식구끼리.
정희 : 네 식구 모여 있는 모습, 보기 좋죠?
준세 : 네, 어머니. 아주 보기 좋습니다. 사월이 넌 얼굴이 활짝 폈구나.
사월 : (수줍게 웃는)
정희 : 앉아요.
준세, 앉아 차 마시고 있다.
정희 : 김이사, 우리 지영이 어렸을 때 얘길 좀 해줘요.
준세 : ......(도영을 한번 살피고)..... 어릴 때부터 아주 당차고 튀는 꼬마였어요. 처음 봤을 때가 사월이 열두 살 때 였는데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까무잡잡했어요 그 땐.
정희 : 열두 살 때?
준세 : 예방주사 안맞겠다고 도망다니고.... 미카엘의 집의 악동이었죠. 바닷가 바로 앞이라서 수영도 아주 잘했구요.
수호 : 바닷가에서 배운거면 개헤엄이겠다.
사월 : 그래두 폼은 괜찮았어요. 그치 오빠?
준세 : 응.
준세, 웃으며 도영을 보는데
도영 : (찻잔을 손에 들고 있는데 달달달 떨린다)
준세 : ............
정희 : (눈물 나는) 열두 살 땐 그랬구나.... 열 다섯 살 땐 어땠는지, 스무 살 땐 어땠는지.... 다 듣고 싶어....
그 때를 아는 니 친구 좀 만나게 해줘 지영아.
사월 : 옛날 얘기가 왜 궁금하세요. 전 그냥 지금이 좋아요.
정희 : 도영이 넌 차가 맛없니? 왜 들고만 있어?
도영 : ........(말라 죽어가는 나무처럼 긴장해 있고..... 한 모금 마시는데 사래가 걸린다. 콜록콜록)
준세 : .........(안쓰러운)
S#44. 도영 방 / 밤
준세, 도영 마주 서 있다.
준세 : 어떻게 된거야. 이틀 내내 전화를 꺼놓고 연락도 없이....
도영 : 와 보니까 좋아? 나 혼자 외계인처럼 겉도는 꼴이.
준세 : ...........
도영 :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아빠한테 얘기한 이유가 궁금해. 자긴 나보다 사월이를 더 생각하고 있어.
준세 : 말했잖아. 너만큼 사월이도 나한텐 중요하다고. 그리고 사월이 이젠 니 동생이야.
도영 : .......... 날 사랑해?
준세 : ..........
도영 : 나보다 사월이를 먼저 만났더라도 날 사랑했을까?
준세 : 사월이는 너보다 훨씬 전에 만났어.
도영 : 계속 연락이 이어져 왔더라면...... 자긴 어땠을까. 사월이를 사랑하게 됐겠지. 안 그래?
준세 : .............
방문 앞에서 듣고 있는 사월.
도영 : 얘기 해. 자기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어.
준세 : 그래, 사월이를 사랑하게 됐겠지. 널 만나기 전이라면.
사월 : .......(눈물 핑글)
도영 : 지금도 자긴 나보다 사월이가 우선이야. 그러지 않곤 이럴 수 없어.
준세 : ..........
도영 : 난 계속 이렇게 겉돌면서 살겠지.... 나 이 집에서 말라죽더라도 버틸꺼야.
준세 : 결혼하자.
도영 : .............
사월 : !!
준세 : 무슨 일이 있어도 니 옆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결혼 앞당기자.
도영 : ..............
준세 : 그렇게 알아. 준비는 내가 알아서 할게.
준세, 방에서 나오다 사월과 마주친다.
사월 : ............
준세 : ............
두 사람, 말없이 보고 서 있는.
사월 : (눈물나는)
준세 : ........잘 자, 사월아. (가는데)
사월 : (준세 손을 잡는다)
준세 : ...............
사월 : ................
준세 : .......(사월 손을 놓고 간다)
사월 : .......(눈물 뚝)
S#45. 지영 방 / 밤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사월.
S#46. 도영 방 / 밤
벽에 기대 방바닥에 앉아있는 도영.
S#47. 준세 집 / 밤
준세 들어와 쟈켓을 벗어 책상에 던진다. 소파에 털썩 앉는.
준세 : .............
S#48. 현주네 집 / 낮
은섭,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 도영이 사월 따귀 때리는 동영상 보고 있다.
은섭 : (큭큭 웃는)
현주 : (다가와) 뭐야?
은섭 : 너 이거 봤어?
현주 : .......골 때린다. 이거 뭐야?
은섭 : 신도영 프로에 이 기집애 출연한 거 못 봤어?
현주 : 못봤는데.
은섭 : 신도영..... 이렇게 당하고 살 애가 아닌데.
현주 : 신도영이 뭘 당해. 이렇게 열라 때리고 있구만.
은섭 : 난 신도영을 좀 알아..... 맞으면서도 지금 다 계산을 하고 있을꺼야.
현주 : 무슨 계산?
은섭 : 두들겨 맞는 척 하다가 남들 안볼 때 슬쩍 일어나서..... 이 기집애 등에 칼을 꽂을꺼야.... (큭큭)
현주 : (괜히 등을 한번 만져본다)
S#49. 연습실 / 낮
PD, 시은 사월에게 얘기 중.
PD : 죄송해요. 윗 분들도 자꾸 그렇게 얘기하시고..... 도영선배로 엠씨를 가야 할 것 같아요.
시은 : 나 그럼 안 해.
PD : ......죄송해요. 그냥 도영선배 단독 엠씨로 가는걸로.....
시은 : 뭐!
음료수 벌컥벌컥 마시는 시은.
시은 : 자기두 알지? 나 이번엔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한 거.
사월 : ...........네.........
시은 : 이 바닥은 늘 이런 식이야. 선택받은 한 사람이 언제나 모든 걸 다 갖지. 밑에서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봤자 소용없어.
사월 : ............
S#50. 도영 방 / 낮
도영,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사월, 들어온다.
사월 : 바빠요?
도영 : .........아니.
사월 : 일 하고 있었나봐?
도영 : 논문 쓰는 중이었어. 박사논문 준비하고 있거든.
사월 : 축하 드려요. 장시은씨랑 나는 까였어요.
도영 : 얘기 들었어. 넌 앞으로 어쩔 셈이야?
사월 : 뭘요?
도영 : 퍼스널 쇼퍼는 그만 둔거니? 왜 갑자기 방송 일에 매달려?
사월 : 원래 하고 싶던 일이었어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고 예전에 얘기한 적 있을 텐데.
도영 : 넌 이제 제자리로 돌아왔어. 괜한 심술 부리지 마.
사월 : 괜한 심술? 언니는 참 무섭게 이기적이야.
도영 : 나 말곤 날 아껴주는 사람이 없어, 나라도 내 자신을 지키고 보호해줘야 하지 않겠니.
사월 : 그래서 날 버렸어요? 자신을 지킬려구?
도영 : 나가 줄래.
사월 : 준세 오빠랑 결혼 할꺼예요?
도영 : 그건 왜 묻지?
사월 : 차동우를 사랑하면서 준세 오빠랑 결혼할꺼냐구.
도영 : ...........
사월 : 자신도 속이고, 동우 마음도 다치게 해가면서 준세오빠랑 결혼할꺼냐구 묻잖아요.
도영 : 그걸 묻는 이유는 뭔데?
사월 : ...........
도영 : 준세씨를 사랑해서니?
사월 : ...............
도영 : 나도 묻잖아 지금. 준세씨를 사랑해서야?
사월 : ............. 네!
도영 : .............
정희, 들어온다.
정희 : 내려 와. 맛있는 커피 좀 뽑았다.
S#51. 도영네 거실 / 낮
세 모녀 앉아있다. 테이블엔 찻잔.
정희 : 도영이 넌 휴가가 언제랬지? 다음 달 초랬지?
도영 : 네.
정희 : 그 때 우리 식구 다 같이 미카엘의 집에 가자꾸나. 가서 우리 지영이가 다섯 살부터 13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보고 싶어.
사월 : 엄마 또 거기 가서 우실려고 그러죠? 싫어요, 안 갈래요.
정희 : 널 데려간단 편지는 그럼 누가 보냈을까?
도영 : ...... !
사월 : 그런 편지가 왔었어요?
색 바랜 낡은 편지, 사월 보고 있다. 도영 친모의 필적, 도영 시선을 다른 데 두고 있다.
정희 : 지영이는 내가 데려갑니다. 더 이상 지영이를 찾지 마세요 안 그럼 지영이의 목숨이 위태로울 겁니다....끔찍한 편지였지.....
사월 : 이건 누가 보낸 걸까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정희 : 널 찾고 보니 정말 이 편지가 미스테리로구나. 어른의 필적이 분명한데...
(도영보며) 니가 혹시 아는 아줌마 아저씨한테 부탁했니?
도영 : ............그런 일 없어요.
정희 : 지영아, 엄마가 사다놓은 원피스랑 구두 좀 갖고 내려와. 엄마 앞에서 한번 입어 봐.
사월 : 네!
사월, 2층으로 쪼르르 올라간다.
정희, 차 마신다.
도영 : ..............
정희 : ........(도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 마시고 핸드폰 보고)
도영 : ............
정희 : .............(2층에) 엄마가 올라갈까? (일어서 계단으로 가는데)
도영 : ...........이렇게 할려고 절 나가지 못하게 하셨어요?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서서히 말라 죽으라고?
정희 : (빤히 본다)............(웃는) 넌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나보구나.
도영 : ..........
S#52. 도영 방 / 밤
스탠드만 켠 방. 도영, 앉아있다. 옆방에서 정희와 사월의 웃는 소리, 떠드는 소리 들려온다.
도영 : .............
도영, 한 쪽 벽에 걸린 말린 장미꽃을 본다.
플래쉬 백 11부 카페 파티 씬.
동우, 빨간 장미 들고 준세와 블루스 추는 도영을 지켜보고 있는.
도영 : ..................
수첩에 붙은 포춘 쿠키 메모지를 본다.
동우 : (E) 오늘 오후 3시에 근사한 일이 일어날 겁니다! / 엄마 건강해 지실 꺼예요. 걱정마요/ 술 취한 당신은 너무 매력적이라
위험해. 음주 금지. /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 곁에 있을 꺼예요/
도영 : (슬픈 듯 피식 웃는다)
S#53. 장태문 건물 인서트 / 낮
S#54. 로비 / 낮
태문, ‘행복한 나눔’ 이라 쓰인 하트모양 피켓들고 웃고 서 있다. 사진 기자들 프레쉬 터지고.
시은 : (E) 장태문 회장이 사재 중 100억을 결손, 조손 가정과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S#55. 카 페 / 낮
사월과 마주 앉아있는 태문.
사월 : 잘하셨어요 회장님. 뉴스 듣고 마음이 뿌듯했어요.
태문 : 너도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셨다니 다행이다. 언제 내가 식사 한번 대접하게 해다오.
사월 : 네. 나중에요.
태문 : 왜? 내가 챙피하냐?
사월 : 회장님도 참......
태문 : 귀싸대기 맞는 동영상은 뭐야? 너 신도영이한텐 왜 맞았어?
사월 : 그냥 둘이 장난친 거예요. 별걸 다 보셨네.
태문 : 텔미텔미하면서 계속 터지던데.
사월 : 그거 다 컴퓨터로 만든 그림이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비서, 달려온다.
비서 : 회장님.
태문 : 그래 뭐 좋은 소식 있나.
비서 : 김명한씨는 아직 확인 된 바 없고, 박영숙씨는 두 달 전에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태문 : .............(비통)....확실한 건가?
비서 : 예.
태문 : 그 집 아이는?
비서 : 아직 이름이 확인되지 않아서요.
태문 : ....내 기억에 엄마 아빠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걸로 알고 있어...... 명.... 한..... 아마 명숙이 아님 한숙이었지 싶은데.
비서 : 그럼 김명숙, 김한숙씨로 찾아보겠습니다.
태문 : 그래 부탁한다.
비서 : (가고)
사월 : 회장님..... 만약 그 분을 찾았는데 안 만나겠다고 해도 꼭 설득해서 만나세요.
태문 : 그래야지. 찾을 수나 있었음 좋겠다.
S#56. 카 페 / 낮
도영, 준세 마주 앉아있다.
도영 : ...... 결혼해.
준세 : ..........그래.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고. 한참을.
S#57. VIP 룸 / 낮
백과 구두 고르는 마회장, 명관장.
명관장 : 요샌 윤사월이가 안 보이네?
마회장 : TV 못 봤어? 걔 요즘 잘나가. 신도영이 하는 프로에도 나오고 뭐 따귀 맞는 동영상도 돌고.... 검색어 순위에도 자주 든대.
명관장 : 어머, 그래요? 뜰 줄 알았음 좀 잘해주는건데.
팀장 : (상자 내오며) 연극도 앵콜 공연 할 껀가봐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사월, 약상자 들고 들어선다.
사월 : 안녕하세요.
마회장 : 어머나 이게 누구야.....
사월 : 어? 안녕하셨어요.
마회장 : 요새 잘나간다며? 얼른 더 떠요.
명관장 : 우리 갤러리에도 한번 놀러오구. 젊은 작가들 초대전 때 내가 한번 초청할께.
사월 : 네.
팀장 : 그건 뭐야?
사월 : 이거 여기 놓을테니까 그 때 김이사님이 준 약상자는 제가 가져갈게요.
S#58. 준세 사무실 / 낮
약상자! 들고 사월, 들어온다.
사월 : 오빠!
준세 : 그건 뭐야.
사월 : 오빠가 준 약상자, 내가 가져가는거야.
준세 : 사월아......아니 이젠 지영아 이렇게 불러야 겠네.
사월 : 아니 난 오빠가 날 사월이라고 불러주는 게 더 좋아.
준세 :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저녁 같이 먹자.
사월 : 오늘 저녁엔 용자네 가게 일을 좀 도와주기로 했는데.....
준세 : 그렇구나...........
사월 : 왜, 오빠? 나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서?
준세 :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사월 : 뭔데?
준세 : 도영이랑 결혼을 앞당길 것 같아.
사월 : ..........
준세 : ..........
사월 :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두고 오빠더러 결혼하재?
준세 : .................
사월 : 언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짓말이야. 언니한테 대답을 괜히 했어. 내가 누굴 사랑하는 지 언니가 알아서 이러는 거야.
(뛰어 나간다)
준세 : 사월아!
준세, 착잡한......
S#59. 도장 / 낮
동우, 도복 말아 정리하는 중. 사월, 들어선다.
사월 : 결혼 얘기 들었어?
동우 : ........ 결혼 얘기라니?
사월 : 신도영, 준세 오빠랑 결혼한다고 얘기 못 들었어? 앞당겨서 한다고.
동우 : ............
사월 : 동우야! 가서 신도영한테 말해.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건 나라고. 왜 그걸 모르는 척 하냐구.
동우 : ...........
사월 : 가서 말해! 나도 널 사랑한다구.
동우 : ........난 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사월 : ..........그래서........그냥 보낼꺼야?
동우 : .................
사월 : 사랑은 못난 것도 같이 나누는 거야. 이것밖에 못해줘서 미안하고 안타깝다.... 같이 나누는 게 사랑이야.
동우 : 가, 곧 수업있어.
사월 : 그 사람은 행복할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넌데?
동우 : (버럭) 가라니까!
사월 : ...............
사월, 나간다.
동우, 어찌할 바를 몰라 왔다갔다 쩔쩔 매다 도영과 늘 앉던 벽에 기대앉는다.
동우 : ................
16부 플래쉬 백 --
도영 : 바다보러 가자. 지금 뛰어들면 딱 좋을텐데...
16부 거리. 도영을 업고 걷는 동우. 17부, 호텔 방. 침대에서 도영을 안는 동우.
도장, 벽에 기대앉은 동우. 눈물 핑글.
S#60. 준세 집 / 밤
핸드폰이 울린다. 준세, 전화 받으면 마구잡이로 치는 드럼 소리가 난다.
준세 : ............
S#61. 드럼 연습실 / 밤
사월, 울면서 드럼을 두들기고 있다. 아무렇게나 막. 한 쪽엔 열려진 핸드폰.
준세 : (F) 사월아.......... 사월아.........
사월, 마구 두들긴다.
S#62. 준세 집 / 밤
핸두폰에서 들려오는 드럼소리 들으며 멍하니 앉아있는........ 준세. 핸드폰을 닫는다. 아픈 마음.
S#63. 도영네 거실 / 밤
사월, 들어온다. 정희, 맞아주는.
정희 : 늦었네.
사월 : 네............
수호 : 지영이 이제 오냐? 왜 이렇게 늦었어. 가슴이 철렁했다. 또 어디 간줄 알고.
정희 : 이이는......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수호 : 알았어요, 미안해.
정희 : 얼른 올라가서 씻어. 내가 아주 향 좋은 허브 화분 하나 가져다 줄게.
사월 : 네. (2층으로 가는데)
수호 : 참, 김박사님이 곧 한국에 오신댄다. 널 보면 엄청 놀라시겠지.
사월 : 김박사님이요?
수호 : 언니 상견례 때문에.
사월 : ........(얼굴이 굳는)...
정희 : .......(사월을 이상하게 보는)
S#64. 지영 방 / 밤
사월, 머리 빗으며 가만히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 나간다.
S#65. 도영 방 / 밤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는 사월. 어두운 방. 도영 침대에 자고 있다.
사월 : ............
자는 도영을 빤히 보고 있는 사월. 사월, 옆의 스탠드를 켠다.
도영, 인기척을 느끼고 놀라 벌떡 일어난다.
도영 : 뭐하는거야!
사월 : 갑자기 얼굴이 보고 싶어졌어. 진심이라곤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나.
도영 : ...........나가!
사월 : 차동우를 갖고 논거야?
도영 : ..........
사월 : 아님 준세 오빠를 갖고 놀꺼야? 언제까지 자신을 속이면서 살래요?
도영 : .....나 준세씨 사랑해.
사월 : (침대로 뛰어올라 멱살을 잡는다) 내 눈 보고 말해. 준세오빠를 동우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해 봐!
도영 : (멱살 잡은 사월을 거칠게 밀쳐낸다)
두 여자의 몸싸움, 잠시 계속
사월 : (다시 달려들어 멱살잡는) 말 해! 니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도영 : 이거 놔! 가! (다시 밀쳐 떼어놓고)
정희, 작은 화분을 들고 2층 복도로 오다 싸우는 소리 듣는다. 귀 기울인다.
도영 : (E) 왜 이래, 나가!
사월 : (E) 말하라니까!
정희 : ...............
사월 : (설움이 차오르는) 옛날엔 날 버리더니......이젠 동우한테까지 상처를 줘? 동우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상처줄 꺼
뻔히 알면서, 나한테 미안해 절절매면서도 동우는 니 편을 들었어. 왜 그랬는 줄 알아. 널 사랑하니까 그랬어!
도영 : (자신도 괴롭고 마음 아픈) 가! 당장 나가!
사월 : 내가 준세오빠 사랑한다니까 결혼하는거지. 니 마음엔 차동우가 있으면서 내가 준세오빠 사랑한다고 대답하니까
결혼하는 거지!
도영 : 나 준세씨 사랑해.
사월 : 거짓말하지 마! 날 잃어버리고 왔단 것도 거짓말이고 준세오빠를 사랑한다는 것도 거짓말이야!
도영 : (베개를 사월에게 집어던지며) 당장 나가!
사월 : 다 말할꺼야. 니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내가 그 연극을 왜 올리게 됐는지 세상 사람들한테 다 말할꺼야!
사월, 버럭 소리 지른다.
침대 위의 두 자매, 서로 불 같이 노려보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