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식당
초등학교 139
황해누님 요즈음 건강은 어떠신지요
몇 년 전에 녹전 사람 만나 황해식당 아직 영업한단 얘기 들었어요
오랜만에 녹전 오니 옛날 생각 나 황해누님 인사드리러 왔어요
저도 밀양이래요 우리 박가 딸래미가 대통령 돼서 좋지요
아이구 참 오랜만일세 내야 뭐 그럭저럭 밥 손님 보고 문 열어 놨어
딸 하나 있는 것 부산에서 그런대로 살아가지
맞아 아버지 어머니 죽고 몇 십년 만에 다시 청와대 들어가는데
옛날 생각 나 얼마나 울었을로 쯧쯧
뭐 아픈 데는 없는데 허리하고 무릎이 시원찮아
한 팔구년 되나 무릎이 아파 저 위 보건소에 갔더니 그래잖아
여기 있던 김희국 의사가 서울 큰 대학병원에 있는데 무릎을 잘 본다고 그래
그 사람 녹전 보건소 한 6년 있었는데 우리 집에도 자주 왔어
그래서 잘 됐다 싶어 기름값만 받게 하곤 정 택시 타고 서울 안 갔나
가이 사람이 얼매나 많은지 열흘 기다려도 진찰을 못 받는다 하네
그래서 안동서 택시타고 왔으이 꼭 진찰보고 가야한다고 안 졸랐나
간호사들이 오늘은 교수님이 출장 가셔서 볼 수 없다고 그래잖아
가만 보이 사람들이 줄을 죽 서 있는 게 의사는 안에 있단 말이지
그래서 고함을 안 질렀나 오늘 꼭 진찰 보고 가야 된다고
한참을 고함을 지르다니 간호사가 가만히 와서 들어오라하데
보이 진찰 접순가 그 종이가 수북하게 쌓였어
들어가이 김희국 의사가 희희희 하고 웃데
고함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황해식당 아지매라데
진찰은 제대로 안 하고 녹전 사람 누구누구 안부만 주욱 물어쌌테
그래서 무릎 어찌 됐노 물었더니 이것저것 약 처방 주곤 보름 뒤에 오라네
그 사람들이 없는 게 뭐가 있겠노
안동 장에 가서 깨 한 되 사서 참기름 한 병 짜 갖고 올라갔지
얼마 전에도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어 녹전이 고향 같다나
아이들에게 이삼만원씩 줬어 촌에서 뭐 줄게 있나 호박도 두 덩이 줬지
무릎은 다음 해 안동병원에서 수술 했어 물 쫙 빼냈지
황해누님요 서울 의사가 약 처방을 먼저 잘 했기 때문일시더
여든 다 되가도 이리 강강하니 아흔 수는 훌쩍 할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