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대적인 건 뭐고 상대적인 건 뭔가?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야 겠죠?
어차피 철학적으로 엄밀한 개념은 아닌 것 같고 객관적 주관적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그렇다 아니다에 관해 확실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거기에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
절대적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고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 상대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수의 개념, 더한다의 의미, 즉 전제에 동의한다면 1+1=2 는 절대적으로 참입니다. 반면 신라면이 맛
있는가 나가사끼 짬뽕이 맛있는가의 문제는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고 말할 아무런 근거가 없고 따라서 우리는
입맛은 상대적이라고 합니다.
2. 그럼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뭐냐?
앞에서 말했듯이 그 전제에 동의하는 이상은 일 더하기 일은 이가 된다는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절대적으로 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부인할 수 없다는 건 그에 대한 말이 되는, 논리적으
로 의미 있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막무가내로
"아니야", "난 동의하지 않아"라고 말한다거나 충분히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왜?"라고 묻는다고 해서
이런 걸 두고 1+1=2 가 부인되었다거나 무의미한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명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말들은 마치 "아아아악~~"하는 소리를 내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기 때문입
니다. 내가 수학문제를 열심히 증명하고 "맞지?"라고 물었는데 상대방이 "아아아아"라는 소리만 낼 뿐 동의하
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증명이 부인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런 것을 두고 부인되었다거나 부정되었다고 인정
한다면 이 세상 어떤 학문적 논의나 토론도 의미가 없겠죠.
3. 보편적 규범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절대와 상대를 위와 같이 정의한다면 보편적 규범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위와 같습니다. 즉 어
떤 당위적 규범을 주장했을 때 거기에 의미 있는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규범은 절대적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쉽게 말해 1+1=2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당위적 주장을 했을 때 그에 대한 의미있는 반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4. 규범의 경우에도 보편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나?
어떤 사람들은 규범이 상대적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분들은 규범의 합리성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인 것 같
습니다. 하지만 사실 규범의 보편 타당성을 보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음과 같은 규범의 경우를 보
십쇼.
네가 어떤 공동체에 속하는 한, 너는 그 공동체에 속한 다른 사람의 재물을 힘으로 빼앗으면 안 된다.
이런 규범에 대해 상대적이라는 분들은 일단 왜 그래야 하냐고 물을 겁니다. 물론 그들은 딴에는 그런 물음에
는 적당한 답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애석하게도 생각이 너무 짧았던 것이죠. 그에 관해서는 이런 답변
이 가능합니다.
만약 네가 힘으로 빼앗는다면 다른 누군가도 너의 재물을 힘으로 빼앗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너의 재
물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너도 타인의 재물을 빼앗지 않는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어떤가요? "~라면 ~해야 한다."라는 위의 규범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나요? "~이지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
실을 보일 수 있냐는 겁니다. 물론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나의 재산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
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주장처럼 내가 남의 재산을 빼앗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는 겁니다. 이것으로 위의 규범의 보편 타당함이 증명된 것입니다.
5. 현실 상황이 보편 타당한 규범의 존재를 부인하는 논거가 될 수 있나?
앞에서 제가 보였듯이 규범이란 어떤 당위적 주장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규범, 즉 ~라면~해야 한다라는
어떤 당위적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논리적으로 반
박할 수 없는 보편 타당한 규범이 존재하느냐의 문제는 순전히 논증에 의해 결정될 문제일 뿐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규범의 보편 타당성의 문제는 그 규범 자체가 갖는 객관적 성질의 문제일 뿐이므로 우연히 결정되는 현
실 상황에 영향을 받을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어떤 수학적 원리를 아느냐 모르느냐 여부가 그 수학적 원리의 보편 타당성 여부와 전혀 무
관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일만년 전에는 아무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몰랐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당
시에는 그 정리가 진실이 아니었던 건 아닙니다. 어떤 수학적 정리의 진실성과 타당성 여부는 누가 그 진실을
안다거나 모른다거나 혹은 인정한다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현실의 상황과는 전혀 아무런 관련도 없
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분처럼 과거에 어떤 규범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백날 얘기해 봤자 그런 주장은 보편 타당한 규범의 존재를 부인하는 논거가 애초에 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소용도 없는 헛수고인 것입니다.
6. outlaw님의 비논리성
어떤 분은 이렇게 썼습니다.
"그 비난이라는 것이 당하는 약자들의 하소연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약한 자들을 착취하고 약탈할 때, 자신의 약탈 행위를 스스로 비난하던가요."
스스로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런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분이 일관되게 범하고 있는 오류는, 자신의 주장을 전혀 뒷받침할 수 없는 논거들을 자신의 주장의 논거가 되는 것으로 일관되게 착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 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 발상 자체가 참으로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어디 한 번 설명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심리학자가 아니라 모르긴 몰라도, 아마 어떤 살인자도 살인을 하면서 자신을 비난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살인자도 살인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즉 살인금지 규범의 보편 타당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노파심에서 반복해서 말씀드리자면, 여기서 주장할 수 없다거나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무런 논리적인 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아니라고만 말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규범의 보편 타당성은 입증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여부는 규범의 보편 타당성의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무관한 문제입니다. 왜 그런지는 위에서 이미 얘기했으므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도덕적 취향 때문에 사고 왜곡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저는 다만 논리적으로 되도록 냉철하게 분석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outlaw 님은 침략자 수컷(또는 남자)와 피해자 암컷(또는 여자) 사이의 성교는 무조건 강간이라고 단정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마치 과학계의 보고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죽이는 일이 많았다고 해서 늘 전쟁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전쟁 상태였다고 해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이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서로 전쟁중인 나라 남녀가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암컷이 자신의 남편을 죽이고 아이 먹은 수컷과 사랑에 빠질 수 있겠지요. 1%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하니까 아무튼 반론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침팬지의 경우 암수간의 사랑 같은 것은 없어 보입니다. 또 인간의 특성을 침팬지에 무리하게 대입하시는군요.
애당초 이덕하님이 침팬치에게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때 인간의 특성을 개입한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역으로 말씀드리는 거고요.
직계 조상에 네안데르탈인이 조금 섞였다는 사실만 고려하면, 이덕하님처럼 그렇게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만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고 학살하고 멸종시키고, 심지어 먹었다는 증거까지 고려하면 경우의 수가 좁혀집니다. 종합해야지요.
무조건-이라는 건 물리학에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확률적으로 높은 쪽을 언급하는 겁니다.
단지 저는 강간이라는 단어를 넓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고요. 인간들 사이에서도 강간이란 단어는 넓게 쓰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죽이면서 거의 강간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간할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강간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증거를 대 보십시오.
피가 섞였으니 교미는 이루어 졌지요. 강압이냐 아니냐의 문젠데 정황상 뻔한 문제 아닙니까? 불리하니 증거를 대라뇨. 진화심리학 안티 흉내 내십니까?
설마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강간하는 현장 사진이라도 원하는 것은 아니실테고요.
증거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하고 멸종시키고 먹었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 피가 섞였으면 높은 확률로 뻔하다는 것이죠.
outlaw 님은 참 과학을 단순하게 해서 좋겠군요. outlaw 님의 추론은 다음과 같은 것 같습니다.
전제 1: 현존 호모 사피엔스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였다.
전제 2: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죽였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다.
결론: 호모 사피엔스 남자가 네안데르탈인 여자를 강간하는 일이 흔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호모 사피엔스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여있다' 부분이 애매합니다. 어쨋든 교배 및 번식이 가능했다는 건데 이미 교배가 가능했던 같은 계통인거 아닌가요? 이전에는 하나도 안 섞여있었는데 교배만 가능했던건가요? 가령, 같은 뿌리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이소적 종분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면 높은 비율로 일반화된 유전적 특징은 다소 큰 차이가 날 수 있어도 호모사피엔스쪽에 네안데르탈인적 유전적 특징을 가지는 소수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들 것 같고.. 누가 쫌 가르쳐 주실분.
아래 논문을 보십시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교배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는데 최근에 발표한 이 논문에서는 DNA 분석을 근거로 교배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교배가 있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보입니다.
그리고 “교배가 가능했다”와 “실제로 교배가 의미 있는 정도로 이루어졌다”는 서로 다른 명제입니다. 실제로 성교를 하면 번식 가능한 자식이 태어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예컨대 네안데르탈인이 말을 못해서) 사실상 서로 성교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 draft sequence of the Neandertal genome>
http://www.sciencemag.org/content/328/5979/710.full
감사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다시 전쟁을 벌입니다. 한국인이 대다수가 학살당하고(점령이 아닙니다), 상당수 한국 여성이 일본군에 의해 임신을 당합니다.
상식적으로 강압쪽의 확률이 더 높지 않겠습니까?
"상당수 한국 여성이 일본군에 의해 임신을 당합니다." 라는 문장 자체가 강압을 암시하고 있어서 문장은 조금 바꿔야될 것 같구요.
어쨋든 일본인 아기를 임신하고 있었다면 강압쪽 확률이 높겠죠.
특정한 범주의 대상에게 어떠한 반응을 하(고 싶어하)는 것. 과 같은 선천적 기제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그것이 '규범'이라고 부르는 것과 닿아 있거나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규범을 창발해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내집단에 대한 살인을 기피하는 것'이 보편적이더라도, '내집단' 의 범주가 개개인 별로 상대적이라면 outlaw님이 주장하셨던 것과 이 보편적 기제가 양립가능한 것 같습니다. "내집단은 국적(혹은 인종, 계급?)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구분되며 이 기준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다." 를 주장하신건 아닐테니까요.
내집단이라는 범주가 상대적인 만큼, 불행히도(혹은 다행스럽게도?) '내집단'과 관련된 몇몇 보편적 기제는 반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