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배우인 차인표씨의 소설이다. 처음 작가가 유명 배우인게 믿기지 않아 듣는 순간 차인표가 소설을?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책이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한국학 필독서로 선정되었다는 말에 두번째로 놀랐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책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책 표지 안쪽 작가 소개란에 "소설가이자 독서광 그리고 배우. 카메라 뒤에선 한사람의 작가로 인간의 삶을 부단이 관찰하고 본질을 탐구하며, 존재해야 할 세계와 사람과 이야기를 창조하는데 전념이다."라고 적혀있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제 이야기를 차근차근 따뜻하게 풀어내는 글에서 작가의 마음과 결을 다시금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일제 식민지 시절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이자 끝나지 않은 현재의 이야기이다. 백두산 아래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평화가 무엇인지,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마을의 넉넉함과 사람사는 맛을 보여준다. 평화로운 세상이란 평범하지만 일상적이고 따뜻하게 서로가 서로를 돕고 돌보며 사는 세상이라 말하고 있다.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설ㄹ령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일지라도 말일세.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P27)
그랬던 이 마을은 순이가 위안부 징집 대상이 되고 부터 평화에 위기가 시작되고, 한순간에 산산 조각이 되어버리고 만다. 어쩌면 그것이 당시의 모든 사람들의 현실이었으리라 싶다. 일방적인 국가 폭력으로 죄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그들의 희생양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순이가 끌려가고 두 청년이 순이를 탈출 시키려 나타난다. 어릴 때 만난 적이 있는 호랑이 사냥꾼인 용이, 일본군 소위 가즈오 마쯔에다가 그들이다. 평생 숲에 살며 호랑이 사냥을 배워왔던 용이의 순이에 대한 사랑과 일본인 청년인 가즈오의 그녀에 대한 사랑이 어찌보면 다르지 않은 아름다움이자 그들만의 저항이자 투쟁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이라 쓰고 투쟁이라 그려지는 마음 같은거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영국 옥스포드의 한국학 필독서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왜인지 생각해보았다. 그 중 하나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포함되어 있는 주제이자 어려울 수 있는 위안부 문제를 직관적으로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여겨졌다. 더불어 작가의 문체가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이라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의 구성중 일본인 청년 가즈오의 편지글은 장황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의 고민과 생각, 심리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 듯하다. 자신의 어머니와의 편지글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리움에 대한 주제가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게 설명되어서 참 좋았다.
일본은 사죄하지 않고 여전히 역사 왜곡에 몰입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친 일본 극우 세력들이 많아 위안부 문제 조차도 부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 와중에 시의 적절하게 옥스포드에서 선정되는 바람에 일본의 역사왜곡에 다시한번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겨진다.
짧고 굵게 잘 읽었다. 작가의 면면이 아름다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