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금 언급할 문제 아냐”→“이십몇 년 수감생활 안 맞아” 입장 선회
尹 정부에 포진한 MB계 인사들…사면론에 힘 실어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최근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면 문제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변을 친이계 출신 인사들이 채우고 있는 만큼, 여권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들이 나타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공언해 왔던 윤 대통령도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보이면서, 오는 광복절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며 “집권 초기에 추진해 국민 의견도 여쭤보고 미진하면 국민 설득도 하겠다”고 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모습이 국제적으로나 국민 미래를 위해서나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도 문 전 대통령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 양측이 인사권 문제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다 회동이 연기되면서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신청한 李…떠오르는 ‘MB 사면론’
이런 가운데 최근 이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다시금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당뇨 등 지병으로 수감 중에도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난해 1월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손발에 감각이 마비되는 증세가 나카나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고, 최근에는 면역력 저하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다.
형집행정지는 징역·금고·구류 선고를 받은 수형자가 형 집행으로 건강이 현저히 악화할 우려가 있을 때, 연령이 70세 이상인 때, 임신 6개월 이상일 때, 출산 후 60일 이내일 때, 유년 또는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는 직계존·비속에게 보호자가 없을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관할 검찰청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통과하면 석방이 이뤄지게 된다.
정부·여권 곳곳에 ‘친MB계’…사면 여부 결정 영향 가능성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것은 과거 전례에 비춰서 안 맞지 않나”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인 지난 8일 출근길에서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다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요직과 대통령의 측근 자리에 친이계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인물이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역임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부대변인을 지냈고,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실무위원을 맡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친이계로 분류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비상경제상황실장 등을 역임했다.
여당에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로 불리는 권선동·장제원 의원도 MB계 출신이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김은혜 전 경기지사 후보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인사다.
실제로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인적인 견해라면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됐다가 한 분은 나가셨고, 또 한 분이 계속 수감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라며 “국격과 관련된 문제다. 형평성 차원이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 대통령도 원래부터 사면을 해야 한다고 해 왔고, 대통령을 둘러싼 사람들도 친이계 사람들이 대다수인 만큼 사면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광복절이 가장 빠른 시점이니 그때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사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나. 사면은 시기상의 문제였다고 본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던 것이 부담이 될 수는 있겠으나, 어차피 언젠가는 (사면을) 하게 될 테고 야당의 비판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며 “지금이 집권 초기고 아직까지는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높으니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때 사면 문제를 털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중에 레임덕이 와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할 때면 사면을 하기가 어렵지 않겠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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