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산·분당 사이 330만㎡(100만평) 택지 4~5곳에 총 20만가구를 2021년부터 공급한다는 내용의 ‘9·21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성동구치소 자리와 개포동 재건마을, 경기도 광명·의왕·성남·시흥·의정부와 인천 검암 등 수도권 공공택지 17곳을 개발해 3만5,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발표는 ‘9·13 대책’에 이어 앞으로 신도시 등지에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주택공급 불안 심리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보다는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족한 택지 확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지자체의 동의 없이 직권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그린벨트 활용이 이뤄지면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신도시가 투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고려할 때 서울시내 공급 물량은 부족하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3등급 이하 서울 그린벨트에서 택지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성동구치소 자리에 1,300가구, 개포동 재건마을에서 340가구 등을 포함해 서울시내 11개 부지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1만282가구에 불과하다.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는 서울 도심이다. 사람들은 외곽보다 교통과 교육·문화시설이 좋은 도심에 살고 싶어 하고, 주택보다는 아파트, 아파트도 낡은 것보다 새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도심의 재건축 아파트와 낡은 주택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 빠른 방법일 것이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완화하되 임대주택 건설 비율 확대 등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도심에 양질의 물량을 대거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건축이라는 도심 공급 방안을 뒤로 하고 수도권 외곽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해선 안 된다.
이곳저곳에 신도시를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자칫 재정만 축내고 빈집이 즐비한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공급확대로는 수요를 자극할 수 없고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집값 급등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 한정돼 있고 지방은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공급 정책의 기본 원칙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서민·중산층이 접근 가능한 공공임대·분양주택 공급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수요자가 살고자 하는 도심에 공급이 계속 확대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