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의 철학가 요한 하위징아(Johan Hizinga0는 인간에 대하여 호모 사피엔스 옆에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을 놓아야 한다며 인간의 특징에 놀이하는 인간울 추가했다. 그에 의하면 놀이는 문화보다 먼저이며 어렸을 때 잘 논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놀이는 자유롭고 한가롭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싫증이 나거나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그만 두거나 다음으로 미룰 수 있다. 이러한 놀이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사회적이다. 오로지 재미를 위한 행위로써 놀다 보면 몰두하게 되고 진지함에 빠진다.
동시는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쓴 동심의 문학이다. 동시 속에는 재미와 호기심이 들어있고, 천진무구함, 순박함이 들어있다. 아름다움은 물론, 슬픔, 사랑과 그리움도 들어있다. 형형색색의 동심 정서를 어떤 소재, 어떤 시어, 어떤 배치를 통해 놀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작품낳는 작업이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시인들은 밤을 지새운다.
아동문학 계간지 가을호네는 가을을 형상화한 시편들이 많앗다. 가을 단풍처럼 알록달록 형셩색색으로 물든 시편들 중에서 시적 상상력은 어디로 향할까? 상상력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린이 독자들이 한바탕 뛰어놀 수 있는 햇살 가득한 동심이 자리하고 있을까? 가을을 소재로 한 시편들을 들여다본다.
한동안 잃어버린 말
가을 숲에서 되찾았어
낱말 카드처럼 오종종
단풍 나무에 매달려 있더라고
완전 예쁨
완전 감동
완전 물듦
언제부턴가 놓친 말
가을 호수에서 되찾았어
파란 가슴 볼록이며
수면 위에 떠있더라고
완전 투명
완전 고요
완전 맑음.
-윤삼현, '잃어버린 말' <동화향기, 동시향기> , 2024 가을호
윤삼현의 '잃어버린 말'에서 시인은 가을 숲과 가을 호수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동을 되찾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동하고 싶어한다. 감동하고 싶어 영화를 보고, 감동하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이러한 감동은 삶의 에너지로 작용하는데 시 '잃어버린 말'에서 화자는 가을 숲과 가을 호수에서 그동안 상실했던 감동의 불씨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가을 숲에서 '기쁨'과 '예쁨', '감동'을 되찾고, 그 앞에 '완전'이란 수식어를 덧붙인다. 가을 호수에서 '투명'과 '고요'와 '맑음'을 되찾고, 그 앞에 '완전'을 배치한다. 이 '완전'은 가을이 주는 감동력이 얼마나 크고 풍요로운지 느낄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자 가을 숲과 가을 호수 앞에서 명징하게 다가왔던 화자의 내적 계절의 미학 과 무한 감동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어둠이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이름을 부여하는 사람이라 했다. 시멘트 깨진 틈새로 빠져나온 새싹이나 풀꽃에도 이름을 지어주고, 꽃씨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새들의 울음소리, 꽃을 넘나드는 벌들의 행동 등 일상의 사소할 수 있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그래서 새로 태어나게 하는 일이 시인의 몫이다. 자연이나 햇빛 공기 물처럼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고 고마워할 줄 모르느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랑, 우정, 배려 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면, 독자는 햇살 가득한 놀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앎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동시 문학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