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아지 어때요. 눈을 착 내리깔고 있는 모습이 제법 귀엽죠?)
여자들의 수다 세계에도 관습법이 있답니다. '대화 중에 자식자랑 하려면 만원 내고,
남편자랑 하려면 이만원 쯤 내야하며, 손주자랑이라도 하려면 적어도 삼만원은 내야
한답니다. 그렇게 '다소살벌'스러운(^^) 세계니 강아지 자랑이라도 하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사만원 쯤은 내야 할겁니다. (액수가 자신이 듣던 바와 다르다고 딴지
걸지 맙시다. 저도 어차피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은 액수니까요. ㅋㅋ) 오늘은 저도
강아지 이야기 좀 하렵니다. 벌금은 뭐 외상으로 합죠.;;
새초롬한 표정의 저 귀여운 강아지는 말티즈 종이고 이름은 저희 조카가 지었는데
'왕자'랍니다. (개 주제에 그 이름 한번 걸판지구나!) 이름에서 느껴지다시피 숫놈
이고 이제 태어난지 두어 달 되어 가는데, 얼마전부터 친정에서 살게 된 강아지예요.
엄마 퇴원기념으로 사왔는데, 정작 '개털 알러지'가 있는 엄마는 (강아지만 만지면
온몸이 가려워져서...) 아직까지 한번도 만져보덜 못했답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개털 알러지가 있는줄 처음 알았습니다. 다들 너무나 이뻐하고 좋아하는데, 어차피
엄마는 지금 몸이 불편하시니 저 강아지 거두는 일은 결국 아버지 책임이네요.
(저만 보면 좋아서 손가락을 깨물어대다가 이리 발랑 눕는답니다.)
예전에 전주에 살 때, 우리 친정집은 개를 두 마리 씩 키웠어요. 그렇다고 뭐
족보있는 개들은 아니었어요. 옥상에서 내려오는 계단 아래에는 덩치가 크고
못생긴 똥개(갸는 이름마저도 없었죠;)가 살았고, 대문 옆에는 그마나 외모가
좀 되는 잡종개 (대문앞의 개는 성별 관계없이 이름이 대대로 쫑 -_-;;)가
살았어요. 그때도 엄마는 개들이 집을 잘 지켜주니 고맙다고 밥은 열심히
주었지만, 푸짐한 개똥 치우는 건 늘 아버지 담당이었어요. 그 거름 덕분인지
봄이면 우리집 마당에는 고운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가을이면 감나무는
어른 주먹만한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곤 했습니다.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았죠. ^^*
그때 키우던 개들은 나까지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예뻐해 줄 겨를은
당연히 없었지요. 왜냐하면 아무리 내가 친정집에를 자주 못갔다 해도, 명색이
주인집 아가씨인 (아줌마겄지.;;) 나를 알아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친정에
갈 때면 '대문 안을 어찌 통과나하나?' 하는게 고민이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계단 아래의 똥개는 도둑까지 물리친 용감한 개였답니다. 옆집과 우리집의
옥상은 마음만 굳게 먹으면 건너 뛸 수 있을 만큼 가까웠는데, 어느날 밤 진짜
도둑이 옆집 옥상을 타고 우리집으로 넘어왔나봐요.
잠귀가 밝은 우리 엄마가 잠결에 들으니 옥상에서 쿵~ 소리가 나더랍니다. 무서운
마음이 들어 옆에서 잠든 아버지를 깨우는데, 조금뒤에 계단아래의 개가 죽어라
짓더래요. 당연히 대문옆의 개도 열심히 따라 짓어대니 아닌 밤중에 온집안이
시끌시끌 했겠지요. (그 큰집에 두분만 사시던 부모님은) 집안에 불을 밝히며
"이밤에 저 개가 왜이리 짓냐?"고만 했지 조용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답니다.
예로부터 도둑은 잡지 말고 쫓으라는 말이 있답니다. 다행히 개들 때문에 도둑은
아래층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갔답니다. (잘 생각혔어... 인생 그리 살아서 쓰나?)
다음날 아침, 엄마는 시장에 가서 생선장수 아줌마들에게 생선 대가리를 몽땅
얻어와서 고마운 개들에게 해물탕 밥을 맛나게 해주셨대요.
(이 날은 여기저기다 실례 했다고 혼나서 그런지 조금 우울하네요.
"야야, 사는게 원래 그런거란다."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법이여. ㅎ)
평소 강아지가 집안에서 자라는게 별로라고 생각해왔고, 개를 키우는 집에 가도
무서워했는데, 저 강아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참 이쁘네요. 개를 이뻐하시는
우리 아버지도 애완견은 처음 키우시는지라 많이 귀여워하십니다. 강아지가 아직
어린지라 가끔 집안 여기저기에 실례를 하지만 나름 맹훈련중이니 점점 괜찮아
지겠지요. 요즘 강아지는 핥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에서 물도 먹을줄 알아야
되고, 소변 유도제를 뿌려놓은 전용 화장실에서 볼일도 봐야지 사랑받습디다. 참~
저 강아지를 처음 보고 온 날, 남편이 꿈을 꾸었는데 저 강아지가 순식간에 고양이
만큼 자라버려 그렇게 서운하더랍니다. 사실 (부창부수라고..) 그날 밤 저도 개꿈을
꾸었는데, 저 강아지하고 사이좋게 팥죽을 끓여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헐;;) 잠을
자다 깬 우리 부부는 사이좋게 자기가 꾼 개꿈 이야기를 하다가 웃고 말았네요.
아무래도 나중에 애들 시집보내고 나면 우리도 강아지를 키워봐야겠습니다. 친정집의
경우를 봐도 손주들 끌어모으는데는 강아지하고 컴퓨터가 제일인거 같아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별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 않네요. 저 귀여운 왕자에 대한 의리가 있지!
"왕자야, 할머니 할아버지께 재롱 많이 부리고 즐겁게 해드려라.
이 누나(-_-;;)가 너한티 부탁 쪼깨 헌다잉~~" ♡♡
첫댓글 좌우지간 못 말려. 개팔자가 상팔자 라니까................
어유 무척 귀연놈이네요~! 크~! ^ ^ 강아지도 여간 관심과 사랑으로 주인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전 차라리 그 에너지를 사람에게로 라고 생각 하는 편입니다. 물론 강아지를 참 좋아 합니다. ^ ^
개팔자가 상팔자이긴해도 요즘은 주인을 잘 만나야 상팔자지 그것도 아녀요~ 오랜만에 랄락님 등장에 반갑습니다, 한번 키워봐바여~ 무설재 강쥐 삽살이든 진돌이든 얼릉 한 마리 분양해설랑~
와~ 정말 귀엽네요, 딸아이가 강아지 좋아해서 푸들 2마리 말티즈 1마리(친정에서 분양받은 덕분) 기른적 있답니다,허지만 건강상 이유로 남의 집에 분양한 아픈 기억 땜에 다시는 살아있는 짐승 안 키우기로 맘 먹었어요, 정 떼는게 맘이 아파서...이쁘고 귀엽고 앙징맞은 왕자님~
^^* 라일락님 반갑습니다~
오. 모두들 고맙고 반갑습니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 모이셨네요. ^^
잘 계시죠? 4월 28일에 오시나요? 연락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