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조기교육이 필요할까?
『아이를 위한 돈의 감각』이라는 책 제목에 약간의 호기심과 거부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나도 20대부터 30대까지는 자기계발, 재테크, 육아와 관련된 책을 참 많이 읽었다. 이 책이 내가 지금은 거의 읽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종류의 책 내용으로 버무려진 실용서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아이를 위한 돈의 감각』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 유아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초년생 6단계로 분류하여 돈과 관련된 여러 문제와 실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자녀 용돈과 저축부터 현금과 신용카드 사용의 문제, 대학 학자금 마련과 대출, 소비습관과 결혼 준비, 기부, 투자까지 많은 내용을 다룬다. 나는 중, 고등학생이 된 딸들과 우리 부부의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고 현재를 비교하며 읽었다. 개인적으로 용돈과 저축 관련 내용은 공감과 동의가 되었고, 학자금 대출이나 결혼 준비 금전관리 부분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은행 점포 직접거래나 현금 사용 적극 권유는 요즘 시대에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요즘 이런 종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원칙, 전략, 조언, 규칙이라 이름 붙이고 1,2,3... 번호를 매겨 핵심처럼 요약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불편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투자를 권유하고 방법을 소개하려는 종류의 책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었다.
나는 돈에 대한 개념은 가지고 있지만 타고난 감각이나 특별한 관심은 없다. 빚을 싫어하고 위험한 투자도 꺼려 돈 관리는 그저 안전하게 저축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 보니 예, 적금 외에는 자산이랄 것도 없고 금액도 크게 늘지 않는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영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 아이들을 봐도 큰 틀에서는 비슷해 보인다. 감각이란 것이 기본적으로는 타고나는 것이고 학습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길러질 수 있다. 나는 돈에 대한 감각이라는 것이 결국 경제습관이라고 이해했다. 돈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커진 세상에서 어릴 때부터 좋은 경제습관을 기르는 일은 중요해 보인다. 청소년인 우리 아이들도 나보다는 좀 더 나은 감각과 좋은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돈에 대한 올바른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나로서는 딱히 해로울 것도 크게 유익한 것도 없었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