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성
정확히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대략 17세기말 ∼ 18세기 초 전라도 지방에서 굿을 할 때 북장구 때리면서, 중얼중얼하며 노래도 아니고 기도도 아닌 소리를 하는 무당 조수가 따라다니게 되는데, 그 중 목소리 좋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아, 그런데 그 소리가 하도 구성지고 재미도 있어서 주위 사람들이 권했겠지요. 얘야! 그러지 말고 아예 가수로 나가거라. 무당 조수로 따라 다니는 것보다 돈도 더 벌고 인기도 더 좋을 것이다. 귀가 솔깃해진 무당 조수가 이런 저런 얘기를 엮어서 노래를 부르자 장바닥의 여러 손님들이 좋아라하며 장단도 맞춰주고 팁도 주고 그랬단 말이죠. 이에 아예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로 나아간 것이 판소리의 시작이라고 추정됩니다.
전 승
원래 판소리를 처음 시작했던 사람들은 글자를 모르는 천민출신들인지라 노래 가사가 점잖은 사람들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난잡했답니다. 그리고 가사의 내용도 도통 의미가 통하지 않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가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레파터리도 원래는 12마당이나 되었습니다. 이에 고종 때 신재효라는 신통방통한 양반이 나서서 여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타령)으로 줄이면서 아울러 노랫말을 순화시키고 의미가 통하는 가사내용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현재「변강쇠타령」은 노래 사설만 남아있을 뿐 노래는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 작고하신 천하명창 박동진옹이 그 노래를 재현했다고 하는데 원래 필자같이 점잖은 사람은 얼굴 뜨거워 들을 수 없는 노래인지라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방면에 관심이 많은 이는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구 성
'창(노래), 아니리(사설), 발림(몸짓)'의 3요소를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내 용
주로 서민들의 현실적인 생활을 그리고 있으며, 극적인 내용이 많고 가장 민속적입니다. 서민들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바라는 바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아울러 풍자와 해학이 풍부하게 구사되어 있어 가장 한국적인 우리 음악이며 동시에 문학적, 예술적으로 귀중한 가치가 있는 민족문화입니다. 수 백년을 거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하고 다듬어 오늘에 전승되어온 판소리가 이제 한물가고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취급 받는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요 근래 들어 이러한 점이 많이 개선되어 젊은이 중에 판소리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어쨌든 우리 민족이 살아온 내력을 공부하려면 반드시 판소리와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소리의 발달 과정
배경설화 |
판소리사설 |
고소설 |
신소설(이해조) |
열녀설화
박문수설화
지리산녀설화
남원추녀설화
신원설화
도미의 아내설화
암행어사설화 |
춘향가 |
춘향전 |
옥중화 |
연권녀설화
효녀 지은 설화 |
심청가 |
심청전 |
강상련 |
방이설화 |
흥보가 |
흥부전 |
연의각 |
구토지설 |
수궁가 |
토끼전 |
토의간 |
판소리 주제의 양면성
판소리는 그 주제가 양면성을 지닌다. 표면적(表面的) 주제와 이면적(裏面的) 주제가 그것이다. 표면적 주제는 작품의 고정체계면(固定體系面)을 통해서 제시되는 주제인데, 문제의 제기인 동시에 해결이다. 예컨대, 흥보가의 여러 이본들에서 그 줄거리들을 보면, 거기에는 선량한 사람은 복을 받고 탐욕스러운 자는 죄를 받게 되므로 사람은 선량하고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이것이 표면적 주제로서 관념적 인과론(因果論)의 성격을 띠고 있다.
춘향전의 주제가 여인의 정절이라거나 심청전의 주제가 효라는 설명들은 다 표면적 주제를 말하는 것으로 지배계층의 이념과 주로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소리 작품을 보면 이러한 주제와는 다른, 또하나의 주제가 있다. 판소리는 구비 문학의 한 장르이기에 창자의 성격이나 구연 당시의 상황, 청중들과의 관계나 청중들의 반응에 따라서 내용을 덧붙일 수도 있고, 간략하게 정리하고 말 수도 있다. 그리고 전체 내용을 완창하기보다는 어느 대목만 떼어서 부르는 부분창의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인과론적 논리보다는 부분의 독자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런 부분부분에서는 그 사설이 가변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非固定體系面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에 나타나는 주제의식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이를 이면적 주제(현실적 합리주의)라고 한다.
춘향전에서 평등의식이 보인다거나, 흥보가에서 화폐가치가 강조되는 것 등은 그 예이다. 이면적 주제는 주로 평민층의 의식과 관계있다.
2000년 수능기출 듣기평가
[5∼6] 강의의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여러분은 대중 가요는 매우 친숙하게 생각하며 자주 즐기는 데 비해 판소리는 웬지 부담스러워 하고 멀리하더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판소리가 원래 어렵고 현대적인 감각과는 어울리지 않아서일까요? 전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판소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낯설기 때문일 거라고 판단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오늘은 바로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은 판소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인 창이나 아니리, 발림, 추임새, 북장단과 같은 판소리의 구성 요소들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지요? 아마 다 알고 있을텐데 실제 판소리에서 그것들을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요?
자 그러면 지금부터 판소리 <흥보가>중 '박타는 대목'을 들려 드릴 테니 어떤 구성 요소들이 나타나는지 식별해 보십시오. 참고로 각 용어들을 먼저 설명해 드리지요. 창은 창자가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는 부분으로 이때 장단에는 중몰이, 중중몰이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니리는 일상적인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부분이며, 발림은 창을 하는 사람의 몸짓을 말합니다. 그리고 추임새는 '얼씨구', '좋다'처럼 고수와 청중이 창을 하는 사람을 격려하거나 자신의 감흥을 표출하는 말을 가리킵니다. 이제 조용히 들으면서 그것들을 찾아 구별해 봅시다.
[아니리]
어찌 떨어 부어 놨던지 쌀이 일만 구만석이요, 돈이 일만 구만냥이지. 흥보가 좋아라고 든 한 펜을 들고 잠깐 한번 놀아 보는데,
[중중몰이]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돈 봐라, 돈 봐라.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술레바쿠처럼 동글동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 공명이 붙은 돈. 이 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여보아라 큰 자식아, 건넌말 건네가서 너의 백부님을 오시래라.
경사를 보아도 우리 형제 보자.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여보시오 여러분들, 나의 한 말 들어 보오. 부자라고 자세를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
어떻습니까? 쉽게 찾아내고 구별할 수 있지요? 잘 들어 보면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판소리를 즐기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은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소리에 쉽게 다가가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론은 간단합니다. 낯설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문화란 무엇입니까?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생활속에서 판소리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그러다 보니 낯설게 느끼는 것이겠지요. 우선은 가까워져야 합니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태도를 바꾸어 보십시오. |
5. (물음) 들려 준 판소리 대목에 나타나는 구성 요소들을 바르게 든것은?[1.6점] ▶ ⑤
① 창, 북장단 ② 아니리, 추임새
③ 창, 추임새, 북장단 ④ 아니리, 추임새, 북장단
⑤ 창, 아니리, 추임새, 북장단
6. (물음) 이 강의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 학생의 태도로 적절한 것은?[2점] ▶ ②
① 도서관에서 판소리의 역사와 이론에 대해 좀더 자료를 찾아봐야겠어.
② 판소리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것으로 와 닿도록 자주 들어야겠어.
③ 판소리를 한 번을 듣더라도 꼼꼼히 들으면서 분석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군.
④ 판소리와 대중 음악을 비교해 들으면서 어느 쪽이 듣기에 편한지 판단해 봐야지.
⑤ 명창들의 계보를 조사하고 그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