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따위에 갖은 양념을 넣고 골고루 한데 뒤섞는 것을 무친다고 한다. 콩나물을 삶아서 다진 마늘과 송송 썬 파, 고춧가루,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하지만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골고루 섞는 것은 무친다고 하지 않고 버무린다고 한다.
'버무리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를 한데 뒤섞는 것'이라고 나온다. '무치다'의 뜻풀이에서 '나물 따위'를 '절인 배추나 무 따위'로 바꾸면 '버무리다'와 다를 게 없다. 굳이 가르자면 무치는 건 '나물 따위에' 양념이 골고루 배게하는 것이고, 버무리는 것은 절인 배추와 김칫소든 고기와 양념이든 과자와 쌀가루든 떡과 콩가루든 심지어 거름을 만들기 위한 인분과 재든 한데 골고루 섞는 것이다.
'버무리다'의 당하는 말과 시키는 말 모두 '버물리다'니 '버무려지다'나 '버물려지다'라고는 쓰지 않는다. '버물린 겉절이'나 '버물린 인절미'지 '버무려진 겉절이'나 '버물려진 인절미'라고 쓸 필요는 없다.
참고로 '버물다'라고 쓰면 '못된 일이나 범죄 따위와 관계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가 된다. '연루되다'라는 한자어 대신 쓸 만하지 않을까. 가령 '살인 사건에 연루된 사내' 대신 '살인 사건에 버물린 사내'와 같이.
참고 도서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버무려진.. 이란 말을 써왔던 것 같아요. 틀린 말이었네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고 답글 달아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