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에 있는 기록을 꼼꼼히 읽다보면 어디선가 맛난 냄새가 난다. 이 댁의 부엌에서 솔솔 피어오르는 냄새다. 거기엔 이 댁 며느리 홍주연(58)씨의 손맛이 배어 있다. 그는 둘째 며느리지만 1992년부터 강릉 선교장 8대 종부 성기희(2002년 작고)씨를 모시면서 맛을 이어받았다. 시어머니에게서 ‘두부선’, ‘전체수’ 등 담백하고 쫄깃한 집안음식의 맛내는 법을 배웠다.
홍씨는 “어머님은 엄하셨다. 무나 재료를 썰 때 몇 센티미터도 오차가 생기면 야단이셨다.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건져라, 썰어라, 알려주셨고, 내가 간을 하면 맛을 보시고 ‘됐다’ 하시면 100점이라는 소리셨다”로 말한다. 시할머니도 음식 솜씨가 좋았다. 어릴 때 기억에 오랜만에 고향집 가면 추운 겨울에도 30분이면 뚝딱 맛난 음식이 나왔다. 어머니에게 “할머니 따라 가실라면 아직 멀으셨어요”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선교장을 지키고 있는 차남 이강백(64)씨가 회고한다. 홍씨도 집안 여인네들처럼 뚝딱뚝딱 음식을 만든다. ‘선’이라는 요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음식이다. ‘우리 몸에 좋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호박이나 오이, 가지 등에 다진 쇠고기 등을 소로 집어넣고 짧은 시간 끓이거나 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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